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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곤륜을 연민의 감정으로 그려내다
이 시는 양반댁에서 머슴살이하는 한 인간을 그린 것이다. 작품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니,
제1부에서는 주인공 곤륜의 외모와 성격을 묘사했으며,
제2부에서 그가 모슴으로 들어온 경위 및 들어와서 취했던 행각을 소개한다.
제3부는 작중의 현재인데 여기서 하나의 사건이 터진다. 바닷물이 밀려드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곤륜이 늦장을 부려 농사를 망치게 된다.
시는 곤륜의 주인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다. 주인은 실세(失勢)한 양반이다. 양반의 처지에선 스스로 경작을 할 수 없고 부득이 머슴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당시(18세기 전반기) 농촌에 일손이 딸려서 품을 구하기 어려웠으며 건장한 머슴을 들이기도 용이치 않았다. 곤륜 같은 사람을 머슴으로 들인 데는 그런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서술자의 관점에서 주인공 곤륜은 부정적인 면모를 띠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증오의 대상으로 잡은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의 용모와 행동을 희화적인 필치로 과장하고 있는데, 그 필치 속에 자조적 기분도 섞인 것 같다. 저 곤륜의 흉물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짓에서 분노의 감정보다도 도리어 웃음이 나오는데 일말의 연민(憐愍)의 정마저 느껴진다. 이 작품은 실세한 양반의 특수한 생활 현상을 특이하고 재미나게 부각시키고 있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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