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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수양록, 일병 - 01.10.29(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일병 - 01.10.29(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건방진방랑자 2022. 6. 3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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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과 내리막길

 

011029() 구름 많이 낌

 

 

흔히 태양을 희망에 비유하곤 한다. 그렇기에 낮이 지나 밤이 오면 암흑천지(暗黑天地)라는 표현을 쓰며 암울(暗鬱)하다고 하는 걸 거다. 그런 연유에서 오늘 해가 지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일도 해가 뜬다는 말들이 생겨난 거고 그건 좀 더 간단히 말하면, 지금의 희망이 꺾여 절망스럽다 한들 언젠가는 그 희망 가득한 날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또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오르막길이 다하면 내리막길이 시작된다[登途盡始下途]’라는 말 말이다. 아주 간단하면서 당연한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오르막길[登途]’내리막길[下途]’이란 어떤 것일까? ‘오르막길은 쉽게 말하면, 버거운 일, 삶의 편협적인 괴로움, 전혀 예측치 못했던 사고 등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두 힘겨운 상태를 말한다. 이해가 되는가? 산을 오른다. 그건 자의(自意)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높이 뻗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산길에 무한의 영겁으로 가득찬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을 내딛는다는 거,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일말의 정상이란 희망에 자기의 일순간 따위의 괴로움은 감수하는 것이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몸이 무지 뻐근하고 주저 앉고 싶은 욕망에 푹 빠지게 되지만 은근한 희망이 있기에 그런 것쯤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리막길은 쉽게 말하면, 언젠가 해뜰 날이 있다고 그런 버거움 뒤에 찾아오는 편안함과 안락함이요, 그 쓰리고 쓰린 아픔 뒤에 찾아오는 즐거움[苦盡甘來]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실제 등산을 해본 사람은 반박할 것이다. 올라본 사람은 알겠지만, 실질적으론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힘드니 말이다. 그런 구닥다리 실질론은 집어치우고 우리의 의식엔 그런 오르막길내리막길에 대한 관념들이 자리해 있다.

 

이번 주는 유독 힘들었다. 부소대장님은 우리들에 대해 많이 화나 있었다. 실망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우리들에게 잔뜩 벼르고 계셨다. 27()엔 부소대장님께서 내무실 검사를 하셨고 28()엔 숨겨둔 게 걸려서 자다가 말고 얼차려를 받았다. 많이 힘들었고 삶의 비극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 힘듦에 소대장님이 은밀 침투로 인한 불량근무자들을 잡아내서 군장을 들게 한 것이다.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고 겹쳐 분위기가 최악이 되다 보니 우리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오로지 한숨 뿐이었다. 지금까지 지내왔던 군 생활과는 너무나도 다른 군 생활, 그 자체였기 때문에 버거웠던 것이다. 솔직히 지금 되뇌지만 그때만큼 휴가의 욕구가 컸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덧 흘러 분위기가 많이 예전다워졌다. 그래서 지금은 그때처럼 너무나 많이 편하다. 그러다 보니 예전의, 아니 며칠전의 그 울상이던 기억들은 온 데, 간 데 없이 해이해지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지금이 내리막길의 심리겠지. 그렇다면 내리막길엔 여전히 오르막길의 그 괴로움 따윈 느껴지지 않는, 아니 그 괴로움을 완전히 까먹는 데서 오는 안락함인가 보다. 어찌 보면 그 한 순간, 순간의 괴로움과 즐거움이 전부인양 받아들이는 우리의 삶의 양태가 이런 비극들을 초래하지 않나 싶다. ‘순간일뿐 영원은 없다. 그렇기에 오르막길이 다하면 내리막길이 있는 거고 괴로움이 다하면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참고 참고 인내하고 견뎌내면 언젠가 환히 웃을 날이 꼭 올 것이다. 열심히 정상을 향해 내달려라.

 

 

 '철마는 달리고 싶다'던 월정리역 앞에서 명철이와. 01년 11월 어느날에 찍은 사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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