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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봉산동촌(宿鳳山東村) - 해설. 외아들을 명청의 국제정세에 잃은 할머니의 하소연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숙봉산동촌(宿鳳山東村) - 해설. 외아들을 명청의 국제정세에 잃은 할머니의 하소연

건방진방랑자 2021. 8. 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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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외아들을 명청의 국제정세에 잃은 할머니의 하소연

 

이 시는 황해도 봉산 고을의 동촌이란 마을에 과객(=시인)이 들러서 할머니와 나눈 이야기로 엮인 것이다. 1620년경의 겨울 어느 날이 시의 현재다.

 

그전에 이조 정부는 명의 지원 요청을 받고 13천의 군대를 요동으로 파견했다. 우리로서는 끼어들지 말았어야 할 싸움터에 들어가서 우리의 수많은 자제들이 희생되었을 뿐 아니라, 인원의 상당수는 적측으로 돌아섰던 것이다. 이 역사 사실이 시의 중심 내용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작중 할머니의 외아들도 그 싸움터에 끌려나갔다가 전사한 것이다. 이 할머니에게 재난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자식을 잃고 비탄에 잠긴 할머니 앞에 웬 관군이 들이닥쳐 식량이며 의복을 탈취해간 것이다. 지금 할머니는 목숨이 모질어 살아는 있지만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 하[頑命雖存不如死 ]”다고 한숨 쉬고 있다.

 

시인 자신도 지난 파병의 고통을 직접 당한 처지였다. 바로 그의 친아우가 문관으로 참여했다가 천신만고 끝에 귀환했다. 그런데 또 살아 돌아온 때문에 무고를 받아 유배를 당했던 것이다. 할머니의 호소가 시인에게 남달리 들리고 생각한 바 깊었을 것임은 물론이다. 작품 내용의 진지성은 이에 연유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당시 국제정세의 흐름이나 내부 현실의 모순을 전체적으로 읽지 못했던 시인으로서는, 군의 존재를 회의하면서도 다른 방안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막연히 평화를 염원하는 관념으로 귀착할밖에 없었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1, 창비, 2020,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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