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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수양록, 일병 - 01.09.23(일) 철원의 가을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일병 - 01.09.23(일) 철원의 가을

건방진방랑자 2022. 6. 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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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의 가을

 

01923() 맑음

 

 

가을, 하늘이 드높은 천고마비의 계절. 모든 만물이 성숙의 절정에 이르는 계절. 그런 완숙미를 자랑하는 가을이 철원에도 오고 말았다. 그 추운, 매섭게 추운 겨울 뒤에 봄이 안 올 것만 같았는데, 모르는 사이에 녹색창연의 봄이 찾아왔듯이, 그 무덥고 짜증 나는 여름이 어느덧 흘러가고 가을이 오고야 말았다. 비록 이주일 정도 밖에 안 되지만 말이다.

 

대공 후방, 그러니까 우리 중대 뒤쪽으로 보이는 벌판에 녹색의 새싹들이 피어나는 걸 본 게 어제 같은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진짜 눈으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이에 녹색 벌판이 황금물결 일렁이는 바다로 변해버린 것이다. 황금의 바다, 그건 작년 대학교 가는 길 벌판에 황금물결 일렁이는 것을 보고서 자연은 어쨌든 이치를 따라 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세월이 흘렀구나 하고 느끼기도 했고, 그렇게 순응해갈 수 있는 자연이 부럽기도 했다.

 

철원의 가을, 하늘은 무지 높고 철새의 끼룩끼룩 거리며 날아가는 소리와 함께 투입을 하고 근무를 선다. 그리고 밤이면 무수한 별과 별똥별이 있기에 자연의 새삼스런 놀라움을 하염없이 느끼기도 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철원은 생활하기엔 전혀 아니올시다 이지만 그냥 관광하거나 바람 쐬러 오기엔 딱 좋은 곳이 아닌가 싶다.

 

철새들의 대이동, 살기 위해 그 무거운, 어쩌면 부담스러울지도 모르는 그 무한의 날갯짓을 해가며 자기의 삶을 이어간다. 그건 흡사 훈련 중 행군을 해야만 하는 상황과 같지 않을까? 행군, 아픔이 오더라도 포기하고 싶더라도 그 한순간의 고통으로 쓰러질 순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자기를 이겨나가야만 결국 자기의 만족으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게 되는 거지만, 고통과 아픔은 순간이란 거다. 요즘 연대종합전술훈련 평가로 계속 되는 준비태세로 힘겹고 짜증이 많이 났었다. 하지만 그땐 정말 죽을 맛이었지만, 지나고 보면 내가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니 말이다. 순간, 그 한 순간으로 내 인생을 망친다면 얼마나 어이 없는 행동이란 말인가? 마찬가지다. 그땐 쓰러지고 싶을지라도 지나고 보면 내가 해냈구나 하는 자기 만족이고 자기 위안이 될 뿐이다. 그러나 쓰러지게 된다면 한참을 두고 자기 자신을 탓할 것이며, 그 단체에서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로 낙인 찍힐 것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철새가 아득바득 그렇게 날아가려 하는 행동성을 본받자. 그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식이다.

 

가을이 되면 모든 만물이 그 색을 달리하고 곧 있으면 다가올, 아니 철원엔 성큼 다가온 겨울의 기미를 느끼며 겨울을 준비한다. 가을을 나타내주는 온 대지에 쌓인 만색엽(萬色葉)들이 서서히 저물어가는 가을을 알려준다. 어느덧 다가올 겨울이겠지만 준비만 확실히 되면 무엇이 두려울까? 가을을 보며 난 이런 생각에 빠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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