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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거아(驅車兒) - 해설. 늙은 총각과 고달픈 소의 스케치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구거아(驅車兒) - 해설. 늙은 총각과 고달픈 소의 스케치

건방진방랑자 2021. 8. 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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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늙은 총각과 고달픈 소의 스케치

 

이 시의 주인공은 달구지를 모는 사람이다. 그는 나이 40이 되도록 아직 장가도 들지 못한 채 산속에서 벌목을 하고 목재를 실어내는 일을 숙명처럼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달구지 모는 아이라는 칭호를 아직 면하지 못한 것이다.

 

작품의 현재는 주인공이 진창길에서 목재를 운반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열 발짝 후유 다섯 발짝 후유[竟日十步五步間]”하는 작업조건에다가 배는 고픈데 밥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은 굶어도 그만이지만 / 소야 주리면 꺼꾸러질 텐데………[兒不食尙可 牛飢恐失足]”라고 소를 우선 걱정한다. 이처럼 기아의 고통을 표현하면서 자기 몸보다 소를 소중히 여기는 일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에게 달구지 모는 일은 일종의 부역인데, 그에게는 숙명적 고역이다. 작품은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10년이나 터벅터벅 달구지를 끄는 소에다 견주고 있다. “사람은 처자도 못 거느리고 소는 새끼도 낳질 못하고[兒身無子牛無犢]”라는 대목에서 고역의 비인도적 성격이 뚜렷하게 된다. 여기서 백성들이 진 고역이 그들의 삶을 무참하게 짓밟았던 사정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역은 아무래도 벗어나기 어려운 체제적 굴레였으니, 시인은 현실적 해결책을 발견하지 못한 나머지 늙은 총각과 고달픈 소의 행복을 되찾는 날을 가상적인 소망으로 처리하고 말았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1, 창비, 2020,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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