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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워크숍 - 2. 인문의 세계에서 다시 출판을 만나다 본문

연재/배움과 삶

독립출판 워크숍 - 2. 인문의 세계에서 다시 출판을 만나다

건방진방랑자 2019. 6. 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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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문의 세계에서 다시 출판을 만나다

 

 

 

두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장황하게 꺼내고 있는 이유는, 바로 내 삶이 자기계발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인문의 세계로 넘어왔기 때문이며, 지금부터 꺼낼 출판이란 키워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서울도서관의 책장. 한때는 집에 이런 식의 책장을 만들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생각을 버렸다.

 

 

 

우연하게 출판편집자를 꿈꾸다

 

때는 바야흐로 20116월의 어느 날, 중등임용을 포기하고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직업을 찾아 전전하던 때의 일이다. 막상 임용공부만 하던 사람이 공부를 관두고 나니 할 만한 일이 없더라. 기간제 교사를 한다든지, 학원 강사를 한다든지 하는 미봉책도 있었지만, 그건 길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찾다 찾다가 결국 돼지농장에 들어가는 것까지 고민하던, 그런 별 볼일 없던 때였다.

그때 우연하게 운일암반일암으로 놀러 갔다가 그곳에서 출판사를 관두고 잠시 쉬고 있는 편집자를 만나게 된 게 계기가 됐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며 편집자는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과 책을 좋아하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때부터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출판 편집자를 꿈꾸게 됐다.

이렇듯 출판이란 키워드는 나에게 바람처럼, 소나기처럼, 코끝을 스쳐가는 꽃가루처럼 우연하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성심여학생들의 허기를 채우던 칼국수가 전주 대표음식이 되었다. 이곳에서 편집자에 대해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출판편집자의 꿈에서 미끄러지다

 

하지만 그저 뜻만 있다고, 생각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 어떤 기본적인 자질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더욱이 출판사에선 신입이보다 경력자를 뽑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걸 알았다. 여러 채용공고엔 경력자를 뽑는다고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도전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여기저기 이력서를 냈다. 그건 마치 짱돌 하나든 다윗같은 늠름한 기상과 거칠 것 없는 당당함이었는데, 현실은 결코 성경의 내용과 같지 않았다. 서류도 통과를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꼭 들어가고 싶었던 출판사가 있었다. ‘바다출판사였는데 모집공고에 쓰여 있는 편집자에 대한 정의도 남달랐고 무엇보다도 공부를 하는 분위기라는 게 무척이나 맘에 들어서였다.

그래서 심혈을 기울여 자기소개서를 썼고 조금이라도 빨리 보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보낸 소개서엔 오타가 즐비했으니 문제라고나 할까. 편집자의 기본은 글을 다듬고 오탈자를 구분해내는 능력이라던데, 바로 그런 기본이 안 되어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도 정말 들어가고 싶은 출판사였기에 부랴부랴 자기소개서를 수정해서 다시 보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그만큼 간절한 마음을 뒷받침할 만한 실력이 없었기에 처절한 실패를 다시 맛봐야만 했다. 역시나 취업은 쉽지 않다.

 

 

  원하는 인재상이 정말 맘에 들었다. 그래서 꼭 들어가고 싶었지만, 맘처럼 되지 않더라.  

 

 

 

꿈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한 순간에, 꿈이 다가왔다

 

그런 상황에서 서서히 다른 꿈도 꾸기 시작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배운 게 교육이니, 이걸 풀 수 있는 곳도 찾기 시작했다. 당연히 임용은 그만뒀으니 제도권 학교엔 들어갈 수는 없었고, 좀 더 자유롭게 교육관을 펼칠 수 있는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찾기 시작했다.

이땐 운이 좋게도 한 번에 단재학교에 붙게 됐고, 201110월부터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이 일엔 두 가지 아이러니가 함께 있다. 하나는 교사가 되길 포기한 순간 교사가 됐다는 아이러니이며, 다른 하나는 편집자가 되길 포기한 순간 편집자가 됐다는 아이러니다. 뭐 교사에 대한 이야기야 학교에 취직했다고 했으니 이해가 바로 될 테지만, 편집자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의아할 것이다. 여기엔 단재학교만의 비밀이 숨어 있다. 단재학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단재골목’, ‘일본여행기등 여러 책을 만들었고 내가 들어갔을 당시엔 다르다라는 학교 잡지의 창간준비호가 나온 상황이었다. 그래서 창간호를 만드는 일을 해야 했으니, 이런 이유로 편집자의 꿈이 무너진 순간에 다시 편집자가 됐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문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우연하게 편집자에 대해 알게 되어 편집자가 되려 도전했지만 떨어졌고, 그럼에도 돌고 돌아 교사가 됨과 동시에 편집자까지 되었으니 말이다. 누구도 이렇게 될 거라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나 또한 생각도 못해봤다. 그만 둔 순간에 찾아온 기회들, 이것이야말로 삶은 도무지 알 수 없다를 보여주는 예이지 않을까.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잡지가 바로 [다르다] 창간호였다. 

 

 

 

출판이 다시 나를 찾아오다

 

인문의 세계에 사는 사람은 단편적으로 삶을 바라보고 삶을 계획하며 살진 않는다. 미끄러질 것을 알기에, 어긋날 것을 알기에 그저 순간순간에 몸을 맡긴 채 신나게 살아갈 뿐이고 또 어떤 우연과 마주쳐 변하게 될지 기대할 뿐이다.

이번엔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름하야 독립출판 워크숍이 그것이다. 우연처럼 6년이 흐른 지금 출판이란 키워드는 다시 나를 찾아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지 않는다고 늘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을, 그것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어찌 두고 볼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내가 신청하기 전에 지원센터에서 마련한 프로그램들엔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교사들 간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신청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2012년에 출판인협회에서 주관하는 편집자 입문과정을 다녔던 적이 있다. 실컷 공부하고 싶었고 서울에 가면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배워야지라는 마음으로 신청했지만, 맘처럼 쉽지가 않더라. 학교에 적응하며 일도 해야 하고 밤엔 편집자 교육까지 받아야 하니, 제풀에 지쳐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런 저런 개인사정과 학교 일정으로 여러 번 교육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집중도는 현격히 떨어졌으니 말이다.

이번엔 그때처럼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마음을 확 부여잡고 이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 그리고 해볼 수 있는 것을 성실히 해보려 한다. 과연 교육일정을 잘 따라가다 보면 4주 후에 책이 만들어질지, 또 제풀에 지쳐 말만 번드르르하게 뱉고서 흐지부지 끝낼 지 지켜볼 일이다.

 

 

'출판'은 잊혀질 만하면 나를 찾아온다. 그래서 가슴 한복판의 열정을 불태우며 즐겁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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