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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학교 도배기 - 1. 교사상이 변하다 본문

학교/단재학교 이야기

단재학교 도배기 - 1. 교사상이 변하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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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사상이 변하다

 

단재학교는 2년 전부터 새 학기를 2월에 시작하고 있다. 아무래도 제도권 학교에 비해 한 달을 빨리 시작하는 만큼 이때만큼은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새 학기를 준비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올해는 더욱 특별하게 2월 한 달 동안 학생 중심 학교를 표방했다. 교사들이 정한 시간표에 맞춰 수동적으로 따르지 않고 학생들이 커리큘럼을 만들고 그 시간에 맞춰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물론 학교이니만치 아무런 제재나 틀이 없을 순 없다. 그래서 정한 게 개인이 각자 활동하는 건 안 되며 함께 활동해야 한다는 것만 정하고 나머지는 아이들의 자율적인 판단과 협의에 맡기기로 했다.

 

 

3월의 우리끼리 프로젝트 회의 사진. 2월에 찍은 사진이 없어 아쉽다.

 

 

 

산업혁명기의 교사상

 

이때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교사는 학생의 앞에 서서 학생을 인솔하며, 그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대나 사범대에선 교수법이랄지, 전공과목의 지식을 갈고 닦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학생은 미성숙하며, 부족한 존재이기에, 교사가 성숙에 이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며 지식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에 대해 누구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에 교육부가 발급한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으로만이 교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산업화 혁명 이후 등장한 근대학교의 교사자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며 공장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력이 엄청나게 필요해졌다. 그때 지금과 같은 형태의 학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공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냈던 것이다. 당연히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도록 실무적인 능력, 또는 정답 맞추기식 공부가 가능했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한 교실에 최대한 많은 학생을 넣고 분초단위로 쪼개진 시간표대로 규격화시켜야 했던 이유는 산업혁명과 관련 되어 있다. 

 

 

 

혁명기 이후의 교사상

 

하지만 100년여가 지나며 학교의 형태는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더 이상 절대적인 진리를 운운하며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할 수 없는 세상이 온 것이다. 세상은 급변했고, 지식의 가치는 나날이 하락했다. 그렇기 때문에 짜투리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아느냐?’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으며, ‘기존의 지식을 어떻게 자기화하고 하나로 꿰뚫어 통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게 되었다. 더 이상 컨베이너 벨트를 따라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는 기계화된 인간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 컨베이너 벨트 너머를 상상하고 그걸 현실화할 수 있는 창조적인 감성을 지닌 인간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당연히 학교의 역할도 변해야 하고, 교사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 더 이상 전면에 서서 모든 것을 통제하고 가르치려는 교사상이 아닌, 학생과 발맞춰 그들 안의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교사상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교사의 역할이란 당연히 지켜볼 수 있느냐?라고 할 수 있다. 지켜볼 수 있으려면 학생의 자발적이며 역동적인 마음을 믿고 응원해 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고, 설혹 교사의 입장에서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섣불리 개입하여 교사의 입김대로 끌어당기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그걸 방임이며 무책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건 아예 교사이길 포기할 때나 쓸 수 있는 말일 뿐이다. 교사의 마음을 지니면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면서,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때 불쑥불쑥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을 추슬러야 하고, 교육이란 이름으로 간섭하고자 하는 마음을 억눌러야 한다. 누군가에게 간섭하여 그를 수동적인 존재로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수동적인 존재인 그들을 능동적인 존재로 인정하고 지켜보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진행할 때 아이들은 모든 걸 맘대로 하려 하기에 밑도 끝도 없이 틀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누가 보면 돗떼기 시장같은 정신없음과 왁자지껄한 모습에 역시 아이들은 통제를 해야 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그건 교컴 겨울수련회 때 말했던 이은진쌤이 말마따나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어서, 그런 순간을 넘어가면 서로에게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작년 9월 16일에 찍은 사진. 아이들은 나름 규칙을 만들며 지켜 나간다. 함께 모여 게임을 하는 모습. 

 

 

인용

목차

1. 교사상이 변하다

2. 학교를 내 손으로 직접 꾸미는 도배 프로젝트의 시작

3. 학교 도배하기와 노동착취?

4. 도배하며 시간의 흐름을 체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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