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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옛 이야기 전문가 김환희 - 4. 같은 내용의 옛 이야기가 여러 나라에 있는 이유 본문

연재/만남에 깃든 이야기

옛 이야기 전문가 김환희 - 4. 같은 내용의 옛 이야기가 여러 나라에 있는 이유

건방진방랑자 2019. 4. 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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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학교에서 카자흐스탄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준규쌤은 “‘쥐의 혼인 설화는 카자흐스탄에도 똑같이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비슷한 민담이 있다는 것은 어떤 공통의 정서가 있음을 뜻하는 것이고, 그건 좀 더 비약을 하면 민족의 뿌리가 같다는 말까지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환희 선생님에게 쥐의 혼인이란 민담이 카자흐스탄에도 있는 걸 알고 계시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카자흐스탄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유럽 쪽에도 그와 유사한 민담이 있다고 대답해주시더라.

 

 

 

유럽에도 있는 쥐의 혼인설화

 

쥐의 혼인 설화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테니, 그 이야기를 잠시 읽어보도록 하자.

 

 

두더지가 새끼를 위해 좋은 혼처를 구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오직 하늘이라 가장 높다고 여겨서 하늘에 청혼을 하였다. 그러나 하늘은 말했다. “내 비록 만물을 총괄하고 있기는 하지만, 해와 달이 아니면 나의 을 드러낼 방법이 없네.”

鼴鼠, 欲爲雛, 擇高婚. 初謂惟天最尊, 遂求之於天. 天曰 我雖兼包萬有, 非日月則無以顯吾德.”

 

그래서 두더지는 해와 달을 찾아서 혼인을 구했다. 그러나 해와 달은 말했다. “내 비록 널리 비추기는 하지만 구름이 가리우니 그것이 나보다 더 높네.”

, 求之於日月. 日月曰 我雖普照, 惟雲, 蔽之, 彼居吾上乎.”

 

두더지는 다시 구름을 찾아 청혼을 하였다. 구름은 대답하였다. “내 비록 해와 달의 빛을 가려 비치지 못하게 하지만, 바람이 한번 불면 모두 흩어지고 만다네. 그러니 바람이 나보다 더 높네.”

, 求之於雲. 雲曰 我雖使日月, 失明, 惟風吹散, 彼居吾上乎.”

 

두더지는 또 바람을 찾아 혼인을 구하자, 바람은 말했다. “내 비록 구름을 흩어지게 할 수 있지만, 저 밭 가운데에 서있는 돌부처만은 자빠뜨릴 수가 없으니 그것이 내 위에 있네.”

, 求之於風. 風曰 我雖能撥雲, 惟田間石佛, 吹之不倒, 彼居吾上乎.”

 

또 두더지는 돌부처에게 가서 청혼하니, 돌부처는 말했다. “내 비록 바람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오직 두더지가 내 발 밑을 뚫고 들어오면 자빠지는 것을 면할 수 없으니, 저 놈이 나보다 더 높다네.”

, 求之於石佛. 石佛曰 我雖不怕風, 惟鼴, 穿我足底則不無傾覆, 彼居吾上乎.”

 

두더지는 이 말을 듣자 거만스럽게 자랑하면서 말했다. “천하에 높은 것이 나만한 게 없구먼. 짧은 꼬리와 날카로운 부리가 실로 나의 자태로다하고는 마침내 두더지와 혼인하였단다(세상에서, 처음에는 분에 넘치는 혼처를 구하다가 결국에는 자기 처지와 같은 이로 낙찰될 때 두더지 결혼이라 불렀다).

, 於是, 傲然自詑曰 天下之尊, 莫我若也. 短尾銛觜, 實惟我儀.” 遂婚於鼴. 世以始求高婚而終歸儕流者爲此 -旬五志, 鼠婚

 

 

이렇게 이야기 전문을 읽어보니,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본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이런 이야기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처럼 동일 유형의 민담이 전 세계에 퍼져있는 것을 광포설화廣布說話(널리 퍼진 설화)’라고 한단다. 어떻게 지역이 다른데도 동일 유형의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천주교 하나만을 보더라도, 한국에 전해진 것은 불과 10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 우리나라에도 홍수설화’, ‘천지창조설화는 있지만, 성경식의 그런 내용은 없었으니 말이다. 선교사들이 이동하며 성경이 전파된 것처럼 광포설화도 그렇게 생긴 것일까?

 

 

익히 알던 이야기도 그 속의 의미를 알다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들린다.

 

 

 

세계에 두루 퍼져 있는 동일한 이야기의 비밀

 

선생님은 거기에 관해 두 가지 학설을 제시했다. 첫째는 다원발생설多元發生說(다양한 곳에서 동시적으로 발생함)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느냐 하면, 해가 뜨고 지는 자연현상이 동일하고 희노애락에 기초한 사람의 감정이 같으며, 그에 따라 원초적인 욕구가 같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같은 유형의 이야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단일기원설單一基源說이다. 성경의 전파처럼 서양과 동양의 중심에 있는 인도에서 설화가 발생하여 퍼졌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원발생설보다 단일기원설이 더 믿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더 현실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에게 어느 쪽 입장에 더 동의하시나요?”라고 물어보니, 선생님은 설화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다고 대답해주셨다. 콩쥐팥쥐신데렐라같이 세계 공통적으로 계모가 있으며,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담고 있는 내용의 설화는 다원발생설에 속하지만, 구렁덩덩신선비와 같은 내용은 인도의 판차탄트라Pancatantra(산스크리트어 설화집)에 있는 마법에 걸린 브라만의 아들이 그 원형이라 볼 수 있기에 단일기원설에 속한다고 했다.

 

 

  세계이야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의 설화집, 판차탄트라!

 

목차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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