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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31. 교육이란 자기를 표현하도록 하는 것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31. 교육이란 자기를 표현하도록 하는 것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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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교육이란 자기를 표현하도록 하는 것

 

 

 

10월 7일(수)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 → 충주시

 

 

소조령은 이화령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 할만하다. 이화령을 넘으며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은데라는 것을 느꼈으니, 소조령을 오를 땐 마음이 가벼웠다.

보통은 한강을 따라 낙동강까지 달리는 코스를 많이 가니, 소조령을 먼저 넘고 이화령을 넘게 된다. 소조령을 넘으며 역시 힘들구나라는 것을 느낀 후에 더 높은 이화령을 올라야 하니 절로 기운이 팽길 테지만, 우린 반대 코스로 소조령을 가는 것이니 기운이 샘솟았다.

이때는 아이들도 이화령을 넘을 때와 다르게 한결 여유로워진 듯 하더라. 이화령을 오를 때 민석이와 준영이는 잘 달리는 편이었지만, 재욱이와 현세는 많이 힘들어 했다. 하지만 소조령을 넘을 땐 재욱이의 장난기가 발동한다. 카메라로 찍고 있는 나를 향해 달려오더니, “뭘 찍어?”라는 농담과 함께 손을 번쩍 드는 동작을 선보이고 유유히 사라졌으니 말이다.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중 한 장면. 재익이의 재롱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표현할 때, 그때 귀 기울여야 한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니 가장 힘들 땐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약간의 기운이 있을 때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현세는 첫 날 저녁둘째 날 저녁에 엄청 힘들었는지 장난도 치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금 기력이 회복되었다 싶으면 먼저 와서 부엉이딱 좋다와 같은 말장난을 쳤다. 이처럼 이화령 때 재욱이는 힘든 나머지 말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먼저 와서 장난을 친 것이니, 소조령을 넘는 것에 대해 얼마나 부담을 느끼지 않는 줄 알만 하다.

이로써 알 수 있는 사실은 누군가 불평 가득한 소리든지, 과잉된 행동이든지 할 때, 그걸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걸 표현하는 게 그나마 어떤 힘이라도 있는 것이기에 그 때 그런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그런 메시지를 보낼 때 저러다 말겠지하는 심정으로 흘려보내곤 한다. 그러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게 되거나, 차분해지면 괜찮아 질 줄 알았다니까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모든 표현을 멈춘 순간이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그러다 아예 입을 다물고 더 이상 자기감정을 드러내는 행동을 멈추게 됐을 때, 그때부터 안은 곪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조령 오르막길에 보이는 문경새재의 능선들.

  

 

교육의 기본은 자기표현능력의 회복부터

 

그렇기 때문에 어떤 교육이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기표현을 통해 안에 감춰지고 억눌러진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식으로 표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자기표현을 해야 한다고 하면 겁부터 내게 마련이지만, 서서히 라포를 형성한 후에 함께 생활하다보면 자연히 자기의 이야기를 하게 되며 닫혔던 마음을 열게 된다.

작년 2월에 재욱이와 우리 집에서 일주일간 생활한 적이 있었다.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나는 그저 재욱이가 학교에 잘 나올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생각만으로 그와 같은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사내 두 명이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는 게 얼마나 어색하고,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하지만 일주일이란 시간을 어떻게든 함께 보내며 생활하다 보니 어느 부분에선 동지의식 같은 게 싹텄나 보다. 그러더니 마지막 날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나하나 이야기해주더라.

 

 

 

재욱이와 함께 생활할 때의 에피소드를 아이들이 만화로 만들었다.

 

 

난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나와 하등 관계없는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건 어찌 보면 쉽다. 그 사람과 얽히고설켜 찌질했던, 비루했던 이야기가 흘러 보내는 이야기는 될지언정, 한낱 가십거리가 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답답함이 느껴질 때 채팅이나 번개톡을 통해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건 반대로 말하면 자신과 얽혀 있는 사람에겐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재욱이도 처음엔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동안 생활하며 어떤 공감대가 생기며 나름 신뢰도가 쌓이다 보니, 결국 마지막날엔 그러한 이야기를 해주게 된 걸 테다.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된 후론 전보다 서로 대하기가 훨씬 편해졌고, 그건 오늘처럼 뭘 찍어?”라는 장난을 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민석이는 다운힐의 쾌감이 좋았는지, 다음에 이화령을 다시 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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