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본질Ⅱ
03년 4월 7일(월) 구름 낌
대대장이 바뀐 후로 우리 기드온 교회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다. 첫째 인원이 눈에 띄게 불었다는 것. 예전엔 적게 나오면 40명 정도이고 많이 나와봐야 60명 정도였는데 이제 적어봐야 90명이고 많으면 120명 가량이 오니, 엄청난 장족의 발전이 아닌가! 이렇게 인원이 채워지기까진 대대장의 뒷입김이 엄청났다. ‘종교행사 별로 인원이 별로 안 왔던데 얘들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라고 지휘통제실에서 한마디 던지면, 이 말이 와전되고 와전되어 간부들은 금세 보일 수 있는 교회 안의 인원 경쟁을 통해 그나마 충성하고 있다는 얼토당토 않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과도한 인원 경쟁은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바로 어제 일이 그렇다. 일ㆍ이등병은 종교 여하를 불문하고 기독교에 참여 하라는 전혀 어의 없는 말로 인원을 충당해버리니 말이다. 그 결과 우리 중대 사상 최고로 많은 인원인 31명의 아이들이 종교 행사에 나와 버렸다. 사람이 많이 나오는 건 좋다. 확률적으로도 참새가 많은 곳에 돌을 던져야만 한두 마리라도 쉽게 잡을 수 있듯이,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말씀의 씨앗을 뿌려야만 모두 한, 두 명이라도 구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를 제안해 버린 것은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일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일, 이등병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래야 한다는 건 더욱 그렇다. 앞으론 무교인 일이등병들이야 나올 수 있다쳐도 타종교인까지 억압하는 그런 일은 없도록 할 것이다.
둘째, 예배가 주일 예배 뿐 아니라, 저녁, 수요예배까지 다 활성화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 하는 둥, 마는 둥 소수의 인원들만 나와서 예배에 참가하고 그랬는데, 이젠 주일 예배 때와 같이 100명 정도의 인원들이 나오는 것이다. 예배들의 활성화는 처음부터 우리가 바랐던 지상 과제였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이루어지고 나니까 어이 없으면서도 좋긴 좋다. 예전처럼 사람수 때문에 골머리 싸매지 않아도 되잖은가.
셋째, 부식이 엄청 나아졌다는 것이다. 예전에 고작 초코파이에 커피가 다였는데, 이젠 저녁, 수요 예배 땐 컵라면을 주기 때문이다. 01년도 3월 11일에 쓴 글에 ‘종교가 하나님의 구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그런 부족함을 미끼로 미혹한다는 건 상술이지 않나 싶다’라는 말을 했었다. 솔직히 아직도 이런 생각에는 별반 다를 게 없고 진실한 종교는 그런 신앙 외적인 것에 구애되지 않아야 한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이상적인 신앙관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동물은 누군가가 말했듯이 기본적인 욕구 충족이 되어야지만 그 이상의 것에 관심 갖기 때문에, 그런 식욕적인 기본을 충족시켜줘야지만 종교에 관심 갖게 되는 건 아주 당연한 것이겠지. 그렇기에 종교 행사 인원들에 대해 정신과 육체의 부족함과 가급함을 메워주는 것이겠지. 요즘엔 이런 현실적인 태도로 확 바뀌었다. 덕분에 우리들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힘들어졌다. 100명이 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물을 대주기 위해 엄청난 물을 3Co에서 떠가야 함은 물론 그걸 예배 두시간 전부터 활활 끓여야 한다. 그게 장난이 아닌 일이다. 그런 엄청난 일을 한 주에 두 번씩이나 해야 한다. 이런 수고는 전례 없던 건데 이렇게 하려니까 힘들긴 하지만 보람된 일임에 틀림없다.
종교의 본질, 종교는 본능적으로 안정감을 원하는 인간에게 세상이 줄 수 없는 마음의 안정을 주는 거라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안정감을 기본으로 하는 종교의 본질은 어느 종교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때론 이런 종교의 본질이 집단적인 광(狂)으로 변화되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 본질을 잊지 않은 종교라야 진정한 종교성을 갖는 것이다. 나가는 그날까지 올바른 종교관 확립에 최선을 다하며 군종으로서 남기로 하자.
사족 : 어제 4월 생일자 전역자 파티가 교회에서 있었다. 늘상 부럽게만 바라보던 그 자리에 내가 나가 있으니까 너무 새삼스런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도 서서히 그 날이 오려는가~
전역자 파티로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군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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