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하되 방종으로 흐르지 마시라
송권생상원소서(送權生尙遠小序)
이식(李植)
잘 났지만 이익에 태연한 사람, 명성에 태연한 사람
大抵有所挾而無所求, 難矣. 讀書以爲博, 攻詞以爲工, 其爲挾也, 豈淺尠哉? 有是挾而能不求利祿, 固難. 卽不求利祿者, 有矣, 而能不求名聞, 爲尤難.
持此二難, 久而不渝, 困窮而自泰, 斯又古今之至難也.
세속에 얽매지 않은 진짜 사나이 권생
永嘉權生尙遠, 吾所謂博文攻詞人也. 然而不習科業, 而有時乎應擧, 自喜詞學, 而不期乎名世. 敝褐破鞋, 浮遊城市. 悠悠忽忽, 土苴形骸. 間或傲言高談, 未嘗降辭色以少徇時好, 雖出入士友間, 寡與親善, 或見掃跡而去之.
자유분방한 그대여 그래도 이단으론 흐르지 마시라
噫! 生於其所挾與其遭, 非有所利之, 而安之若命, 豈吾所謂古今之至難者, 非耶?
雖然君子進德修業, 盡吾性而已. 名有所不避, 祿有所當受, 過此以往, 聖人謂之索隱行詭, 非大中之道也.
權生好遊名山, 多方外交, 吾懼其道虛曠無所倚, 或流於異術. 故於其歸, 申以警之. 『澤堂先生集』 卷之九
해석
잘 났지만 이익에 태연한 사람, 명성에 태연한 사람
大抵有所挾而無所求, 難矣.
대저 의지하는 것이 있으면서 구하지 않기는 어렵습니다.
讀書以爲博, 攻詞以爲工,
책을 읽어 박식해졌고 말을 다듬어 기교 있게 되었는데
其爲挾也, 豈淺尠哉?
의지하는 것이 어찌 천박하고 협소하겠습니까?
有是挾而能不求利祿, 固難.
이런 의지하는 것이 있으면서 이익과 봉록을 구하지 않기는 진실로 어렵습니다.
卽不求利祿者, 有矣,
곧 이익과 봉록을 구하지 않는 사람은 있다 해도
而能不求名聞, 爲尤難.
명성과 소문을 구할 수 없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持此二難, 久而不渝,
이 두 가지의 어려움을 가지고 오래도록 변치 않고
困窮而自泰, 斯又古今之至難也.
곤궁하여도 스스로 태연하니 이것은 또한 고금에 지극히 어려운 것입니다.
세속에 얽매지 않은 진짜 사나이 권생
永嘉權生尙遠, 吾所謂博文攻詞人也.
안동【영가(永嘉): 안동의 옛 이름이다】 사람 권상원은 내가 말했던 문장에 박식하고 말을 다듬은 사람입니다.
然而不習科業, 而有時乎應擧,
그러나 과거공부를 하지 않아 이따금 과거에 응시하면서
自喜詞學, 而不期乎名世.
스스로 사장학에 기뻐하기만 하면서 세상에 명성이 나길 기대하지 않았으며
敝褐破鞋, 浮遊城市.
해진 갈옷과 떨어진 짚신으로 저자를 부유한 듯 놀았습니다.
悠悠忽忽, 土苴形骸.
유유자적하게 세상을 잊은 듯 형체를 흙과 거적떼기처럼 했습니다.
間或傲言高談,
간혹 거만하게 고담준론을 말하여
未嘗降辭色以少徇時好,
일찍이 말이나 기색을 낮춰 조금도 시속이 좋아하는 걸 따르지 않았습니다.
雖出入士友間, 寡與親善,
비록 사우들이 출입하더라도 친선하는 이는 적었고
或見掃跡而去之.
간혹 자취를 감춰버린 채 떠나기도 했다.
자유분방한 그대여 그래도 이단으론 흐르지 마시라
噫! 生於其所挾與其遭,
아! 의지하는 것과 조우하는 것에서 살면서
非有所利之, 而安之若命,
그것을 이익으로 여기지 않고 그것을 편안해 하길 운명처럼 하니
豈吾所謂古今之至難者, 非耶?
어찌 내가 말했던 고금의 지극히 어려운 사람【持此二難, 久而不渝, 困窮而自泰, 斯又古今之至難也】이 아니겠습니까?
雖然君子進德修業, 盡吾性而已.
비록 그렇다 해도 군자는 덕을 기르고 업을 연마하며 나의 본성을 다할 뿐입니다.
名有所不避, 祿有所當受,
명예에도 피하지 않을 게 있고 봉록도 마땅히 받아야 할 게 있으니,
過此以往,
이것을 넘어서 행동한다면
聖人謂之索隱行詭,
성인이 ‘감춰진 것을 찾아 헤매고 기이한 것을 행동한다’고 말한 것으로
非大中之道也.
큰 중용의 도가 아닌 것입니다.
權生好遊名山, 多方外交,
권생은 명상에 유람하길 좋아하고 방외 인사들과 많이 사귀기에
吾懼其道虛曠無所倚, 或流於異術.
나는 그 도가 허무하며 비어 의지할 데가 없어 혹 이단의 술수로 흐를까 걱정이 됩니다.
故於其歸, 申以警之. 『澤堂先生集』 卷之九
그러므로 돌아갈 때에 아뢰어 경계하는 것입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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