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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겨울 내장산 등반기 - 2. 눈 내린 내장산을 오르다 본문

연재/산에 오르다

겨울 내장산 등반기 - 2. 눈 내린 내장산을 오르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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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눈 내린 내장산을 오르다

 

온갖 걱정과 불안, 짜증이 날 감싸고 있었다. 그건 나뿐 아니라 동행자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끼친 것이다. 해서는 안 될 짓을 철저하게 계속 하고 있었다.

 

 

내장산도 처음이고 겨울 산행도 처음이다.   

 

 

 

 

삶은 활동에 무르익는다

 

그렇게 불만만 높아질 즈음, 엄니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해 보니 오해가 풀린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찬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조금씩 마음도 풀려갔다. 그렇게 서서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

내장산에 내렸을 땐 칼바람이 얼굴을 그대로 때려 온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렸다. 어찌나 추운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더라. 그래서 아이젠도 차고 귀마개도 하고 모자도 눌러 쓰고 길을 걸었다.

내장산까지 가는 길은 한참 멀었지만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편했다. 거기에 아이젠까지 차고 걸으니, 무엇이 무서울쏘냐. 한참 걸으니 몸에서 열이 나고 맘도 자연히 풀렸다. 오후에 눈이 내릴 거라더니, 지금 날씨는 구름도 거의 없고 환하기만 했다. 산책로를 걸으며 마음의 여유를 찾았고 그제야 이곳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눈이 잔뜩 쌓였지만, 걷다보니 열도 나고 좋다.   

 

 

 

신선봉에 미처 오르지 않고 내려오다

 

내장사에서 케잌을 먹었다. 달콤한 게 들어가니 몸도 풀리며 기분도 좋아진다. 어디로 걸어갈까 하다가 신선봉에 가기로 했다. 계곡을 따라 걸어가는 길은 참 좋더라. 산책로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이 나왔다. 아이젠을 찼기에 괜찮을 거란 생각으로 오르는데 어찌나 비탈졌는지 미끄러지더라. 평지를 걸을 때와 달리 힘도 배 이상 들었다. 조금 오르다가 쉬고, 오르다가 쉬고를 반복했다. 걸어간다기보다 기어오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거의 한 시간 정도 끙끙거리며 올랐나 보다.

거긴 아무 이름도 없는 동산이었는데 거기서 우린 내려오기로 맘먹었다. 20분 정도 더 가면 신선봉이었지만 내려갈 길이 아마득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근데 그게 기우였다. 내려가는 길은 오히려 편하고 재밌었기 때문이다. 스케이트를 타듯이 내려오면 되니 시간도 거의 들지 않고 몸도 편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신선봉에 오를 걸 그랬다.

 

 

신선봉엔 오르지 않았다. 내려갈 땐 너무 빨리 내려가니 오히려 오르지 않은 게 후회되더라.   

 

 

 

겨울 산행의 묘미

 

내장사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김밥과 컵라면, 내 생애에 그렇게 맛있는 점심은 오랜만이었다. 난 괜찮았지만 경수는 덜덜 떨며 먹었고 오한이 오는 듯했다. 급속도로 체온이 내려가며 기진맥진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 옆에 있는 가게에 양해를 구하고 들어가 난로 곁에 앉아 몸을 풀어야 했다. 그때부터 기막히게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라.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게 몰아쳤다. 산책로로 눈을 맞으며 걷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겨울 산행. 정말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겨울 들어 가장 춥다던 날인데도 꽤 많은 사람이 동장군과 친해지러 산행을 나왔다. 같이 동행하고 그 추위를 즐기는 속에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움츠릴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든 당당히 맞서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새 가능성이 열린다. 올 테면 오라지 내가 친절하게 맞이할 테니 말이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 같던 시간

 

문장이 끝나면 마침표를 찍는다. 그건 곧 하나의 내용이 끝났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쉼표는 긴 내용의 호흡을 조절할 뿐 내용이 끝나지 않았음을 말한다. 이번 여행이야말로 내 인생에 쉼표와 같은 여행이었다. 이 쉼표 뒤에 어떤 내용이 써질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한 템포 쉬었으니 더 힘껏 내용을 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비판보다는 이해로, 그리고 내 삶의 통찰로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겨울 산행도 나름 매력이 있더라. 그래서 사람들이 찾는 거겠지.  

 

 

인용

목차

1. 돈에 휘둘리며 시작부터 꼬이다

2. 눈 내린 내장산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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