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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워크숍 - 3.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본문

연재/배움과 삶

독립출판 워크숍 - 3.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건방진방랑자 2019. 6. 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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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멀 것만 같던 7월이 어느덧 다가왔고, 드디어 첫 강의가 열리는 목요일이 되었다. 승태쌤이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마련한 독립출판 워크숍에 대해 알려주고 신청해준 게 523일이었으니, 어느새 시간은 한 달 보름이 훌쩍 지난 것이다.

 

 

  올핸 내가 듣고 싶어 찾지 않고 가라고 하니 왔다. 그러나 늘 꿈꾸던 출판이기에 가슴이 뛰더라.   

 

 

 

꺼져가던 열정을 불태우게 되다

 

작년만 해도 교컴 수련회에도 가고, 트위스트 교육학, 아마추어 사회학, 그림책 읽기와 같은 강의를 찾아다니는 등 나름 열심히 배웠다. 그만큼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었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니 맘껏 누리자는 각오로 그랬던 거다.

예전엔 늘 공부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유는 지식=이라 생각하여, 유식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전문가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며 떵떵거리며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식은 힘도 아니며, 남을 옥죄거나 나를 뒷받침하기 위한 용도도 아니다. 그저 너무도 익숙하기에 더 이상 고민을 안겨주지 않는 현실을 낯설게 보며 나를 되돌아보기 위해, 생각이 굳어져 나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아집을 떨쳐내기 위해 공부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지식=변화할 수 있는 힘이라 정의할 수 있으며, 그런 이유로 작년엔 여러 강의를 찾아다니며 기록하는 데에 몰두했던 거다.

그런데 올핸 강의를 찾아 듣지도 않았으며, 기록도 거의 남기지 않았다. 학교 일 외에 다른 학교 아이들과 영화를 만드는 수업도 진행하고 있고,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서 매달 셋째 주 수요일저녁에 진행하는 독립영화 소감 나누기도 맡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 걸까. 솔직히 그건 핑계고 나태해졌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계속 되면 흥미도 잃어버리고 기운도 빠지게 마련이다. 그걸 슬럼프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지금 내 상태가 딱 그렇다.

이런 와중에 평상시부터 관심이 있던 출판을 다시금 배울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이것이야말로 꺼져가는 마음에 불씨를 지펴준 격이라 할 수 있다. ‘과연 강의는 어떨까? 그리고 어떤 만남들이 있을까?’라는 설렘으로 학교가 끝나자마자 자전거 페달을 밟아 센터로 향했다.

 

 

작년엔 어떤 열정에서인지 배우기 위해, 알기 위해 여기저기 많이도 다녔다.  

 

 

 

낯선 익숙함이 있던 강의실

 

센터엔 목공이나 성교육 등 아이들 교육 때문에 온 적은 있어도 내가 교육을 받기 위해 온 적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익숙한 곳이면서도 왠지 모를 낯선 기분이 들더라.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이지만 아직 장마기간이라 그러는지 이번 주 내내 비가 오락가락 했었다. 그래도 오늘은 모처럼 비가 오지 않는 날이었기에 자전거를 타고 편안하게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강의실로 들어서니 이 연수를 기획한 and님이 맞아주신다. 그러면서 단재학교에선 승태쌤이 주로 교육에 오시던데, 다른 선생님은 처음이네요라고 말해주셔서, “제가 출판 쪽에 관심이 많아서 듣게 됐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아무 말 대잔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좋다.

자리엔 커피와 샌드위치, 그리고 몇 가지 간식거리가 올려 있었고, 주위엔 몇몇의 선생님들이 보였다. 1월에 길잡이 교사 연수를 했을 때 봤던 선생님들도 보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 다시 한 번 창 너머로 보이는 고층건물들을 보면서 신나게 배워보자라고 맘을 다잡았다.

 

 

  코엑스가 보이는 이곳에서 배운다. 나란 사람은 참 복 받은 사람이다.  

 

 

 

책을 내는 건 어렵지 않아요

 

수업이 시작되자 and님은 강사님을 소개해줬다. 이진곤 강사님은 홍대입구역에 독립출판 전문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행 작가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and님이 일전에 독립출판 워크숍 강의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그때 재밌으면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이번 교사 연수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후사정을 이야기해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강의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커졌다.

오늘 강의 주제는 독립출판의 이해. 대학에서 어느 강의를 듣던지 ‘~개론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 강의도 출판의 전 과정을 알려줌과 동시에, 상업출판과는 다른 독립출판을 소개해줬다. 그 중에 유럽에선 독립출판의 역사가 꽤 긴데 반해, 한국에선 겨우 10년 정도의 역사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번 강의의 내용 중 두 가지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다. 그 중 첫째는 독립출판은 의지와 원고만 있으면 충분히 책을 낼 수 있고, 팔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이었다. 나의 꿈은 어제나 오늘이나 책을 써서 내는 작가가 되는 거였다. 그래서 여태껏 여러 글을 써오면서 이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했었던 거다. 여기서 굳이 상상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작가는 남들에게 그럴 듯해 보이는 스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아직 내 글들은 책으로 내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출판사엔 문을 두드려 보지도 못했고,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여러 번 응모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매번 미역국을 마셔야 했으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독립출판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꽉 막힌 터널 속에서 미세한 빛줄기라도 찾은 것처럼 절로 행복해지더라. 지금 당장 획기적인 변화라도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다. 강사님의 말 중에서 의지라는 말이 무겁지만, 명확하게 느껴졌다. 이 경우에 의지라는 단어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흐리멍덩한 생각을 넘어선 실질적인 추진력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렴풋한 낙관론을 버리고 직접 달려들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해보면 된다. 어찌 보면 단재학교에서 6년을 근무하며 서서히 매너리즘에 빠져들고 있던 때에, 이와 같은 말은 단비와도 같은 말이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분명히 책을 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어렸으니 말이다.

 

 

이진곤 대표님은 독립출판이란 키워드를 통해 나에게 희망을 던져줬다.    

 

 

 

나의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다

 

둘째는 독립출판이란 사적인 것에 대한 공감 플랫폼이라는 정의가 와 닿았다. 글이란 자칫 잘못하면 보편적인 언어로, 판에 박힌 내용을 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자신의 속내를 밝히길 꺼리게 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글은 생기를 잃어가게 된다. 그건 마치 설명서를 보는 것과 같아서, 실컷 글은 읽었는데 글을 쓴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니 읽는 게 지옥일 정도로 하품만 나고, 짜증만 나게 된다.

독립출판은 돈이 되느냐?’란 단일한 잣대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걸 어느 정도 공감대를 유지하며 전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사적인 것공감이 동시에 들어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말이 나의 말을 그냥 내뱉으면 된다는 측면에선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공감이 있는 말로 해야 한다는 측면에선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만하다. 앞에만 방점을 찍을 경우 뭇 아버지들이 술을 마신 후에 자신의 무용담을 녹음기처럼 들려주듯 아무런 공감대도 갖지 못하게 되며, 뒤에만 방점을 찍을 경우 누구나 알 법한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둘을 어떻게 조화롭게 할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강의 도중에 우렁찬 소리와 함께 폭우가 내렸다. 절로 시원해지던 순간이다.

 

 

 

7월의 무더위를 뜨거운 열정으로

 

강의는 두 시간을 꽉 채워 끝났다. 강의가 30분 정도 진행됐을 때 갑자기 창 너머에선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한바탕 비가 내렸다. 아까 전에 이곳에 올 때만 해도 전혀 비올 기색은 없었는데, 비가 여봐란 듯이 내린 것이다. 역시 여름날 날씨 변화는 전혀 종잡을 수가 없다. 그 소릴 강의실 안에서 듣고 있으니, 덥고 습하던 기운이 잠시 가시는 듯했다. 그런데 그 순간 우연처럼 원고와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 말은 단순한 파동이 아닌 희망의 아리아가 되어 나를 사정없이 흔들고 있었다. 비의 시원함과 그 말의 통쾌함은 앙상블이 되어 강의실에 울려 퍼졌고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얼굴 가득 한껏 미소를 띠었다.

4주간의 강의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내가 어떻게 준비하고 얼마나 충실히 따라가느냐에 따라 늘 꿈만 꿔왔던 상상이 현실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 현실을 만들기 위해 즐겁게 4주를 보내며 7월의 무더위를 뜨겁게 보내보련다.

 

 

▲  4주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목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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