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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뺨따귀를 쳐올리던 여학생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뺨따귀를 쳐올리던 여학생

건방진방랑자 2022. 3. 1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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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따귀를 쳐올리던 여학생

 

 

어저께 보드베가스에서 있던 일이다. 우리 식탁 옆에는 아주 명랑하고 맹랑하게 생긴 성신여대생 한 명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녀는 티벹의 라사를 다녀서 인도로 넘어왔다고 했다. 그런데 매우 재미있는 일화를 그 학생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티벹여행을 하는데 우연스럽게 일본의 멀쑥한 대학생 청년 두명과 함께 내내 동반여행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열차간에서 갑자기 한 일본청년이 묻더라는 것이다.

 

저는 정말 이해 못하는 게 있는데요, 왜 만나는 한국사람마다 암암리에 일본사람들을 적대시하는지 모르겠어요. 왜 한국사람들은 그렇게 일본사람들을 싫어하죠?”

 

이때 이 여학생은 돌연하게 그 일본청년을 꿰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럼, 제가 이해시켜 드리죠.”

 

그 순간 이 여학생은 세차게 그 일본청년의 뺨을 후려쳤다. 갑자기 어이없이 당하게 된 일본인은 화끈해진 뺨을 어루만지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알 것 같습니다.”

 

나는 그 성신여대생의 용기와 슬기를 격찬했다. 우리는 일본인들에게 이유 없이 갑자기 그렇게 뺨을 맞듯이 당한 것이다.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구속당하고 짓밟히고 발기발기 찢겨진 것이다. 티벹인들이 중국인들에게 당한 것은 아주 동일한 문제이다. 왜 우리는 지금 우리의 위대한 계몽주의 문학가 이광수를 정죄해야 하고, 왜 그 위대한 시정(詩情)을 우리민족에게 선사한 시인 서정주를 단죄해야 하는가? 아무리 그들의 문학이 위대하다 하더라도 그들의 도덕성으로서는 우리민족의 앞길이 보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을 증오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우리 삶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을 확실히 역사에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의식이 우리 조선의 젊은이들에게는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 조선의 희망이다.

 

티벹의 젊은 부부는 국민학교 4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데리고 있었고, 그 옆에는 친정동생이 있었다. 엄마의 얼굴은 정말 내가 보던 어린 시절의 건강한 한국여인의 얼굴이었다. 볼이 천도복숭아처럼 발갛게 달아오른 널찍한 광대뼈와 선량한 눈매, 호기심 많은 눈초리그런데 이들은 라사에 살면서 아들은 다람살라에 이미 3년째 유학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에 안주하는 그들이었지만 그들의 자식의 미래는 썩어가는 라사에 묻어버리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도 우리나라가 어렵던 시절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이라 했고, 자식을 열심히 공부시켜서 꼭 미국으로 유학 보내라고 했다. 지금의 티벹 상황에서는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대들이 이 세상에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선량한 업은 자식 하나라도 올바르게 교육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의 티벹은 근대적인 새로운 교육을 받은 일꾼들을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간곡하게 말해주었다. 그들은 꼭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응답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달라이라마의 초청으로 여기 보드가야에 오게 된 사람이며 내일 모레면 달라이라마를 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자 그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나는 사실 뭄바이 엘레판타(Elephanta) 사원 입구에서 산 싸구려 빵떡모자를 썼고 몇 년 전 삼성의 초청으로 베세토 어드벤쳐를 따라갔을 때 얻은 등산조끼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행색이 매우 초라했지만, 그들은 나의 말을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였다. 그들은 갑자기 경탄과 선망의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나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하는 것이었다.

 

달라이라마 성하를 뵈오면 꼭 흰 카타(축복의 비단천)를 걸어달라고 하십시오. 당신의 모든 전생과 금생의 업장이 소멸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들의 선량한 눈에는 어슴프레한 전구빛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눈물이 역력했다. 이 순간 나는 달라이라마라는 존재가 티벹인민들에게 지니는 의미를 깨달았다. 정치적 맥락과 무관하게 달라이라마는 그들 삶의 모든 고귀한 가치의 화신이었고, 그들이 살아가는 희망이요 존재이유였다.

 

 

 

 

인용

목차

금강경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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