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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병장 - 03.04.10(목) 『Tuesdays With Morrie』를 읽고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병장 - 03.04.10(목) 『Tuesdays With Morrie』를 읽고

건방진방랑자 2022. 7. 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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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s With Morrie를 읽고

(죽는다는 건?)

 

03410() 구름낌

D-16

 

 

이번 주말에 갑자기 현일이가 책 하나를 주더니 읽으라는 것이었다. 바로 그 책이 오늘 또 한바탕 글잔치를 펼치게 할 장본인인 것이다. 요즘 전역할 때가 가까와선지 독서에 시들했었는데 이 책은 권해주자마자 아무 부담 없이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었다. 한 단락별로 짤막짤막한 글줄기가 읽기 편했고 심오한 주제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두서없이 해가며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린 것이다.

 

미치 앨범이 쓴 책으로, 대학 스승인 모리 슈워츠의 마지막 강의 내용을 써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강의는 보통 강의와는 달리 전혀 필기 시험도 없고 오로지 구술시험만이 있으며 그 강의에 참여한 사람은 단 한명 미치 앨범 뿐이기에 학점을 매길 필요도 없다. 여기엔 모리 슈워츠의 삶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단순히 그 뿐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가슴 깊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리 슈위츠는 결코 평이한 입장에 있질 않았다. 그는 루게릭이라 알려진 근 위축성 측색(側索) 경화증(척추신경 또는 인체의 운동세포가 서서히 지속적으로 파괴되어 이 세포의 지배를 받는 근육이 위축되어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원인 불명의 불치병)에 걸려 살 수 있는 시간도 단지 몇 개월뿐이었다. 그도 처음에 그 병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순간 순간 다리 힘이 풀려 쓰러지게 되자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그는 병원에서 루게릭이란 진단을 받는다. 그렇게 진단 결과를 받고 단지 2년 정도만 살 수 있다는 허망함을 가지고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세상은 그런 절망감에 빠져 있는 자신에 무관심한 채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정신 없이 돌아가는 현실에 혀를 내두른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누구나 세상의 중심은 자기라는 착각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세상이 신경 써주길 바라며, 자기에게 안 좋은 일이 닥친다면 세상은 당연히 멈추거나 슬퍼해야 한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런 괴리감을 이겨 내지 못한다면 결국 그렇게 병으로 죽기 전에 먼저 목숨을 끊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병이 주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기보다 그렇게 자기와는 요원하게 돌아가는 세상사에, 자기와는 상관 없이 웃으며 지내는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이 아닐까? 만약 여기서 모리가 자기를 비하하는 삶을 살았다면 결코 이 책은 쓰여질 수 없었을 것이며 나에게도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았겠지. 하지만 모리씨는 이지선씨의 그 은혜로운 모습과 같이 병을 즐기며, 상황들을 즐기며 살았던 것이다.

 

그는 나이트라인이란 프로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천천히 쇠락하는데 가장 두려운 게 뭡니까?”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테드,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내 엉덩이를 닦아줘야만 된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소라고 대답했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최고는 바로 수치심이다. 그러하기에 누구나 수치심에 대해서 결코 잊지 못하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언젠가 사살과 같은 생각지도 못한 범죄를 일으키는 것 아닌가~. 그렇기에 그도 언젠가 그렇게 될 모습에 심한 불만을 토로했던 것일 테다. 하지만 그는 정말 지혜로웠고 정말 긍정적이었으며 정말 활기차게 사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 모든 수치스러움이나 미안함 따위를 오히려 심화시킨 즐거움을 느끼며 살았으니까. 그에게 손님들이 많았다. 단순히 그를 위로해주겠다고 찾아오는 그런 손님들이 아니라, 그와 얘기하는 게 좋고 편해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은 것이다. 바로 미치도 그런 류의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들에 대해 모리는 전혀 거리낌 없이 소변기를 들어주라고 했으며 결국 나중에 이르러서 엉덩이까지 내맡겨야 하는 상황을 즐겼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결코 세상엔 비극 따윈, 부끄러움 따윈 없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천벌로 인해 사람의 감정들이 그런 것들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런 걸 만들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당연히 세상에 행복과 불행, 희극과 비극, 떳떳함과 부끄러움이 동시 공존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당연히 그런 부정적 감정이 드는 걸 아주 당연하다고 느끼며 오히려 더 커지도록 부채질만 한 거겠지. 하지만 모리씨의 삶과 말을 통해 그런 감정들이 결코 떳떳한 게, 당연하게 아님을 알았고 그렇게 자꾸 변해가는 내 모습이 잘못임을 알았다. 비극, 비참, 참혹, 우울, 괴로움들은 없다. 단지 우리들이 그렇게 나 자신을 이끌어 갈 뿐이며 그런 함정으로 빠뜨릴 뿐이다. 결코 세상은 비극적이거나 암담하지 않다. 이제 즐거움을 즐겨라.

 

그리고 나도 당연히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해라. 죽음은 곧 삶의 시작일 뿐이다. 그렇게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 세상을 즐길 줄 알았던 모리씨를 본받아서 말이다. 나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나에게 주신 달란트에 충실할 것이다.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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