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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35. 리더의 자질과 역지사지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35. 리더의 자질과 역지사지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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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리더의 자질과 역지사지

 

 

충주 → 여주 / 64.69km

 

 

이제 5일째 여행을 시작한다. 리더라는 과중한 임무를 아이들에게 부여함으로 어떤 부분이 나아졌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민석이를 시작으로, 재욱이를 거쳐 어젠 준영이가 리더역할을 맡아 아이들을 데리고 이화령과 소조령을 넘으며 충주까지 무사히 왔다. 그 바통을 이어받아 오늘은 현세가 리더를 맡게 된다.

 

 

 

양준영의 리더십, 이끄는 능력은 충분

 

준영이는 단재학교에 온지 2달 밖에 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1년 이상을 함께 하여 이미 친한 상태이니, 새로 온 사람은 아무래도 끼기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특유의 붙임성과 친구들이 말하면 잘 웃는 성격으로 금방 친해졌으며 자전거 여행 예행연습을 할 때도 굳은 일이 생기면 앞에 나서서 도와주었기에 금방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자전거 여행을 떠나면서도 걱정은 전혀 되지 않았고, 오히려 기대가 됐다. 과연 리더역할이란 중책을 맡은 준영이는 어땠을까?

이화령을 넘기 전에 현세 자전거의 체인이 엉키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제 상주박물관 미션을 마치고 문경으로 갈 때에도 같은 사고가 발생했으니, 리더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제의 리더는 재욱이였는데 모른 채하고 그냥 가버렸다. 그렇다면 이날 리더인 준영이는 어떻게 했을까? 앞서 달리던 현세가 멈추자 준영이는 함께 멈춰 어떤 상황인지 살피고 고치기 시작했다.

그 뿐 아니라, 준영이는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거기다가 지도를 보고 길을 잘 찾는다. 그러니 길을 헤매지도 않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앞에 서서 전체를 이끌 수 있었다. 준영이의 경우 리더의 자질 중 이끄는 능력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틀 사이로 똑같은 일이 생기며 리더의 마음가짐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재익이와 준영이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양준영의 리더십,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은 미흡

 

리더십엔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 ‘이끄는 능력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끄는 것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겐 이미 갖춰진 능력이다. 자신의 능력이 높으니, 그걸 기반으로 능력을 행사하고 남들보다 앞서 나아가며 이끌 수 있으니 말이다.

 

 

 

준영이의 이끄는 능력에 대해서는 모두 한 마음으로 좋은 평가를 했다.

 

이에 반해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은 전체를 배려하고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당연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을 키워야 한다. 아직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들의 평가에서도 이끄는 능력에 대해서는 모두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아우르는 능력에 대해서는 뒤처진 사람까지 모두 신경 쓰지 않았다거나 먼저 앞서 나가기만 했다며 비판적인 평가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우르며 가는 것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이제 2개월동안 만난 것 치곤 최대한 노력한 것이긴 하다.

 

 

 

모든 일은 역지사지를 통해 알게 된다

 

그래도 준영이는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만 매몰되어 그것만을 하기에 급급한 아이는 아니었다. 자신이 직접 리더를 해보니 다른 아이들이 리더역할을 할 때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이해하게 됐으니 말이다. 또한 자신이 앞서서 이끄느라 뒤에 있는 현세를 챙기지 못하자 뒤에서 챙겨주는 민석이와 재욱이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역지사지라는 말은 사고 실험을 통해 남의 입장이 되어 본다는 표현이 아니다. 환경은 그대로인데 생각으로만 저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다며 그 사람의 입장인 것처럼 얘기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입장을 빙자한 자신의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에 힘을 싣기 위해 흔히 구사하는 레토릭이 대중의 이름을 얹는 방식이다. 혼자만의 생각이라면 공정성을 얻지 못하기에, 대중이란 레토릭을 구사하여 자신의 생각이 마치 전체의 생각인 양 하는 것일 뿐이다. 우린 흔히 역지사지를 그런 정도로 쓰고 있다.

하지만 역지사지의 본질은 환경적으로 같은 입장에 처한 후에 그때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같은 입장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솔직할 수 있으며 그때 하는 말이나 생각은 각자의 입장을 존중할 수 있다. 준영이는 이번에 리더 역할을 하며 역지사지를 제대로 해보았고, 아이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역시 같은 입장이 되어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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