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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옛 이야기 전문가 김환희 - 7. 닫는 글: 징한 놈의 이 세상 한 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뿐 본문

연재/만남에 깃든 이야기

옛 이야기 전문가 김환희 - 7. 닫는 글: 징한 놈의 이 세상 한 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뿐

건방진방랑자 2019. 4. 2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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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와 옛이야기와 어린이책을 공부하려 할 때만 해도, 이렇게 일이 커질 거라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여는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동화책이란 관점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공부하며 그러한 관점이 옛이야기란 관점으로 바뀌어, 그 가치를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이야기를 전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지도 알게 되었다. 이래저래 모르지만 걸어갔던 길이 나에겐 엄청난 의미로 다가온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안 해도 될 이유는 지천에 널렸다

 

공길: “양반으로 나면 좋으련?” / 장생: “아니, 싫다!” / 공길: “그럼 왕으로 나면 좋으련?” / 장생: “그것도 싫다! 난 광대로 다시 태어날란다.” / 공길: “이 놈아. 광대짓에 목숨을 팔고도 또 광대냐.” / 장생: “그러는 니년은 뭐가 되고프냐?” / 공길: “나야 두 말 할것 없이 광대! 광대지!” / 장생: “.............그래. 징한 놈의 이 세상 한 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 뿐! 광대로 다시 만나 제대로 한 번 맞춰보자.”

 

 

 

 

왕의 남자라는 영화의 끝부분에서 나온 대사다. “징한 놈의 이 세상 한 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 뿐이라는 말이 꽁꽁 동여매 있던 나의 자의식을 해체한다.

뭐든 이걸 하면 나에게 어떤 유익이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어떤 일을 할 때가 있었다. 솔직히 말해, 그건 어떤 일을 하지 않으려는 핑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세상엔 무언가를 해야 할 이유보다 안 해도 될 이유가 지천에 널렸기 때문이다. 정 핑계를 댈 것이 없으면, “왜 저만 가지고 그래요. 쟤도 안 하잖아요.”라고 말하면 끝이었다. 그래서 건너뛰며 달려온 삶 끝에 남은 것은, 한숨으로 얼룩진 지루한 인생 밖에 없는 것이다.

과연 나는 공길이가 묻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장생처럼 아니, 싫다!”를 단호하게 말할 수나 있을까. 눈동자를 굴리며 수많은 생각을 한 후에야 싫은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아.”라고 얼버무리지나 않을까.

김환희 선생님이 말했던 경계인이란 바로 장생처럼 아니, 싫다!’를 단호하게 말하며 자신이 정말 하고자 하는 일엔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걸 테다. 거기엔 이걸 하면 언젠가 이익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나 무언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이걸 한다는 생각 따위는 들어설 공간도 없다. 그저 좋으니 하는 것이고, 하다 보니 좋아지는 것이며, 어느 순간엔 그게 나의 가능성을 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있을 뿐이다. 정말 그 일이 하고 싶어 미칠 때에라야 자신이 목표한 지점에 미칠 수가 있다. 미쳐야만 비로소 미칠 수 있다.

 

 

 

옛이야기엔 우리가 놓치고 살아온 단면이 숨어 있다

 

옛이야기의 매력은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무의식 속에 이미 자리하고 있다. 옛이야기를 탐구한다는 것은 우리가 놓치고 살아온 단면을 내 것으로 끌어안는 행위다. 우리가 놓치고 살아온 그 이면을 찾는 노력이 바로 옛이야기를 가까이 하며 그 안에 파고드는 노력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징한 놈의 이 세상 한 판 신나게 옛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살다 가면 그 뿐이라는 우리의 확신에 찬 소리가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라 믿는다.

 

 

 

 

목차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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