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학교를 내 손으로 직접 꾸미는 도배 프로젝트의 시작
단재학교는 2월에 개강을 하며 한 달 동안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학생들이 만들어가도록 했다. 그래서 바로 서로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회의를 하며 각자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얘기한 것이다.
▲ 단재학생들 회의 장면. 16년 트래킹 장소를 정하려 모였을 때의 모습.
‘도배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이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당연히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을 제시했다. ‘영화보기’, ‘애니메이션 보기’, ‘TV 보기’의 삼종 세트는 늘 수동적으로 억압받고 살아온 아이들이 손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무래도 영상의 홍수 속에 살다 보니, 영상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뿐더러, 그것만 계속 볼 수 있다면 그만한 ‘개이득(요즘 아이들의 유행어)’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단순하면서도 평상시에 하고 싶던 것들이 여기저기 봇물 터지듯 나오던 그때, 현세는 눈치 볼 것도 없이 아주 태연하게 “학교를 꾸몄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의 의견과는 완전히 다른 의견이었기에 눈이 커지며, 『송곳』이란 웹툰의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기어이 한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란 말이 떠올랐다. 물론 현세가 ‘송곳’ 같은 인간이라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뭔가 특이하면서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긴 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이 늘 일관될 순 없지만, 그래도 한 순간에 팍팍 튀는 생각을 하고 그걸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는 게 멋있어 보였다. 바로 이 말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우리는 도배를 하게 되었다.
▲ 이렇던 공간이 이제 도배를 하여 바뀌게 된다.
몸을 움직일 때 삶의 행복이 스며든다
처음 시작할 땐 모두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우리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해요?”, “그러지 말고 사람 불러서 해요” 등등의 볼멘소리를 했다. 근데 솔직히 나도 두려움이 앞섰다. 한 번도 도배를 해본 적이 없으니, 과연 잘할 수 있을지, 그리고 무척 힘들지 않을지 걱정이 됐던 것이다. 아마도 아이들의 그런 넋두리는 나처럼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는 불안 때문에, 왜 그런 일을 우리가 해야 하냐는 불만 때문에 나온 것이리라.
하지만 막상 시작하여,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는 법을 터득하고 보니, 언제 그렇게 싫은 소리를 했냐 싶게 진도도 빨리 나가며, 신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이럴 때 보면 ‘톰소여의 페인트칠’이 거짓말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톰소여는 친구들을 속이기 위해 짐짓 즐거운 척 일을 했겠지만, 적어도 그의 친구들은 그게 재밌고 신나서 일이라 생각하며 했을 테니 말이다. 그처럼 아이들도 하나씩 하나씩 도배를 하며 방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흥취에 젖어, 그리고 이걸 자신이 직접 한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일을 하게 됐던 것이다. 그러니 겉으론 “힘들어 죽겠어요”라는 말을 하지만, 얼굴 표정은 훨씬 밝아졌고 도배를 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 도배지가 도착했다. 아이들 얼굴은 심란함이 가득하다.
인용
1. 교사상이 변하다
2. 학교를 내 손으로 직접 꾸미는 도배 프로젝트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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