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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관용(Tolerance)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관용(Tolerance)

건방진방랑자 2021. 12. 1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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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

Tolerance

 

 

차이와 차별은 분명히 다른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자주 뒤섞이며, 때로는 의도적으로 혼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할 때 학력 차이를 학력 차별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학력에 따른 편차가 비상식적일 정도로 심할 경우다). 또 우리 사회처럼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주의가 여전히 우세한 사회에서는 남녀의 성적 차이를 성적 차별로 몰아가려는 불순한 의도가 자주 포착된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거부하라! 이것이 관용의 기본 모토다.

 

관용을 흔히 톨레랑스(tolérance)’라는 프랑스어로 말하는 관행은 역사적이고 종교적인 데 연원이 있다. 16세기 초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불을 지핀 종교개혁의 불길은 순식간에 전 유럽을 휩쓸었다. 당시 종교 갈등이 가장 심했던 곳은 칼뱅주의의 본산인 프랑스였다. 위그노라고 불린 프랑스의 칼뱅주의자들은 프랑스에서 국가 안의 국가라고 불릴 정도로 세력이 막강했다.

 

더 이상 그들을 좌시할 수 없다고 본 프랑스의 가톨릭 정권은 대대적인 신교 탄압에 나섰다. 위그노전쟁(Huguenots Wars)이라고 알려진 이 갈등은 1562년부터 30여 년 동안 지속되어 프랑스 전역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신교도 출신의 앙리 4세가 1598년 낭트칙령을 내려 구교와 신교의 타협을 유도함으로써 오랜 종교적 갈등을 매듭지었다. 종교 때문에 그렇게 격렬한 내전을 벌인 것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관용이라는 기치 아래 통합을 도모했다. 신앙의 차이는 인정하되 그 차이로 인한 차별은 폐지한다는 게 당시 관용의 이념이었다.

 

 

프랑스에서 위그노전쟁이 한창일 때 바로 이웃인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의 치세를 맞아 영국 르네상스의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영국에도 관용이 필요한 상황이 닥쳤다. 이번에도 역시 문제는 종교였다. 영국의 칼뱅교도인 청교도들은 가톨릭 군주인 제임스 1세가 종교적 반동으로 돌아서자 즉각 반발했다(그의 신교 탄압으로 1620년에 한 무리의 신교도들이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아메리카로 이주한 것은 훗날 미국의 기원을 이루었다).

 

이 갈등은 1642년 내전(청교도혁명)으로 번졌는데 이것은 한 차례의 진통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청교도 세력이 몰락한 것은 구교와 신교 양측이 타협을 이루기에 유리한 조건이 되었다. 마침 가톨릭 세력은 강력한 왕권을 지지했고 국교회 세력은 의회를 지지했으므로 종교 분쟁은 정치 체제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었다. 결국 1688년 왕당파와 의회는 군주제를 존속시키면서 의회가 권력을 차지하는 기묘한 타협을 이루었는데(명예혁명), 그 결과 세계 최초의 입헌군주제와 의회민주주의 국가가 탄생했다.

 

당시 영국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폭넓은 존경을 받았던 로크(John Locke, 1632~1704)는 재빨리 관용론이라는 책을 써서 종교적 파벌의 상호 관용을 호소했다. 그 자신은 국교도였으나 로크는 종교로 인해 자신의 사상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새로운 정치 체제가 붕괴하는 일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고 여겼다. 국가는 교회가 국가에 반대하는 행위를 하지만 않는다면 어떤 교회에도 제재를 가해서는 안 된다. 또한 교회는 다른 교파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신앙을 강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관용론의 골자였다. 정치와 교회를 완전히 분리하는 로크의 사상은 특히 식민지인 아메리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진 관용의 개념은 아직도 종교 갈등을 겪고 있는 현대 사회의 일부 국가들에게서 여전히 통용된다. 그러나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에서 관용은 종교만이 아니라 각종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기초적인 이념의 역할을 한다. 특히 여성이나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 동성애자나 외국인 같은 사회적 소수자가 관용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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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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