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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對空)에 서서
01년 6월 8일(금) 더움
GOP 근무 중, 가장 기대되고 가장 가슴 벅차며 행복한 순간은 뭐니 뭐니 해도 대공 근무를 설 때다. 주간이든, 야간이든 간에 이러한 나의 기대치 및 만족치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주간 특히 A조나 D조 근무를 서면서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서서히 지는 장관을 두 눈으로 한없이 주시하고 있을 때면, 세상의 온갖 삼라만상을 내 두 눈으로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만 같은 뿌듯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그 자연스럽고도 화사한 변화에 삶의 진한 감동과 삶을 살고픈 의욕이 들곤 한다.
그리고 그 끝없는 평강고원 끝자락에서부터 아이스고지의 끝자락을 시력으로 볼 수 있는 곳까지 전부 넣으려고 보다 보면 나의 인식 능력이 얼마나 협소한지 통감하게 되곤 한다. 그렇게 아름답고 광활히 펼쳐진 대지에 대해 탄복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건 극히 일부분임에 짠해지기도 한다.
주간근무조 편성에 따라 대공에 서서 정신없이 안보 관광을 와서 오고 가는 민간인들을 파악하며 그렇게 근무를 서고 있으면 힘든 일이긴 하고 그만큼 바쁘기도 하지만 민간인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힘겨운 줄도 모른다.
저녁에 대공에 서면 그 무수한 별빛들을 마주할 수 있어서 좋고 적막함 속에 아득히 들려오는 대남, 대북 방송 소리가 이채롭게 들리기에 왠지 모를 새삼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64 대공초소 앞에서 한껏 폼을 잡고서. 11월에 찍은 사진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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