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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헤어드레서 엘리자베쓰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헤어드레서 엘리자베쓰

건방진방랑자 2022. 3. 18.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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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드레서 엘리자베쓰

 

 

나는 암도식당을 나왔다. 암도 수제비에 좀 실패를 했기 때문에 2차를 시도하기로 했다. 그 옆의 포장마차 문깐에서 한국글씨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호미 까페(Homy Cafe)라는 간판 밑에는 한국글씨로 수제비, 빈대떡, 만두, 만두국, 볶음밥, 생선튀김, 감자 튀김, 닭고기와 샐러드라고 쓰여져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사람들의 구미를 좀더 잘 이해하는 곳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도 식단의 가격은 대체로 10루삐 전후였다. 그런데 이곳은 서양사람들이 우글거렸다. 서양인들은 대체적으로 우리보다 검약하다.

 

나는 야채만두와 소고기 수제비를 또 시켰다. 그런데 내 옆을 힐끗 쳐다보니까 세명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데 유창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남자는 동양계 청년이었고, 한 여자는 서양과 인도네시아의 혼혈 정도로 보였다. 그런데 또 한 여자는 브리티쉬 액센트가 섞인 영어를 하는 금발의 미녀였는데 꼭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나오는 귀네스 팰트로우(Gwyneth Paltrow)를 연상시켰다. 뭐라 할까 선머슴같이도 보이는데 우아한 품격이 있었다. 세명이 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서양사람들이었다. 나는 귀네쓰 팰트로우 같이 생긴 여자가 먹고 있는 플레이트가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감자를 크게 4등분하여 기름에 푹 튀긴 것인데 굵은 소금만 쳐서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팰트로우에게 그 요리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이 여자는 이제 또 추가로 시키면 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죠크를 하는 것이었다. 이 집은 맛은 있는데 되게 더디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주문 받고부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고 했다. 나는 슬쩍 궁둥이를 그 여자 쪽으로 붙여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외국에 나오면 인간과의 대화처럼 많은 정보를 제공받는 이벤트는 없기 때문이다. 나의 관광의 주력 포인트는 대화다.

 

이 여자에겐 생긴 대로 우아하게 엘리자베쓰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영국 스콧트랜드 출신인데, 런던에서 잘 나가던 헤어드레서였다고 했다. 그리고 후에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뉴욕 맨하탄에서 최상급의 헤어드레서로서 유족한 생활을 했다고 했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멋은 역시 헤어드레서라는 직업과 관련이 있을 듯 싶었다. 멋의 감각이라 할까?

 

헤어드레서의 가장 중요한 삶의 부분은 손님의 비위를 잘 맞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손님의 성격, 그의 인간됨을 직감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만 손님이 흡족할 수 있는 헤어의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녀는 매우 프로다웁게 이야기했다.

 

당신은 어떻게 티벹불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까?”

 

우리 헤어드레서는 인간을 아름다웁게 꾸미는 데 헌신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인간을 아름다웁게 만들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일과의 주요부분은 앉아있는 손님들의 슬픈 인생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입니다. 헤어드레서를 하다보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슬프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잣집 마나님들일수록 콧대를 드세우며 자랑스럽게 푸념을 늘어놓지만 그들은 고독하고 가련합니다. 그런 얘기들을 가슴 깊이 공감하며 잘 들어줄수록 손님들이 꼬이게 마련입니다. 나는 정말 잘 나갔지요.”

 

그런데요?”

 

어느 날이었습니다. 나는 남이 슬프게 산다고만 생각해봤지 내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손님이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너무 슬픈 얼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의 문제가 무엇입니까? 하고 진지하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묻는 그 여자의 얼굴이 광채가 났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자는 네팔에 있는 티벹사원에서 오랫동안 수도를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사성제(四聖諦, Four Noble Truth)를 설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제1성제를 듣는 순간 이미 딴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는 미국에 있던 집과 자동차를 다 팔아버리고 인도로 왔다는 것이었다. 다람살라에 30세에 왔는데 이미 38세가 되었다고 했다. 8년 간의 수도생활을 한 베테랑이었다.

 

 

 

칸다리야 마하데바 사원의 전경.

 

 

인용

목차

금강경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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