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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여행설명서 - 2. 전주에서 ‘아무 것도 안 할 자유’를 느끼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전주여행설명서 - 2. 전주에서 ‘아무 것도 안 할 자유’를 느끼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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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주에서 아무 것도 안 할 자유를 느끼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와서 첫 영화를 보고 우린 하릴 없이 전주를 거닐기로 했다.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객사에 앉아 있으니 봄기운이 완연했다. 난 이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길 원했는데, 아이들은 이런 시간에 익숙지 않나 보다.

 

 

아이들과 객사에서 쉬었다. 그런데 조금 쉬었다 싶었는데 가자고 하더라.

 

 

 

아무 것도 안 할 자유!

 

이럴 땐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오른다. 학교가 끝난 후 집에 들어오면 방은 고요했다. 어머니는 일을 나가셨기에 방엔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다. 냉장고에서 깻잎을 꺼내어 밥을 먹고 배를 깔고 방에 눕는다. 숙제를 하기 위해서다. 슥삭슥삭 숙제를 하다 보면, 어느새 방안 가득 햇살이 들어온다. 몸을 고이 감싸는 햇살의 포근함에 서서히 잠이 온다. 그러면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한숨 자고 일어나 저물어 가는 해를 하릴없이 바라보며 저녁을 맞이하곤 했다.

그때의 내 모습을 보면 시간을 허비한다고 혀를 끌끌 차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때야말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며 가슴 속에 웅성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던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공부시간에

창밖을 보다가

꾸중을 들었다.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었지만

아무도 모른다.

나팔꽃 고운 꽃술에

꿀벌 한 마리 몰래

입 맞추고 간 사실은 몰래 혼자만김재수

 

 

나 혼자만 느끼고 나 혼자만 알던 순간들을 그때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우리 단재친구들도 바로 이와 같은 평온한 일상을 맘껏 느끼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못 견뎌하더라. 뭔가가 불안한 것인가? 아니면 그럴 만한 여유가 없는 걸까? 그래서 예정에 없던 전주천을 걷기로 했다.

 

 

전주천을 거닐고 그네도 타며 시간을 보냈다.

 

 

 

남천교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자유를 얻다

 

전주천을 걷는다. 늘 걸어 다녔던 이 길이, 이 녀석들과 함께 걸으니 기분이 색다르다. 역시 같은 공간도 누군가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같이 거닐며 그네도 타고, 운동기구도 타며 놀았다. 이럴 때보면 우린 천상 아이들일 뿐이다. 서로 신나서 뛰어다니고 하늘 가까이 가기 위해 열심히 그네를 힘주어 타고 있으니.

새롭게 만들어진 남천교엔 누각이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지만, 우리도 남천교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객사에선 되지 않던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여기에선 웬만큼 되었다. 다리를 쭉 펴고 누워 있기도 했고, 승빈이가 사온 과자를 함께 나누어 먹기도 했다. 과자 하나가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었지만, 화기애애한 이런 모습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남천교에 앉아선 과자도 먹고 잡담도 나눴다.

 

 

인용

목차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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