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계발의 세계와 인문의 세계
예전엔 실용서, 자기계발서를 무척이나 많이도 읽었다. 아니, 다른 책은 전혀 읽지 않았으니, ‘난 주구장창 실용서만 읽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 자기계발서의 조금만 읽어도 파악이 될 정도로 내용이 간결하고 명료하다.
자기계발서에서 해답을 구하다
신박하거나 ‘아하’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깨달음을 주는 건 아니었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으며 철저한 계획과 그 계획을 실행하려는 의지를 갖게 됐고,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당장의 작은 이익이나 편함을 추구하지 않고 견디다 보면 더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가르침을 알게 됐다. 그런 책들은 한결같이 ‘지금 애쓰고 노력하면 많은 부분이 바뀐다’는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었다.
어느 순간이고 열심히 살아오지 않은 적이 없고, 성실히 해오지 않은 적이 없지만, 막상 현실이란 완고한 벽에 부딪히자 무너지고 말았다. 더욱이 그 당시엔 중등임용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자 절망감은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이런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고, 그래서 읽게 된 것이 그런 류의 책들이었던 거다.
실용서나 자기계발서는 매우 명료하다. 늘 들어왔던 당연하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여러 예를 통해 절실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그걸 보고 있노라면 ‘이런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하지 못하기에 이렇게 주저앉을 수밖에 없구나’라는 깨달음을 주니 말이다. 그건 한 편으론 자책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론 자기를 부정함으로 삶의 의지를 북돋워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한 동안은 그런 책들을 읽으며 의욕을 불태웠고, 그런 내용에 따라 살려 노력했던 것이다.
▲ 그러다 보니 내용이 바로바로 이해가 되고 꼭 실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자기계발의 세계에서 나와 인문의 세계로 오라
하지만 그런 노력은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실용서나 자기계발서를 읽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건 어디까지나 손쉬운 해답을 찾으려는 게으름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여기엔 극적인 변화의 계기나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임용에서 수차례 떨어지고 결국 임용을 그만 두기로 맘먹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따라온 변화다.
사람의 삶이란 단순하게 생각하면 지극히 단순하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지극히 복잡하다. ‘그저 계획에 따라 열심히 살았기에 계획이 성취되었다’라고 말한다면 그만큼 단순한 것도 없으며, ‘뜻대로 되지 않아 여러 고민을 하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말한다면 그만큼 아리송하며 애매한 것도 없다.
전자의 생각은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수많은 말들을 한 마디로 축약한 것과 같기에 그걸 ‘자기계발의 세계’라 부를 수 있다. 이런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결과로 모든 과정을 평가하며, 실패한 사람들에게 ‘계획대로 살지 못했다’, ‘노력하지 않았다’ 등으로 비난하기 쉽다. 그는 이미 결과를 직접 만들어냈고 그에 따라 성공한 삶을 살고 있으니, 그 기준에 따라 남을 재단하기도 쉬운 것이다.
그러나 삶이 그처럼 간단명료하지만은 않다. 과정과 결과 사이엔 수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과정에 비해 결과가 좋을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삶은 복잡다단하니, 쉽게 살아선 안 된다’ 따위의 무책임한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건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처럼 삶에서 희망을 끊어내고 절망으로 뒤덮는, 그래서 부조리를 정당화하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삶은 언제나 내가 세운 계획에서 미끄러지며, 내가 살아온 방식이나 생각에서 끊임없이 도망친다. 그러니 살아온 방식은 때에 따라 바뀌어야만 하고, 생각 또한 변해야만 한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그런 삶이기 때문에 절망이 아닌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점이며, 이미 알고 있어 시들시들해진 세계가 아닌 아는 게 없는 미지의 세계이기에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걸 그 사람이 살아온 무늬라는 뜻으로 ‘인문의 세계’라 부른다.
▲ 정도전은 글이란 인간의 무늬라 봤듯이, 사람에겐 각자마다 살아온 방식대로 독특한 무늬가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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