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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전문가 김환희 - 5.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로 본 흐름의 중요성 본문

연재/만남에 깃든 이야기

옛 이야기 전문가 김환희 - 5.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로 본 흐름의 중요성

건방진방랑자 2019. 4. 2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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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해석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옛이야기의 흐름은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아무리 현대적인 의미로 보아 좋은 장면이 있다고 할지라도 함부로 삽입할 수 없으며 반대의 경우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건 이상적인 눈, , , 얼굴 골격을 합친다 해서 최고의 미남, 미녀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사람의 인상이란 조화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지, 부분적인 요소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옛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은 이야기의 유기적인 속성을 먼저 파악한 후에 흐름을 깨지 않는 선상에서 고쳐야 하는 것이다. 또한 옛이야기를 보는 사람들도 그 유기적인 흐름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그럴 때에야 옛이야기의 깊은 맛이 살아난다.

 

 

 

선녀와 나무꾼이야기의 두 가지 흐름

 

선녀와 나무꾼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 유형의 이야기로 나누어진다. 천상에 올라간 나무꾼이 옥황상제가 내준 시련들을 모두 극복하고 행복하고 사는 이야기(천상시련극복형)와 홀어머니를 그리워하여 지상으로 내려와 어머니를 뵙고 천상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금기를 어겨 수탉으로 변하는 이야기(수탉유래형)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다 자란 아이가 부모의 품을 떠나 시련을 이겨가며 주체적인 삶을 사는 천상시련극복형의 내용과 어머니의 과잉된 모성애가 자식의 날개를 꺾을 수 있다는 수탉유래형의 내용 중, 옛이야기책을 보는 자식 입장에선 천상시련극복형이 훨씬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홀어머니를 두고 떠난 아들을 과연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만약 나무꾼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라고 상황 설정을 했다면, 어머니를 홀로 두고 떠난 아들에 대해 우호적으로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자식으로서의 의무를 내팽개쳤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사진 출처: 이건호의 파란만장한 공부 중 36>

 

 

 

선녀와 나무꾼으로 본 흐름의 중요성

 

하지만 민담 자료를 살펴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천상시련극복형의 경우엔 계모 or 고아라고 설정을 하고 있다. 나무꾼을 천상에서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해선 지상에 미련을 둘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도록 애초에 장치를 해놓은 것이다. 그와 반대로 수탉유래형의 경우엔 홀어머니라고 설정하여, 효심을 강조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옛사람들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면서도 이처럼 치밀했다.

하지만 현대의 옛 이야기책 작가들은 그런 흐름은 생각지도 않고 내용을 바꾼다. ‘천상시련극복형을 쓰면서, ‘홀어머니를 모신 나무꾼이라는 설정을 그대로 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아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길을 따라 떠났으면서도 어머니를 저버린 배은망덕한 자식이 되고야 만다. 이야기의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러한 예를 통해서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런 흐름을 생각하며 이 영상을 보면 예전에 보던 것과는 다른 게 보일 것이다.  

 

 

목차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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