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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교양(Education)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교양(Education)

건방진방랑자 2021. 12. 1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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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Education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가장 쓸모 있는 공부는 영어와 컴퓨터일 것이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영어에 능숙하고 컴퓨터를 잘 다루면 학교 성적은 물론이고 장차 취업과 승진에도 훨씬 유리하리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영어와 컴퓨터를 잘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공부의 목적이 아니라 다른 공부를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영어를 배우는 목적은 외국어로 된 문헌을 읽거나 외국인과 소통하기 위해서이며, 컴퓨터를 배우는 목적은 정보화 시대를 맞아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영어와 컴퓨터를 공부의 목적으로 삼는 것은 수단을 목적으로 여기는 전도적 가치관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본말이 전도(顚倒)되어 있는지는 교육에서부터 드러난다. 원래 교양과 교육을 함께 뜻하는 education이라는 단어가 주로 교육으로만 통용되는 게 그 단적인 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도 그런 전도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문과의 법학과 경영학, 이과의 의학과 공학이다. 그런데 그것들은 모두 응용학문(應用學問)이다. 그런데 문제는 응용학문의 위세에 눌려 철학과 역사, 물리학과 수학 등 기초학문이 지나치게 위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초학문이 튼튼해야 응용학문이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고 보면 우리 사회의 전도 현상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현대 사회에서 기초학문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학문을 형성하는 동시에 응용학문에 대해서는 교양의 역할을 한다.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철학과 사회학이 교양으로 필요하고, 의학을 공부하려면 화학과 생물학이 교양으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대학에서는 대개 기초학문들이 교양 강좌로 개설되어 있다.

 

 

교양이란 원래 고대 그리스-로마의 자유 과목(liberal arts)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말 그대로 특별한 전문 과목이 아니라 자유로이 선택하는 과목, 다시 말해 올바른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적ㆍ도덕적 기초 지식을 뜻하는 것이었다. 중세에 접어들면서 교양은 한층 체계화된다. 중세의 스콜라 철학자들은 교양과목을 모두 일곱 가지로 구분하고, 문법, 수사학, 논리학의 3과를 기초 과목으로, 산수, 기하, 음악, 천문학의 4과를 심화과목으로 정했다. 이 중세 7과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인문학(humanitas)이라고 불리게 된다. 자연과학의 시대인 19세기에 자연과학을 이루는 학문들이 인문학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인문학은 철학, 역사, 정치학 같은 전통적 학문들과 더불어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언어학 등의 신흥 학문들을 아우르는 의미로 정립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의 위기는 곧 교양의 위기와 통한다. 학문의 직접적인 활용도가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인문학과 교양이 뒷전으로 밀린다. 그러나 앞으로 이 세상에서 법학과 의학이 사라진다 해도 철학과 역사는 반드시 남을 것이다(오늘날 법학과 의학에서 이룬 성과도 결국에는 철학과 역사 속에 포함된다), 인문학과 교양은 여타 학문들의 토대이자 궁극적인 목적이며, 해당 시대의 사회와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창문이라는 점에서 필연성을 가진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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