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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겨울 내장산 등반기 - 1. 돈에 휘둘리며 시작부터 꼬이다 본문

연재/산에 오르다

겨울 내장산 등반기 - 1. 돈에 휘둘리며 시작부터 꼬이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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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에 휘둘리며 시작부터 꼬이다

 

겨울이 되면 모든 생물체의 활동도 정지되거나 느려진다.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한 소금 푹 자고 하릴없이 TV나 보는 것, 그게 겨울이면 생각나는 가장 행복한 광경이다.

지금처럼 삼한사온은커녕 연일 계속 되는 추위에 노출되다 보면 당연히 더 그와 같은 광경이 그리워진다. 그런데 날씨가 그렇다고 방안에만 처박혀 있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몸도 축축 쳐질 뿐만 아니라 마음도 유약해지고 도전정신도 물러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선 우울증에 걸리기 십상이다.

 

 

겨울산행은 처음이다. 이것만으로도 떨리는데 아침부터 된통 꼬였다.

 

 

겨울 & 생일 & 여행

 

추운 날씨 탓(?)에 움직이기 싫고 그래서 방에 하루 종일 누워있으니 몸과 맘은 다 느긋해지며 심지어 뭘 하기조차 싫어지고 그러다보니 더 위축되고 의기소침해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생의 가능성을 좀 먹는 마의 사이클이라 할만하다. 뭐든 과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법이다. 그렇기에 춥다고 위축될 것이 아니라 추위를 즐기며, 더우면 더위를 즐기며 적당히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어찌 보면 나의 생일을 계기로 추진하게 되었다. 여기엔 겨울의 추위를 즐기려는 생각이 아예 없었다. 단지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예정지로 정한 곳은 강릉, 강화도, 목포, 강진 정도였다. 여행의 컨셉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돌아다니며 움직이는 여행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담소를 나누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더욱이 떠나기로 한 날엔 한파가 절정에 이를 뿐 아니라 눈까지 제법 많이 내린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고려 사항이 되었다. 그런 이유들이 차곡차곡 정리가 되어 제3의 장소로 떠나자고 한 것이다. 정읍의 내장산으로 가는 것이며, 겨울 산행이다.

정해지긴 했지만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기에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얼마나 추위가 매서울지, 눈으로 뒤덮힌 산길이 괜찮을지 그 모든 게 걱정이 되었다. 오죽했으면 경로를 바꿀 생각을 여행 떠나기 하루 전까지 했을까. 하지만 생각하고 계획하는 게 귀찮아서, 새로운 경험이 나쁘진 않아서 그냥 추진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겨울 산행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돈이란 망령에게 영혼을 뺏긴 사내

 

무소유, 돈에서 자유로워진 삶, 이것이야말로 나의 철학이고 내 삶의 지표다. 과연 얼마나 가벼워졌을까?

15일 새벽 3시에 문자가 왔다. 날카로운 기계의 진동소리에 잠을 깼다. 전주에 사는 사람이 기타를 사겠다고 한 것이다. 그간 타지역에서 기타 문의가 와서 몇 번 거절했던 터라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뒤척이다가 6시에 일어나서야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8시에 뜨란채 앞에서 거래하기로 한 것이다.

불쑥 끼어든 돈의 유혹에 여행 계획도 변경되었다. 원랜 820분에 집 앞에서 경수의 차를 타고 터미널로 가려 했으나,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덩달아 기타를 매고 거기까지 걸어가기에도 시간은 넉넉지 못했다. 하는 수없이 어머니에게 태워달라고 했다. 갑작스런 중고매매 요구로 뭔가 이상하게 일이 꼬여가고 있었고 그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일은 커졌는데 거래가 성사되기는커녕 일방적으로 취소당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래저래 화는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래서 결국 어머니가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었고 그렇게 여행은 순조롭지 않게 시작되었다. 당연히 내 얼굴 표정은 최악이었고 이런 저런 불안감은 그대로 전달되어, 정읍까지 버스로 가는 길은 최악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책임은 어디에 있는 걸까? 두 말할 필요 없다. ‘돈에 얽매이지 말자고 외치면서 실상 돈을 욕망하고 그 무게에 짓눌려 있던 나 때문이었다. 돈이 들어온다는 그 생각 하나 때문에 모든 걸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난 자본의 탐욕,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 폐해는 여행의 즐거움을 송두리째 잃게 만들었다. 누굴 탓하랴. 나의 이율배반이 문제였던 것을 말이다.

 

 

그래도 터미널까지 시간 맞춰 잘 왔다.   

 

 

인용

목차

1. 돈에 휘둘리며 시작부터 꼬이다

2. 눈 내린 내장산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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