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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 - 화안기(畫鴈記) 본문

산문놀이터/삼국&고려

임춘 - 화안기(畫鴈記)

건방진방랑자 2020. 7. 1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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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가지고 싶은 욕망을 거둘 테니 기문을 써주게

화안기(畫鴈記)

 

임춘(林椿)

 

 

道人惠雲, 持一畫鴈圖, 就予以觀. 凡三十九鴈, 而狀之不同者十有八焉, 其翔集飮啄起伏伸縮之形, 曲盡而無遺矣, 是亦精強之至者也.

道人之言曰: “此吾家舊物也, 工之名氏則不知也. 以其奇且古, 蓄之久矣. 始則甚寶惜之, 今乃釋然. 盖君子不可以留意於物, 但寓意而已, 况爲浮屠, 旣輕死生去嗜欲, 而反重畫, 豈不謬錯而失其本心哉. 今將歸江南, 以畫付吾弟某者而去焉. 子若書其形數以畀, 則異日讀之, 雖不見畫, 可以閉目而盡識也.”

余笑曰: “爲是畫者, 當其畫時, 必先得成形於胷中, 奮筆直遂而後, 乃得至此, 則心識其所以然, 而口不能言之, 余雖巧說, 若工之所不能言者, 安得而盡之?”

必欲存其形與數之粗者, 則有兩對伏而交頸相叉者, 纍纍然微見背脊於崖岸之交者, 聳趐欲翔而未起者, 昂其首而伏者, 伸其吭而跂者, 且步且啄者, 兀立而不動者, 群聚者, 圜而向赴飮者, 騈而爭翹者, 拳其足㬠者, 披其羽其又傍睨者, 迴眄者, 刷者戲者睡者, 此其大略也.

余因其言, 爲甲乙帳而授之耳, 非所以爲記也. 西河先生集卷第五

 

 

 

 

 

 

해석

道人惠雲, 持一畫鴈圖,

도인 혜운이 한 폭의 기러기가 그려진 그림을 가지고

 

就予以觀.

나에게 와서 보여줬다.

 

凡三十九鴈, 而狀之不同者十有八焉,

대체로 39마리 기러기에 모양이 같지 않은 게 18마리나 되었고

 

其翔集飮啄起伏伸縮之形,

날거나 모여 있거나 마시거나 쪼거나 일어나 있거나 엎드려 있거나 쭉 펴 있거나 쭈그려 있거나 한 모습이

 

曲盡而無遺矣, 是亦精強之至者也.

정성이 지극하여 빠짐이 없었으니 이것이 또한 정밀하고 애씀이 지극한 그림이었다.

 

道人之言曰: “此吾家舊物也, 工之名氏則不知也.

도인이 말했다. “이것은 우리 집의 오래된 물건으로 장인의 이름은 알지 못하며

 

以其奇且古, 蓄之久矣.

기이하고도 예스러워 간직해온 지 오래라네.

 

始則甚寶惜之, 今乃釋然.

처음엔 매우 보물로 여겨 그걸 아꼈지만 지금은 곧 해소되었지.

 

盖君子不可以留意於物, 但寓意而已,

대체로 군자는 사물에 뜻을 머물지 않도록 하고 다만 뜻을 붙일 뿐인데,

 

况爲浮屠, 旣輕死生去嗜欲,

하물며 불자가 되어 이미 삶과 죽음도 경시하고 기욕조차 버렸음에도

 

而反重畫, 豈不謬錯而失其本心哉.

도리어 그림을 중시하니 어찌 잘못되어 본심을 잃은 게 아니겠는가.

 

今將歸江南, 以畫付吾弟某者而去焉.

이제 장차 강남으로 돌아가 그림을 나의 아우 아무개에게 주고 떠나려네.

 

子若書其形數以畀, 則異日讀之,

그대가 만약 기러기 모습과 숫자를 써서 준다면 다른 날 그걸 읽고

 

雖不見畫, 可以閉目而盡識也.”

비록 그림을 보지 못하더라도 눈을 닫고 훤히 알 수 있을 걸세.”

 

余笑曰: “爲是畫者, 當其畫時,

내가 웃으며 말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그릴 때에 이르러

 

必先得成形於胷中, 奮筆直遂而後,

반드시 먼저 가슴 속에 형상을 완성하여 얻고서 붓을 떨치며 곧바로 완수한 후에야

 

乃得至此,

곧 이런 지경을 얻었을 것이니

 

則心識其所以然, 而口不能言之,

마음으론 그 까닭을 알았다 해도 입으론 그걸 말할 수 없었을 것이네.

 

余雖巧說, 若工之所不能言者,

내가 비록 기교 있게 말한다 해도 화공이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을

 

安得而盡之?”

어찌 다할 수 있겠는가?”

 

必欲存其形與數之粗者,

반드시 기러기 모습과 수의 대강을 보존하려 한다면

 

則有兩對伏而交頸相叉者,

두 마리가 대하며 엎드리고서 목을 교차한 채 서로 엇갈려 서 있는 기러기,

 

纍纍然微見背脊於崖岸之交者,

겹겹이 언덕이 교차하는 곳에서 등과 등골이 희미하게 보이는 기러기들,

 

聳趐欲翔而未起者, 昂其首而伏者,

솟구치듯 날려 하나 일어나지 못하는 기러기들, 머리를 든 채 엎드린 기러기들,

 

伸其吭而跂者, 且步且啄者,

목구멍을 편 채 발돋움하는 기러기들, 또 걸으며 또 쪼아대는 기러기들,

 

兀立而不動者, 群聚者,

우뚝하게 선 채 움직이지 않는 기러기들, 함께 모여 있는 기러기들,

 

圜而向赴飮者, 騈而爭翹者,

에워싼 채 달려와 마시는 기러기들, 나란히 선 채 다투어 나는 기러기들,

 

拳其足㬠者, 披其羽其又傍睨者,

발을 쥔 채 볕 쬐는 기러기, 날개를 편 채 또한 곁눈질 하는 기러기들,

 

迴眄者, 刷者戲者睡者,

둘러서 보는 기러기들, 씻거나 장난치거나 졸거나 하는 기러기들,

 

此其大略也.

이것이 그림의 대강의 모습이다.

 

余因其言, 爲甲乙帳而授之耳,

나는 그 말에 따라 하나하나 공책에 지어 그에게 줄 뿐이지,

 

非所以爲記也. 西河先生集卷第五

기문을 지은 까닭은 아니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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