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에필로그
20대 초반에 나를 사로잡은 경전, 더불어 살아온 지 어언 반세기, 그 50년의 통찰을 꼭 글로 써서 남겨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었지만, 그 통찰을 글로 옮기는 과정은 솔직히 말해서 나에겐 처참한 투혼의 발로였다. 나의 발언의 형식으로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 국민 모두에게 방영된 내용을 가지고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 박사가 날 고소했다는 것이다. 고소가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고 웃어넘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같이 오직 학문에만 전념하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내 평생 사적이든 공적이든 일체 ‘장’ 자리에 앉은 적이 없다)는 그 번거로운 프로세스가 한없는 모멸감과 배신감, 그리고 울분의 심사를 끓게 만든다.
마음 편하게 해탈된 경지에서 써야만 할 글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어릴 적 내 친구가 폐병으로 피를 토하여 죽어가던 그 모양으로 썼다. 이것은 한 달 만에 피로 쓴 글이다. 혜화경찰서에 출두하여 조서를 쓰기 전에 이 글을 끝내지 못하면 도저히 끝내지 못할 것 같아(내 서고에는 그렇게 중도에 끝나버린 원고가 너무도 많다) 가슴을 졸이며 썼다. 다행히 경찰서 가기 전 열을 시점에 원고를 탈고하고 나니, 후련하다는 느낌보다는 왠지 가슴이 울렁거린다. 가슴에 맺힌 분노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것이다. 반야의 지혜를 얻기 위하여 그토록 필사적으로 운필했는데 나는 번뇌의 불길을 아직 끄지 못했나 보다! 오호라! 화엄의 진리는 이렇게 설파하지 않았는고? 번뇌야말로 열반이라고! 번뇌가 나의 삶의 축복일까?
오도송은 죽을 때까지 계속 써야할 것 같다. 너무도 처절하게 죽어간 무수한 우리현대사의 원혼들이 나의 영혼을 붙들고 울부짖고 있는 한, 나는 해탈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스바하’의 노래도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외친다. 촛불혁명은 반야혁명이다. 반야혁명이 될 때만이 우리는 통일된다. 우리 조선민족의 마음이 하나로 통일되는 그날을 위하여 이 책을 소리 없는 민중에게 바친다. 오늘도 슬픈 하루가 저물고 있다.
2019년 7월 8일
오후 6시
낙송암에서
▲2019년 봉은사 법왕루 '반야심경의 시각에서 본 우리민족의 미래전략' 강연회 모습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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