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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수양록, 병장 - 03.04.12(토) 사단작업에 투입되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병장 - 03.04.12(토) 사단작업에 투입되다

건방진방랑자 2022. 7. 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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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작업에 투입되다

 

03.04.12() 구름 낌

D-14

 

 

글쎄 10() 오전 사격을 끝내고 오후 사격을 준비하고 있는데, 명철이가 들어오더니, 오후에 사단에 다 들어가야 한다고 사격을 안 할 수도 있다지 뭔가. 자초지종도 모르고서 사격을 안 한다는 말에 쾌재를 불렀다. 근데 자초지종을 듣고 나선 하도 어이가 없어 뒤로 자빠지는 줄 알았어. 이유인 즉은, 다음 주 월요일에 사단사령부에서 촬영을 하게 되는데, 그것 때문에 연병장 외곽에 진달래를 심는다는 거다. 그래서 연대별로 책임량을 주었고 그건 곧 그 연대, 그걸 맡게 된 대대, 그걸 직접하게 되는 중대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모든 일과를 취소하면서까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목요일엔 사격도 하지 않고 감자고지로 진달래를 채취하러 갔다. 날씨도 좋고 그렇게까지 힘든 건 없어서 나름 재밌었다. 그리고 더더욱 야간교육까지 안 하니까 어찌나 좋던지.

 

근데 문제는 어제서야 터지고 말았다. 사단에 가서 진달래를 심기로 한 날, 근데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그것두 좀 많이~ 설마 이런 상황인데도 작업을 가겠는가 했는데, 역시 직접 비교 평가 자료였기에 강행군을 하더라. 역시 군대는 어쩔 수 없는 곳이긴 하다. 사단장의 싸이코 같은 발언 때문에 우리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직업을 하게 된 것이지. ~!

 

난 더더욱 일반우의도 없이 판쵸우의를 입고서 작업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 막막하던 심정을 알라나? 더욱이 짜증 나는 건 동기들은 다 근무로 빠져 있는데, 나만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얼마나 한심하고 손해보는 장사 같던지 모르겠더라. 사람이라 이렇다니까. 자기 혼자 있다면, 비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소신대로 살거나, 아예 하지 않거나 하겠지만 이미 자기와 동등화시킨 사람이 자기보다 편히 생활하고 있다는 걸 알면 자기의 소신이 열심히 하고자 하는 것일지라도 거기에 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비교 의식은 사람을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사람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하다. 이번에 한 비교의식이 바로 후자의 것으로, 차라리 혼자만 있었다면 거기서 그렇게 작업하는 게 싫지만은 않았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게 비교가 되고, 아이들이 왜 나만 나왔냐는 듯이 말을 하니깐 나의 비극적인 현실감이 극대화되면서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하는 거다. 그대여! 귀에 미혹되지 말고 소신껏 행동할지어다.

 

어제 그렇게 벌벌 떨어가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재작년 1010에 느꼈던 그 비극을 새삼 어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전혀 내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는데도 그런 추위를 견뎌야 하는 것만큼 짜증 나는 게 어딨겠나? 정말까지 뛰어나가고픈 생각 뿐이었으니 그 짜증을 그 어디에 비할 쏘냐~

 

5시가 되어서야 철수했고 마무리 작업은 오늘 하게 되었다. 오늘 난 수색이었기에 당연히 안 갈거라 생각하며 편히 있었지. 근데 갑자기 차기 통신병도 동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내가 갈지, 안 갈지 미지수로 바뀌어 버렸다. 어쩌나 황당하던지~ 인심 쓰려 했다가 오히려 그 인심에 내가 넘어가 버렸어. 이래서 세상은 새옹지마(塞翁之馬), 예측할 수 없는 것 투성인가 보다. 이렇게 작업하게 될 줄 알았다면, 앗싸리 근무로 빼달라고 말을 할 것을, 이럴 줄은 상상도 못했다. 후회막급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이 밝자마자 수색 인원이 정해지기 전에 교회로 짜 임무를 뛴 거다. 죽어도 사단에 가서 작업은 못하겠더라구. 그랬더니 머지않아 승권이가 올라오더니 딱 걸렸다고 내려오라는 거야.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그래서 내려가자마자 상황을 살펴보니, 그렇게까지 다급한 거 같지 않아서 나 몰라라하고 그냥 올라와 버렸어. 그랬더니 몸은 편한데 혹시 누가 올라오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불안해지는 것이다. 나 이런 불안함이 싫어서 그동안 나름 승인된 경우에만 월을 때리려 했던 것인데, 이럴 줄은 몰랐다. 사람에게 불안한 것만큼 안절부절 못하게 하는 짜증이 또 있을까~ 과연 늦게 중대에 내려가면 어떤 태클이 있을려나.

 

D-14일에 서 있는 나는 오늘도 이런 현실적이 불안을 느끼며 군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이제 실질적으로 남은 군 생활은 7일이다. 더 이상 이렇게 비굴해할 필요도 없다. 이제 군 생활을 잘 마무리해보자. 그리고 다음주는 인터넷 교육이란 걸 하며 승인된 월을 때리게 되니 아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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