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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봉산동촌(宿鳳山東村)
이민성(李民宬)
空山雪塞有微徑 | 빈 산 눈이 가로 막았지만 샛길이 겨우 나 있는데 |
孤村煙暝響疏杵 | 외론 마을 밥 짓는 연기도 잦아들고 성긴 방앗소리 울리네. |
薥楷編縛代柴荊 | 수숫대 2 엮어 가시나무 문을 대신하고 |
倚壁無綜有機杼 | 벽에 기댄 것엔 잉아는 없고 베틀과 북만 있지. |
七十老嫗膝過肩 | 70세 노파 쭈그려 앉아 무릎이 어깨보다 높으니 |
見客咿嚘泣且訴 | 나그네인 나를 보고 흐느끼며 3 울다가 또 하소연하네. |
一子年前屬右營 | “한 자식은 몇 해전 우영 4에 소속되어 |
身充火手渡遼去 | 몸소 포수 5를 충당하고서 요동을 건너 떠났지요 |
全師覆沒無得脫 | 전 군사들이 전복되어 6 몰살당하는 걸 벗어날 수 없었으니 |
戰骨沙場收底所 | 싸움터의 유골은 모래벌 어딘가 7에 묻혔겠죠. |
老身單獨與死伍 | 늙은 몸 단신으로 죽음과 동반자로 여기지만 |
抱持幼孫無置處 | 안은 어린 손자 둘 곳조차 없어라. |
前冬戍兵數百騎 | 전 해 겨울 수자리 병사 수백이 말 타고 와서 |
劫掠村閭甚於虜 | 마을을 겁탈한 것이 오랑캐보다 심했어라. |
缾缸一空菹醬竭 | 물장군과 항아리 한 번 비고 김치와 장이 거덜랐으니 |
遺資敢望留筐筥 | 재물 남기길 감히 광주리라도 남겨주길 바라겠어요? |
數口充糊雜橡菽 | 몇 식구는 상수리와 콩을 섞어 풀칠하니 |
四支羸困難掉擧 | 사지가 야위어 거동조차 힘들었죠. |
頑命雖存不如死 | 모진 목숨 비록 살았지만 죽는 것만 못하니 |
死後更有何思慮 | 사후에 다시 어떤 살 고민이 있겠는가요?” |
我聞此言心骨悲 | 나는 이 말을 듣고 마음과 뼈가 슬퍼졌고 |
爾語且休聆我語 | “너의 말은 또한 쉬고 나의 말에 귀 기울여보라. |
我家亦有荷殳人 | 우리 집에 또한 창을 맨 사람이 있었는데 |
萬死生還命如縷 | 여러 번 죽을 뻔하다 생환하였으니 목숨은 실 같았죠.” |
儂今來往爲此耳 | 나는 이제 오고 가며 전쟁을 할 뿐이니 |
聽渠不覺零如雨 | 그녀 말을 듣고 눈물방울이 비 쏟아지는 걸 깨닫지 못했네. |
嗚呼哀哉可柰何 | 아! 슬프구나! 어이 할 거나? |
普天之下奚獨汝 | 너른 하늘 아래에 어찌 유독 당신만 그러겠소? |
安得銷兵息戰鬪 | 어찌 병기를 녹여 전투를 쉬게 하여 |
普天之下無寡女 | 너른 하늘 아래에 과부 없도록 할거나?『敬亭先生集』 卷之十一 |
인용
- 이 시인의 아우인 이민환은 강홍립의 휘하로 출정했다가 부차의 전투에서 후금의 포로가 된 후 17개월 만에 풀려났는데, 다시 무고를 받아 평안도 지방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시인은 그 아우를 보러 봉산 땅을 거치게 된 것이다. [본문으로]
- 촉촉해(薥薥楷): 슈슛대 –신중진, 「곡물명 수록 어휘 자료집의 계보와 그 어휘 목록 분석을 위한 기초 연구」, 2012년 한양대학교 논문 [본문으로]
- 이우(咿嚘): 분명하지 않은 사람의 말소리. 울어대는 소리. [본문으로]
- 우영(右營): 황주에 있었던 황해도 병영 [본문으로]
- 화수(火手): 기관에 불을 때거나 조절하는 일을 맡은 인부, 1619년(광해군 11년) 초에 명나라의 요청으로 청을 치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 파병한 사실이 있었다. 이때 작중 노인의 아들은 火手(포수)로 원정군에 편입 되었다. [본문으로]
- 복몰(覆沒): 배가 뒤집혀 가라앉음, 집안이 기울어져 망함 [본문으로]
- 저소(底所): 본거지, where, wherever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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