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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상병 - 02.03.24(일) 우여곡절 끝에 군종이 되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상병 - 02.03.24(일) 우여곡절 끝에 군종이 되다

건방진방랑자 2022. 7. 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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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군종이 되다

 

02324() 맑고도 바람 붐

 

 

소대의 군종이 되던 때가 생각난다. 작년 89일에 소대의 군종이었던 한솔씨가 나가면서 네가 이제부터 소대 군종이다라고 했기에 그게 진실인 걸 알면서도 내심 믿지 못했다.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고 의사를 묻는다거나 투표를 했다거나 하는 게 없었기에 믿을 수 없었던 거다. 몇 주간 소대 군종 현황을 보니 빈칸으로 계속 비어 있을 뿐, 내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몇 주 더 지나니 기어코 내 이름이 소대 군종란에 당당히 올라가 기입되어 있더라. 그걸 보고 있으니 되게 흡족하기까지 하더라.

 

단순히 생각해보면 쉽게 군종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각 이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 몇 주의 시간이 긴가민가하는 얼렁뚱땅함을 안겨 주었기에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게 꽤나 지리하면서도 길었던 것이다. 그렇게 지리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소대 군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중대 군종이 되는 일도 그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 갑작스런 선출 과정에선 어떻게든 너무 쉽게 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다. 분대장님에게 선출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니 왜 중간 과정은 없이 니 맘대로 생각하고, 되었다는 얘기만을 하냐?”라고 말하더라. 사실 너무 갑작스런 일이었기에, 물론 곧장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 예상은 됐다. 나야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거 같아 손을 들어 자천했고 투표 결과로 뽑혔을 뿐이다. 그리고 그 투표 전날엔 중대 군종인 박영헌 병장이 직접 찾아와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그런 일련의 과정은 무시한 채 그런 식으로 얘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껏 몰아붙이고 혹 중대 군종이 되는 걸 나쁜 것으로 보고 있으니 그게 너무나 기분이 나빴다. 암튼 그런 후일담 때문에 막상 투표로는 중대 군종이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진짜 군종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애매한 상황이다.

 

며칠 전만 해도 군종이 되던, 되지 않던 주님의 뜻이니 그저 묵묵히 받아들일 생각이었으나, 이젠 꼭 되었으면 좋겠다하고 비라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 이제 주님께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해 보려고 작정 중이다. 만약 된다면 이 결단과 회유의 시간을 통해 좀 더 깊은 신앙심을 갖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며 이렇게 어렵게 군종이 되었으니 열심히 하라는 뜻일 거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아직은 너의 때가 아닐 뿐더러 너의 기도에 대한 열정마저 부족했으니까 섭섭한 결과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중을 기약하며 너 자신을 더 잘 갈고 다듬으라는 걸 거다. 과연, 앞으로의 추이는,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아무도 알지 못할 거다. 된다면 원래 결론은 이럴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겠지만 그 반대라면 비통해하며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할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인간이니까 인간적인 감정으로 생각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어쨌든 이건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든 결말이 나올 것이고, 나온 결과가 무엇이든 받아들여야 한다. 나한테 간절한 마음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고 말이다. 이런 여러 생각들을 두서없이 하며 3월을 보내고 4월을 맞이하고 있다.

 

 

후일담

30()에 드디어 중대 군종이 되었다고 발표가 났고 내일은 부활절이기에 중대 작업까지 빠져 가면서 계란에 색지 붙이는 작업을 했다. 부대에서 상병으로 활동을 하면서 주일마다 군종의 활동을 해야 하니 더 바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상황이 걱정되기보단 기대만이 된다. 13개월 남은 군 생활에 이만한 선물이 또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군 생활이 기대되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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