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의 여름
01년 7월 23일(월) 많은 비가 온 후 갬
여름의 이미지라 하면 보통 덥고 습해서 짜증나는 것이 일반적(一般的)일 것이다. 하긴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게 바로 여름의 진면목(眞面目)일 테니깐 그럴 만도 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런 일반적인 여름의 이미지가 아니다. 사실 지금은 그런 일반적인 여름의 이미지가 매우 그립기까지 할 정도이니 말이다. 적어도 군대에서의 여름 이미지는 녹색창연(綠色蒼然)한 대자연이 약동(躍動)하여 더위와의 사투(死鬪) 뿐 아니라, 녹색과의 사투까지 벌여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녹색과의 사투, 이것이야말로 군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화두의 여름 이미지라 할 수 있다. 녹색은 어쨌든 생명력을 뜻하는 상징일 것이다. 그 차디찬 겨울에, 오로지 잠재적 생명만 가지고 있고 외적인 생명력이 없던 시기, 그 무수히 푸른 잎사귀들을 모두 떨구어 버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가득한 그 계절엔 그 어디에서도 녹색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보더라도, 녹색이야말로 삶의 왕성함이란 사실을 통감(痛感)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기(生氣)에 대해 사투(死鬪)라는 표현을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너무했다고 생각할지라도 모르지만, 적어도 군대라는 현실 속에서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녹색과의 사투, 그건 해결될 수 없는 과제이기에 모두 다 힘들 거라 생각된다. 없애도 없애도 결국 계속 자라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녹색이라는 거 자체가 싫을 지경이다. 과연 이 사투는 언제야 끝날 수 있을까? 대뜸 겨울이 그립기만 하다. 하루살이 같이 닥쳐오는 그때그때의 상황에만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나란 존재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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