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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석 - 노옹문답(老翁問答)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이경석 - 노옹문답(老翁問答)

건방진방랑자 2021. 8. 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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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년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할배와 이야길 나누다

노옹문답(老翁問答)

 

이경석(李景奭)

 

行投葛院宿 有翁年八十 길을 가다 갈원에 투숙하니 할배의 나이 팔순이었고
復有一老嫗 與之相對泣 다시 한 할매가 있어 할배와 할매가 서로 대하며 눈물 쏟고 있었네.
問翁悲何事 欲答還嗚咽 노인께선 무슨 일로 슬퍼하시오?”라고 물으니 대답하려다 도리어 오열하더니,
拭淚乃吐懷 儂本饒生活 눈물을 닦고 곧 회포를 토로했네. “나는 본래 넉넉하게 생활해
有男已成丁 有族能相恤 아들은 이미 장정이 되었고 친척들이 서로 구휼할 수 있었으며
煙火自一村 共保耕鑿樂 밥 짓는 연기[각주:1]가 절로 한 마을을 이루어 함께 태평성대의 즐거움 보전했죠.
誰意値大無 賦斂仍刻迫 누가 생각했겠어요 흉년[각주:2]을 당해 세금 부과함이 여전히 각박해서
居難一日支 一朝盡蕩柝 거처함에 하루도 버티기 어려워 하루아침에 모두 흩어지리란 걸.
骨肉不相保 流離各南北 골육지간(骨肉之間)도 서로 보존하질 못하여 유리걸식하여 각각 남과 북으로 갔죠.
嫗乃儂之妻 道路偕行乞 할매는 곧 내 아내로 도로에서 함께 구걸을 행합죠.
嗟來忍羞恥 得以延今日 옛다 먹어라[각주:3]!라는 모욕적인 부끄러움을 참고 오늘까지 연명할 수 있었죠.
卽今迫天寒 歲徂何以卒 지금은 추운 날씨이 닥쳐 해 가는 것을 어떻게 마칠 수 있겠어요?
破衣不掩體 霜風吹到骨 해진 옷은 몸 가리질 못해서 서리와 바람이 불자 뼈에 사무쳐요.
欲還舊墻屋 村空但蒿荻 옛 집으로 돌아가려 해도 마을은 비어 다만 덤불뿐이죠.
縱能葺茅茨 無力充徵索 가령 초가집 엮을 수 있다해도 세금[각주:4]을 충당할 힘이 없어요.
只應死道路 白骨竟何托 다만 응당 도로에서 죽으리니 백골을 마침내 어디에 부탁하겠어요.
是以心自悲 念之涕橫臆 이 때문에 마음은 절로 슬퍼져 그걸 생각하니 눈물이 가슴까지 흐르는 거죠.”
我聞翁之言 爲之增太息 나는 할배의 말을 듣고 그 말 때문에 크게 한숨이 더해졌다.
翁乎且無悲 此患非爾獨 할배여! 또한 슬퍼 말아요. 이 근심 당신만이 홀로 그런 게 아니고
人多爲轉屍 翁幸免溝壑 사람이 많이 구르는 시체가 되는데 할배는 다행히 골짜기에 시체로 굴러다니는 걸 면했으니.
試看負戴者 孰云秋已熟 시험 삼아 보시오 지고 이는 유랑하는 사람 중 누가 가을이 이미 곡식이 익을 때다.’라고 하는지?
鄭公雖有圖 苦語未寫得 정협(鄭俠)은 비록 유민도가 있지만 괴로운 말은 쓰질 못했으니,
願借方寸地 披腹達宸極 작은 마음이라도 가져다 속을 열어 대궐에 통하길 원하니,
君王若聞之 聖情應感惻 군왕이 만약 그걸 듣는다면 성상의 정으로 응당 감개하며 측은해하시리. 白軒先生集卷之一

 

 

 

 

 

인용

목차

문제

해설

 
  1. 연화(煙火):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서 불을 때어 나는 연기라는 뜻으로, 사람이 사는 기척 또는 인가를 이르는 말 [본문으로]
  2. 대무지년(大無之年): 대흉년(大凶年)이란 뜻이다. [본문으로]
  3. 차래(嗟來): 춘추 시대 제(齊)나라에 크게 기근이 들었을 때 금오(黔敖)라는 사람이 길에서 밥을 지어 사람들에게 먹였는데, 어떤 굶주린 사람에게 "불쌍하기도 해라, 어서 와서 먹어라.[嗟來食]"라고 하자, 그가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면서 "나는 오직 불쌍하게 여기면서 무례하게 주는 음식을 받아먹지 않았기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予唯不食嗟來之食 以至於斯也]"라고 하고는 끝내 음식을 거부하고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기(禮記)』 「단궁 하(檀弓下)」 [본문으로]
  4. 징색(徵索) : '징구토색(徵求討索)'의 준말로 돈이나 곡식 따위를 강제로 요구하는 일을 말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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