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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33. 찜질방과 여행(15.10.08.목)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33. 찜질방과 여행(15.10.08.목)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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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찜질방과 여행

 

 

 

충주 → 여주 / 64.69km

 

 

어느덧 자전거 여행을 떠난 지 4일이 지나고 5일째에 접어들었다. 67일의 계획으로 여행을 떠났으니, 이제 후반부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오늘부터는 작년 도보여행 때 걸었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익숙한 길을 간다는 안도감이 든다.

그러고 보면 새로운 길은 설렘을 주기도 하지만 그 설렘은 여차하는 순간 두려움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아는 길은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그건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여행은 어떤 설렘으로 시작하여 점차 익숙해져 가는 과정으로, 두려움에서 시작하여 안정감으로 변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찜질방의 두 가지 형태

 

충주의 찜질방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찜질방이다. 빌딩의 한 층은 목욕탕으로 쓰고 다른 층은 찜질방으로 쓰는 일반적인 구조다. 도보여행을 다닐 때도 여러 찜질방을 가봤었기에, 당연히 찜질방하면 대중목욕탕처럼 목욕시설이 갖춰져 있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번 자전거 여행을 통해 찜질방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월요일 저녁에 가본 찜질방은 솔직히 충격이었다. 그때는 아이들의 자전거부터 내 자전거까지 연쇄적으로 펑크가 나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추위까지 견뎌가며 펑크를 때우다 찜질방에 도착하니 이미 11시가 넘었다. 그래서 당연히 뜨거운 탕에 들어가 지친 몸을 풀어야겠다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목욕탕 문을 여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거기엔 탕은 없고 그저 샤워기만 있어서, 탕에 들어가 몸을 풀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그런 황당(?)한 경험을 통해 숯가마나 황토가마처럼 색다른 찜질방은 목욕탕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찜질방에 올 때도 긴가민가했는데, 여긴 그나마 일반적인 찜질방이어서 다행이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목욕시설이 잘 갖춰진 찜질방과 찜질을 위한 찜질방의 차이점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목욕시설이 잘 갖춰진 찜질방은 접근성이 좋도록 도심 한복판에 있으며 빌딩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찜질이 주가 되는 찜질방은 도심 외곽에 위치하며 건물 또한 개인이 만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욕도 하며 맛보기 찜질을 하는 정도라면 도심의 찜질방이 제격이고, 제대로 된 시설에서 찜질을 하고 싶다면 외곽의 찜질방이 제격이다.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상주참숯가마는 진짜 건강에 좋은 찜질을 하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이지, 우리처럼 쉴 생각으로 찾아가기엔 별로더라.

 

 

 

아무래도 찜질방은 푹 잘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모처럼 탕에 들어가 몸을 풀고 나니, 긴장이 풀어져 잠이 솔솔 온다. 이제부턴 아이들도 자유시간이니 자고 싶으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다가, 아침 기상미션 시간만 지키면 된다. 솔직히 찜질방은 그다지 할 게 많지 않아(스마트폰도 압수당해 더욱 더 할 게 없음), 아이들은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수면실로 들어가더라. 나도 여행기를 정리하고 수면실로 들어갔다. 수요일 저녁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더라. 이미 꽉 차 있었지만, 구석에 한 자리가 비어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좀 자다 보니 어찌나 뜨겁고 답답하던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수면실 문이 닫혀 있어 공기는 통하지 않고 바닥은 뜨거웠기 때문이다. 도무지 잘 수가 없어 거실로 나왔는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만 자더라.

거실은 바닥 온도도 적당하고 답답하지도 않았지만, 새벽 2시까지 거실불과 TV가 켜져 있어 깊이 잘 순 없었다. 이래저래 찜질방에서 자는 건 힘든 일이긴 하다.

 

 

아무래도 찜질방 특성 상 편하게 잘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쉴 수 있고 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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