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당인 연 기로회의 시를 모아 서문을 쓰다
쌍명재시집서(雙明齋詩集序)
이인로(李仁老)
시엔 그 사람이 담겨 있다
昔卜商序『詩』曰: “在心爲忠, 發言爲詩.” 楊子雲亦曰: “言心聲.”
盖心也者, 雖際天蟠地, 而常潛於寂默杳冥之間, 不可以得見其形狀, 必托於言而後顯, 發於詩而後著. 如金石無聲物也, 叩之卽鳴.
是以屈ㆍ宋之憀慄, 陶ㆍ謝之閑澹, 李ㆍ杜之俊逸, 雖千百載後, 讀其詩, 可以想見其爲人, 皎然無一毫遺, 則求欲知古人之情狀者, 捨其詩, 奚以哉?
쌍명재에서 기로회를 연 기로회의 맑은 기상을 담아내다
今我公德爲一世師, 位爲百辟長, 旣納政居里第, 怡神養性, 不與世交. 窅然獨遊無何有之鄕, 其氣也浩浩, 其心也休休, 則其所以發於外而聲於詩者, 可知也.
公甞與耆老諸公, 始會於雙明齋, 作詩以敍其事, 弟大師公繼之, 其詞雅麗而實有典刑. 宜播樂府, 以傳於世, 使後人, 皆得知我公不世之高致, 則雖白公七老之會, 無以尙矣.
僕爵與齒懸殊, 不可以得列於數, 而屢詣後塵, 獲承咳唾之音, 故集其詩而序之. 凡屬和者, 雖不詣會, 皆列于左. 謹序. 『東文選』 卷之八十三
해석
시엔 그 사람이 담겨 있다
옛적에 복상이 『시경』에 서문을 쓰면서 “마음에 있는 것이 충(忠)이고 말로 발설되면 시가 된다.”고 썼고
楊子雲亦曰: “言心聲.”
양자운 또한 “말이란 마음의 소리이다.”라고 말했다.
盖心也者, 雖際天蟠地,
대체로 마음이란 것은 비록 하늘에 이어지고 땅에 서려 있지만
而常潛於寂默杳冥之間, 不可以得見其形狀,
항상 적막하고 침묵하며 아득하고 어두운 사이에 잠겨 그 형상을 드러낼 수가 없기에
必托於言而後顯, 發於詩而後著.
반드시 말에 의탁한 후에 나타나며 시로 발설된 후에 드러나니
如金石無聲物也, 叩之卽鳴.
쇠와 돌은 소리 없는 사물이지만 그걸 두드리면 곧 소리가 나는 것과 같다.
이런 까닭으로 굴원과 송옥(宋玉)의 쓸쓸하고도 슬퍼하는 것과 도연명과 사조(謝眺)의 고요하고도 담백한 것과
이백과 두보의 재주가 뛰어난 것은
雖千百載後, 讀其詩,
비록 100~1000년 후에 그 시를 읽어보면
可以想見其爲人, 皎然無一毫遺,
그 사람됨을 상상하여 볼 수 있어 훤히 하나의 터럭조차 버려질 게 없으니
則求欲知古人之情狀者, 捨其詩, 奚以哉?
옛 사람의 뜻과 형상을 알고자 한다면 시를 버리고 무엇으로 하겠는가?
쌍명재에서 기로회를 연 기로회의 맑은 기상을 담아내다
今我公德爲一世師, 位爲百辟長,
이제 우리 공 최당(崔讜)의 덕이 한 세대의 스승이 되었고 지위는 제후들의 우두머리가 되었지만
旣納政居里第, 怡神養性,
이미 정치를 거두어 시골에 거처하며 정신을 화평하게 하고【이신(怡神): ‘정신을 위로하여 즐겁게 한다’는 뜻이다.】 본성을 기르면서
不與世交.
세상과의 친분을 맺지 않았다.
窅然獨遊無何有之鄕, 其氣也浩浩, 其心也休休,
아득히【묘연(窅然): ‘정신이 멍하거나 또는 그런 모양’을 일컫는다.】 홀로 무하유지향【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무하유지향은 아무것도 없이 끝없이 펼쳐진 적막한 세계로 장자(莊子)가 설한 이상향(理想鄕)이다. “그대가 큰 나무를 갖고서 아무 쓸모가 없다고 걱정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그 나무를 무하유지향의 광막한 벌판에 심어 두고서 하릴없이 그 곁을 서성이거나 그 밑에 누워서 소요해 볼 생각은 하지 않는가.”라고 하였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서 노니니 기운은 넓디 넓었고 마음은 맑디 맑아
則其所以發於外而聲於詩者, 可知也.
외부로 발설되면 시에 소리나는 까닭을 알 만했다.
公甞與耆老諸公, 始會於雙明齋,
공께선 일찍이 기로회의 여러 사람【기로제공(耆老諸公): 노인들의 모임이란 뜻의 ‘기로회(耆老會)’를 말하며, 최당(崔讜)이 쌍명재를 짓고 아우 최선(崔詵)과 함께 7명의 노인들과 만든 시회 모임을 말한다.】과 처음으로 쌍명재에 모여
作詩以敍其事,
시를 지어 그 일을 서술했고
弟大師公繼之, 其詞雅麗而實有典刑.
아우 태사공 최선(崔詵)이 그 모임을 이어갔으니 말은 우아하고 곱지만 실제론 전형이 있었다.
宜播樂府, 以傳於世,
마땅히 악부에 전파하여 세상에 전하게 하고
使後人, 皆得知我公不世之高致,
후대인들에게 모두 우리 공의 전에 없던 고상한 운치를 알 수 있게 한다면
則雖白公七老之會, 無以尙矣.
비록 백거이의 칠로회(七老會)와 같은 이름난 모임【칠로지회(七老之會): 백거이(白居易)가 만년에 낙양(洛陽)에 9명의 친구를 초청하여 잔치를 벌였을 때, 모인 친구들의 나이가 모두 70살을 넘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이라 할지라도 더할 게 없으리라.
僕爵與齒懸殊, 不可以得列於數,
나의 벼슬과 나이는 현격히 달라 기로회의 숫자엔 나열될 수 없지만
而屢詣後塵, 獲承咳唾之音,
자주 후배【후진(後塵): ‘사람이 지나간 뒤에 피어난 먼지’라는 말로, 두보(杜甫)가 이백(李白)에게 보낸 「이백에게 부치다[寄李白]」에 “백일에 깊은 궁전에 오니 청운의 길에 후진이 가득해라.[白日來深殿, 靑雲滿後塵.]”라고 하였다. 『고문진보(古文眞寶)』 前集 卷3】로 자리에 참여하여 어른들의 말씀【해타지음(咳唾之音): 기침과 침으로, 기침과 침은 말할 때 나오므로 ‘어른의 말’에 대한 경칭(敬稱)이다.】을 얻어 계승할 수 있었기 때문에
故集其詩而序之.
시를 모아 서문을 쓴다.
凡屬和者, 雖不詣會,
대체로 화답한 사람들이 비록 모임에 참여하지 못했더라도
皆列于左. 謹序. 『東文選』 卷之八十三
모두 왼편(시집)에 열거하였다. 삼가 서문을 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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