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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학교 도배기 - 4. 도배하며 시간의 흐름을 체득하다 본문

학교/단재학교 이야기

단재학교 도배기 - 4. 도배하며 시간의 흐름을 체득하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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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배하며 시간의 흐름을 체득하다

 

아이들이 단재학교의 벽면을 도배하니 한 학생이 부모님이 본다면 화를 내셨을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충분히 이해되는 학부모님의 반응이지만 이런 학생의 활동 자체를 노동착취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소비주체로 자신을 구성한 학생들을 노동주체로 세우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고 이런 내용을 알기 위해 우치다 타츠루의 인용구를 말했었다.

 

 

노동은 밥심에서 시작된다. 밥도 맛나게 간식도 맛나게 먹는다. 

 

 

 

시간의 흐름과 공부

 

이런 분석이 담고 있는 내용은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경험해봤으며 그걸 감내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집에서 아이들이 설거지를 한다든지, 청소를 한다든지, 심지어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한다든지 하는 모든 일들이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받아들이며 노동주체를 세워가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됐을 때, 비로소 공부와 같이 시간의 흐름이 중요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먹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 아이들은 열심히 한다.  

 

 

그렇다면 왜 공부를 하기 위해선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게 필요한 것일까? 공부란 공부를 막상 시작하기 전엔 어떤 가치들을 얻게 될지, 그리고 그 후에 또 어떤 변화가 뒤따를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목표중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공부를 했더니 이전보다 10점이 올랐다라는 객관화된 수치로 확인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단화된 공부에 한해서 그런 것이지 공부의 원래 내용과는 무관한 것이다.

 

 

노력이라는 것을 일종의 상거래쯤으로 여기는 사람은 이 같은 시스템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력하게 만드는 이상, 노력한 이후에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사전에 보여 달라. 그러면 노력하는 데 훨씬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착각입니다. 원래 인센티브라는 것은 수업과는 무관한, 본질적으로 반수업적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왜 반수업적인가 하면, 인센티브incentive(동기, 장려금, 보상, 격려 등을 의미)의 가치는 노력하기 전에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노력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이 효과적인 것은, 노력하기 이전에 돈의 가치를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수업이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닙니다. 수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란, 수업하기 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우치다 타츠루 저, 샘터, 2015, 19

 

 

위의 인용문에서도 여실히 알 수 있다시피 공부란 실제로 해보기 전엔 무엇이 바뀔지, 무슨 도움이 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하고 싶기에, 또는 궁금하기에 미지未知에 몸을 투신하는 행위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시간이 흐름을 내면에 깊숙이 받아들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부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며, 그에 따라 언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전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고 시간에 온 몸을 맡겨 흐를 수 있으려면 이미 여러 노동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도배지를 붙일 수록 학교가 더욱 화사해져가는 기분이 남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의 활동 중에 몸을 움직여서 하는 활동이 있다면 그걸 단순히 노동력 착취라는 산업혁명 시대의 발상으로 생각하여 비판하기보다, 소비주체로 자신을 세운 아이들을 노동주체로 탈바꿈 시키는 과정이라 생각하여 응원해줘야 맞다. 그럴 때 지금처럼 아이들이 도배지를 한 장 한 장 붙이며 완성되어 가는 느낌에 활짝 웃기도 하고, 진실하게 흘린 땀방울에 뿌듯함을 느끼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거기다가 분위기가 확 달라진 학교를 보며 학교에 다닐 맛까지 나는 건 덤이리라.

 

 

도배를 다 마치고 피곤할 텐데도 집에 수이 가지 않고 공포게임 '마녀의 집'을 하고 있다. 체력 정말 좋다.   

 

 

 

도배일지

 

21(): 회의를 통해 도배하는 것으로 결정 및 도배지 주문

23(): 1층 도배지만 도착함

24(): 1층 거실, 연극팀방, 여학생방, 도서관, 부엌만 도배함

25(): 2층 영화팀방, 영어팀방, 남학생방, 도배함.

217(): 1층 연극팀방, 도서관, 부엌, 2층 컴퓨터방, 공부방을 도배함

218(): 2층 거실 도배하고 계단에 단재학교 활동사진을 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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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노동으로 학교는 이렇게 바뀌었다. 

 

 

인용

목차

1. 교사상이 변하다

2. 학교를 내 손으로 직접 꾸미는 도배 프로젝트의 시작

3. 학교 도배하기와 노동착취?

4. 도배하며 시간의 흐름을 체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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