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롯데월드가 트래킹 장소로 제격인 이유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실내로 들어왔다. 우린 회전목마 옆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자리를 잡았더니, 나머지 아이들은 그 시간에 회전목마를 타고 있더라. 세 남학생들이 나란히 앉아 회전목마를 타는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매우 신선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오전 내내 거의 코빼기도 못 보다가 이렇게 보니 반갑기도 했다.
▲ 회전목마에 탄 세 명의 남학생. 그리고 그걸 열심히 뛰어가며 카메라로 담고 있는 건빵.
롯데월드엔 롯데리가 없다, 하지만 폭리는 있다
회전목마를 다 탄 후 햄버거를 같이 먹자고 하니, 아이들은 그걸 보더니 ‘밥을 먹으러 가자’고 말하더라. 그래서 점심도 서로 나누어져 먹게 되었다.
롯데월드는 당연히 ‘롯데그룹’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그 안엔 같은 계열사인 롯데리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안에 그게 있을까? 결론은 ‘없다’다. 분명 롯데리아에서 파는 종류와 똑같은 햄버거를 파는 가게인 ‘dazur’이라는 정체불명의 햄버거 가게는 있지만, 롯데리아는 어딜 찾아봐도 없다(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롯데리아는 아이스링크장 근처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 가게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롯데리아와 같은 품목의 햄버거와 음료들이 있다는 점은 같은 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차이점은 너무나 ‘어마무시’하여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고 손은 ‘된통 당했다’는 생각에 바르르 떨린다는 게 문제다. 가격은 ‘창렬’스럽고, 내용물은 ‘질소과자’스럽다. 이쯤 되면 ‘왜 롯데월드엔 롯데리아를 두지 않았을까?’하는 부분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롯데가 바보가 아닌 이상, 돈이 알아서 굴러 들어올 이곳에 자체 브랜드로 남는 장사를 하는 게 ‘개이득’일 것이다. 그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내는 일이니 말이다.
▲ 가격은 헉하고, 맛은 웩하고, 양은 눈물난다.
오후엔 사람도 많아지고 탈 것도 많지 않다
오후엔 배도 꺼뜨릴 겸 간단한 것부터 타기로 하여 범버카를 타는 곳으로 갔다. 보통 다른 곳은 자동차 위에 전기를 공급받는 선이 안테나처럼 천장에 닿아 있는데, 이곳은 그런 장치가 없더라. 나중에 말을 들어보니, 아래쪽에 전기가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자동차 바닥부분에 집전장치가 있다고 알려줬다.
그곳에도 사람이 많아 한참을 기다린 후에 탈 수 있었다. 예전에 탔을 땐 후진이 맘대로 되지 않아 제자리에서 뺑뺑 돌다가 끝난 적이 있었기에 이번엔 다른 것들과 맞닿아 있지 않은 범버카에 앉았다. 시작되자마자 부딪히는 것보다 달리는 것에 더 집중했고, 열심히 달렸다. 꼭 ‘카트라이더’라도 된 듯 말이다. 간혹 아이들을 만나 서로 강하게 부딪히며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 출발하기 전에 준비하고 있을 때 찍은 사진.
그 다음엔 파라오의 분노를 타러 열심히 3층까지 올라갔더니, 글쎄 시설을 정비 중이라며 그 시간 동안을 탈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린 다시 밖으로 나와서 ‘자이로드롭’을 한 번 더 탔다. 역시 놀이기구는 타면 탈수록 처음의 신선한 느낌보다 그 감각에 익숙해지게 된다. 그러니 더 이상 어떤 쾌감이나 느낌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거기서 자이로스핀을 마지막으로 타고 오늘의 공식일정은 마쳤다.
▲ 우리가 타기 전에 먼저 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준영이와 지훈이.
롯데월드는 트래킹 코스로 제격이다
3시 30분에 마쳤다. 여학생들은 아쉬운지 좀 더 타겠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었고 남학생들은 물고기방에 가겠다며 나와서 함께 나왔다.
처음에 잠깐 말했다시피 ‘트래킹’의 장소로 롯데월드는 맞지 않고 ‘노는 장소’로 적합하다는 얘기를 했지만, 끝나고 난 그때엔 ‘트래킹 장소로도 제격이다’는 거였다. 이렇게 생각이 바뀐 데엔, 어느 곳을 돌아다닐 때보다 아이들은 정말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최선을 다해 걸어 다녔고, 누구 하나 “힘들다”, “그만 걷자”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마무리 하기 위해 드디어 모든 멤버가 모였다. 오늘 하루 한없이 걸어다니고 즐기느라 애썼다.
산 둘레길을 걷던지, 저번처럼 통인시장 일대를 걷던지 아이들은 금방 지쳐 하며, “이제 그만 가요”라는 말을 수시로 한다. 하지만 그때에 비하면 롯데월드에선 훨씬 많이 걸었음에도, 그리고 한시도 앉아서 쉰 적도 없음에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역시 가슴 속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는 게 가장 좋은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 땐 누가 말린다 해도, 누가 아니라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한은 맘껏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곳이야말로 ‘맘껏 뛰어놀기’, ‘맘껏 걷기’라는 트래킹의 목적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역시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은 교사의 생각만으로 세팅하고 ‘그렇게 세팅했으니 그런 학습결과가 있을 거야’라고 단언하기보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러모로 롯데월드 트래킹은 나에게도 의미가 깊은 순간이었다.
▲ 거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역시 이런 건 한 번씩 보면 재밌긴 하다.
인용
'연재 > 여행 속에 답이 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이대공원 트래킹 - 1. 좌절한 청춘들이 어린이대공원으로 트래킹을 가다 (0) | 2019.12.18 |
---|---|
롯데월드 트래킹 - 목차(16.03.25) (0) | 2019.12.18 |
롯데월드 트래킹 - 3. 롯데월드에서 한바탕 놀아지다 (0) | 2019.12.18 |
롯데월드 트래킹 - 2. 롯데월드는 입장권보다 자유이용권이 더 싸다 (0) | 2019.12.18 |
롯데월드 트래킹 - 1. 롯데월드가 트래킹 장소로 정해지다 (0) | 2019.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