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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이등병 - 01.07.31(화) 폭우와 태산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이등병 - 01.07.31(화) 폭우와 태산

건방진방랑자 2022. 6. 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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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와 태산

 

01731()

 

 

내일이면 그렇게 꿈에 그리던 일병이 된다. 모든 선임병들이 이병은 무지 빨리 지나간다고 말했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해본 바론, 그렇게 빨리 지나가진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느리게 지나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일병이 된다는 거, 사회현실이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거라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군 생활을 한 지 6개월이 지났다는 얘기일 테고, 나의 위치가 어느 정도는 확고해졌다는 얘기일 테니까 괜스레 기쁨이 밀려든다.

 

입대하고 나서, 아니 사실대로 자대에 오고 나서 오르고 또 오르더라도 태산엔 못 오르리라는 관념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냉혹(冷酷)하리만치 매섭게 느껴지던 현실은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그런 것과는 정반대의 것이어서, 그저 막막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열심히, 물론 남이 보기엔 설렁설렁 사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 스스론 열심히 했다.

 

살다 보니 조금씩 관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한 계급에 기반한 단체생활도 나름대로의 재미와 의미가 있다는 거, 그리고 점차 후임병들이 늘어나면서 같은 위치에서 느껴지는 동병상련이 있다는 건 크나큰 힘이 되었을 뿐 아니라, 적어도 그네들 앞에서 축 늘어진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을 알겠더라. 생활의 활기였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스스로 자인하는 가운데 관념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라는 관념, 아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관념으로의 변화는 내 군 생활의 획기적 사건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런 사건은 나의 군 생활이 조금이나마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부인할 여진 없다.

 

사회에 있을 때부터 줄곧 들었던 얘기이지만, 패러다임의 변화는 곧 자기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생각 하나가 바뀐다고 얼마나 삶의 형태에 큰 영향을 끼치겠느냐라고 반박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감히 생각해보자. 저번 주 토요일부터 오늘인 31일까지 엄청난 폭우가 연일 오고 있다. 특히 주일에 내린 폭우는 우릴 잠도 못 자게 할 정도로 가혹한 것이었으며, 폭우 속에 밤을 지새우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그때의 참혹상은 대교천의 수위가 270Cm에 임박했음을 보아서도 알 수 있고 β블록 철검로가 반절 이상 침수되었음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그러한 비가 어제, 오늘까지 줄곧 내렸다. 이미 막사 주변의 배수로는 범람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제 범람은 시간문제일 뿐이고 그로 인해 우리들의 전투복과 전투화는 다 젖었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폭우에 갈아입을 수가 없어 칙칙한 냄새가 가득 배긴 눅눅한 전투복과 군화를 그대로 신어야만 하니, 그저 막막하고 답답할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정적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극단적이고 비극적인 현실을 비관하며 죽음을 각오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에게 있어선, 흐린 날 뒤에 맑은 날이 올 거라는 일말의 기대도 없을뿐더러, 만약 맑고 화창한 날이 계속된다손 치더라도 그런 날씨의 덥고 습함에 스스로 혀를 내두를 테니깐. 하지만 긍정적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들은 새옹지마(塞翁之馬) 속담을 익히 알고 있을뿐더러, 그렇고 칙칙하고 짜증 나는 계절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행복의 요소를 찾아낼 것이다. 이를테면 비가 간혹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그런 작은 기쁨의 요소, 그렇게 금방 깨어질 기쁨의 요소로 감사한다거나, 그런 고달픔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는 초소 내에 투입하고 나서 그런 일시적 요소에 감사한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그렇게 잠시 잠깐의 상황 속에서도 기쁨의 요소를 찾아내면서 삶을 조금이나마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살아갈 것이다. 이렇듯 패러다임의 변화는 한 개인의 삶이 어느 정도나 바뀔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난 바로 이병 기간에 이러한 변화를 익히 체험했으니, 군 생활의 반은 성공한 거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변화를 기본으로, 그리고 지금까지 체득한 군 생활 요령을 기본으로 일병이 되어선 좀 더 활기차게 살아가고 선임병들에겐 인정 받는 나, 후임병들에게 가까이 하고 싶은 나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물론 말만큼 쉬운 게 아님을 알기에 이렇게 글로써 나 자신을 다지는 것이다. 이제 나도 어엿한 작대기 둘 건빵 통사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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