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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관료제(Bureaucracy)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관료제(Bureaucracy)

건방진방랑자 2021. 12. 1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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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제

Bureaucracy

 

 

상명하복(上命下服). 위에서 명령하면 아래에서는 무조건 복종한다. 복지부동(伏地不動).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고 바닥에 엎드려 몸을 사린다. 공무원의 소극적인 업무 자세를 비난할 때 흔히 사용하는 어구다. 모든 공무원이 그렇다면 나라가 제 꼴이 날 리 없겠지만, 일부 공무원은 실제로 그런 자세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런 말이 나왔을 터이다. 그런데 그런 현상은 공무원 사회에만 있는 게 아니라 관료제 특유의 병폐다.

 

 

관료제는 현대 국가가 국민을 통치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국가가 탄생한 이래 관료(고위 관리)와 관료의 지배는 늘 존재했으나 관료제는 현대의 산물이다. 과거에 있었던 관료의 지배와 현대 국가의 관료제는 무엇이 다를까?

 

과거의 국가나 현대 국가나 국가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관료행정이 필수적이다. 무릇 국가라면 국민을 보호하고 국토를 수호하기 위해 군대와 경찰력을 유지하고, 각종 공공기관을 운영하고, 세금을 거두어야 하는데, 이런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집단이 관리들이다. 관리는 각자 자신의 의무에 맞는 권력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국가와 현대 국가는 관리가 권력과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현대 국가는 국민이 주인이지만 과거의 왕국이나 제국은 지배자가 곧 국가였다. 그렇기 때문에 왕-관료-관리-백성에 이르는 통치 라인이 인격적으로 구성되었고 관리를 임용할 때도 개인의 능력보다 신분이 우선시되었다. 또한 관직이 높은 고관은 하급 관리들에게 전권을 행사했으며, 정해진 임기도 없고 부하들의 인신까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관리의 부패가 많았던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점은 일찍부터 국가가 관리들을 통해 백성들을 지배한 중국의 역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18세기 초 청나라의 황제인 옹정제(雍正帝, 재위 1722~1735)는 관리들의 부패가 극심한 탓에 중앙으로 수송되는 조세가 부족해지자 관리들의 청렴을 배양하려는 취지에서 양렴은(養廉銀)이라는 제도를 시행했다. 지방관들에게 별도의 녹봉까지 얹어주면서 백성들을 지나치게 닦달하지 말고 조세를 제대로 수송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였다. 관리들이 조세에서 떼어먹을 몫을 미리 수당으로 지급하는 발상이 나올 정도라면 왕조 시대에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얼마나 극심했는지 짐작이 간다.

 

 

현대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주권의 소유자가 비인격적이라는 뜻이다. 국민 개개인은 인격적 주체이지만 전체로서의 국민은 비인격적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관료제의 행정은 비인격적으로 집행된다. 관료제의 체계에서 특정한 직위에 딸린 권한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 권한은 그 직위를 차지하고 있는 관리라는 인물이 아니라 직위 자체에 부여된다. 그런 점에서 관료제는 현대적 합리성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다. “관료제적 지배는 기본적으로 지식 기반에 대한 통제를 의미한다. 이것이 관료제를 특히 합리적으로 만드는 특징이다. -베버, 사회 · 경제조직론

 

문제는 합리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현대 관료제는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지 못하고 전혀 합리적으로 기능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의 관리들이 백성들을 임의로 착취했다면 현대의 관리들은 법적 규정을 악용하고 남용하는 방식으로 부정을 저지른다(이것 역시 인격성과 비인격성의 차이다). 게다가 관료제의 각 직책은 형식적 효율성에 따라 임무와 권한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직책들 간의 소통이 가로막힌 경우가 많다.

 

이런 관료제의 병폐는 자본주의모순을 극복했다고 주장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회주의 체제의 관료 집단은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가처럼 지배자이자 착취자의 역할을 한다. 그뿐 아니라 생산수단이 대부분 국유화되어 있기 때문에 막강한 권력까지 소유한다. 그래서 사회주의 국가의 관료제를 일종의 과두정치(寡頭政治)와 같은 지배 방식으로 간주하는 학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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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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