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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수양록, 상병 - 02.03.28(목) 등산과 군생활의 공통점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상병 - 02.03.28(목) 등산과 군생활의 공통점

건방진방랑자 2022. 7. 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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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군 생활의 공통점

 

02328() 맑음

 

 

뻗대기를 통해 인체샤워를 하지 않는 경상자 역할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잘 마무리 되어지는 듯했는데, 이번엔 아무 것도 아닌 환자가 문제였다. ‘아무 것도 아닌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거기서도 쫓겨나 최초의 상황을 하는 데로 가야 했던 것이다. 도대체 몇 번을 옮겨다녀야 하는 거야? 아무리 군대라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을 감내하고 있는 내 성격도 참 많이 좋아졌다.

 

역시 환자역을 하면서 그곳이 제일 월 때리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서 해보니 정말 월중의 월인 곳이었다. 나는 하헌태 상병을 업고서 내려와 배수구로 짱박히면 되는 일이었기에 처음만 빡시게 하면 그 다음부터 쭉 쉬어도 되는 그런 역할이었다. 이쯤 되니 돌고 돌아 이 역할을 맡게 됐지만 참 운이 좋은 사람이란 생각까지 들더라. 그에 반해 동주와 지용이와 희규는 딱 인체제독 인원으로 뽑혔다. 이럴 땐 내가 서 있던 줄이 꽤 괜찮기도 하다. 좀 짜증 나는 점이라면 갑자기 현실성을 고려해서 산을 타고 내려오라고 하는 바람에 산의 비탈을 까야만 하는 어이없는 작업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작업이기에 짜증을 내며 작업을 해야 했다. 아무튼 그렇게 목요일까지 월 같지 않은 월을 때렸고 금요일에 사단 참모들 앞에서 시범식 교육을 몸소 해야 했다. 일주일 내내 진행됐던 시범식 훈련을 마치고 보호의와 전투화 덮개와 영원히 헤어지려니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더라. 정말 답답하고도 짜증 나는 일이었으니 다신 이런 훈련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더라.

 

그렇게 끝내고 부대로 복귀하면서 C를 보았는데 그 높게 뻗은 봉우리에 나무들과 절벽이 너무도 잘 조화되어 있는 것을 보고서 절로 감탄이 나오며 감상에 젖게 됐다. 산에 오르는 거, 정말 좋은 일이라 건 잘 안다. 하지만 거기에 오르기 위해선 순탄한 길만 있는 건 아니다. 오르다 보면 평지도, 경사가 심한 비탈길도 있고 험한 외다리도, 험준한 절벽을 지나야 할 때도 있다. 그건 그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한 길이며 그 길이 너무 힘들다고 해서 도중에 내려갔다가는 지금껏 오른 시간만 허비할 뿐아니라, 정상에 올랐을 때의 통쾌함은 포기해야 할 뿐이다. 당신도 그걸 알지 않던가?

 

그건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역이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훈련이란 힘듦, 갈굼이란 짜증, 휴가란 행복, 면회란 기쁨을 몸소 하나하나 거쳐 가야만 결국 전역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순간들을 한 걸음씩 밟아가며 산에 올라 드넓게 펼쳐진 지역을 내려다볼 때 비로소 뿌듯함과 산뜻함이 가슴 깊이 어리는 것처럼 그런 하나하나의 과정을 다 겪어내야지만 마침내 전역을 할 때의 해냈다는 성취감이 어리는 것이다. 그제야 지금까지의 그 수많은 역경들이 비로소 하나의 40여명의 공유된 추억으로 받아들여져 찬란했던 젊은 시기의 잃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 거겠지. 산에 오르므로 나에게 어떠한 장애물도 나의 발치에 닿는 땅일 뿐이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처럼 군 생활도 전역하므로 세상에 어떠한 불의나 부당함에도 넘어지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등산하는 과정과 군 생활 과정의 공통점을 생각하며 부대에 복귀했다.

 

끝이란 시간은 어떤 일을 하든 늘 있다. 하지만 그 끝을 향한 발걸음들이 버겁고 더딜 뿐이다. 그 더딤을 받아들이고 참고 이겨내는 수밖에 다른 방법 따위는 없다. 끝이 눈앞에 당도했을 땐 좀 더 색다른 세상이 펼쳐질지 그 누가 아는가? 그러니 어떻게든 가봐야만 안다.

 

 

03년 1월 16일(목) 301고지의 1분대원들 오른 후에. 전역을 3개월 앞 둔 시점이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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