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공사를 끝내며
02년 4월 13일(토)
진지공사가 이주째에 접어 들었다. 몸 쓰는 일을 이주째 하고 있으니 이제는 힘이 팽긴다. 역시 몸을 써야 하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힘든 것 같다. 진지 공사가 이렇게 힘이 들 줄은 여러 얘길 통해 익히 듣긴 했지만 실제로 대하고 보니 무엇을 생각했든 그 이상이긴 하더라. 이럴 때만은 GOP가 너무나 그립다. 하지만 나름대로 이 생활에 적응되다 보니, 할 만하고 나름대로 재밌긴 했다(물론 끝났기에 이런 소리를 해보는 거겠지만^^).
그러고 보니 군종이 된 지가 어언 한 달째가 되어간다. 하지만 그동안 교회에 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신고식 한 번 못해봤으며 군종으로서의 역할도 못해봤다. 그동안 오대기와 진지공사와 이것저것으로 바쁘다 보니 당연히 교회에 나갈 시간도 없었을 뿐더러 당연히 나설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교회에서 예배 드리는 상황이 너무도 그리웠다. 그렇지만 이제 진지공사 막바지이니 조금만 있으며 군종의 일도 하게 될 날이 오겠지.
13일(토)은 진지 공사 마지막 날이다. 원래 어제 거의 마무리를 시켜놓고 오늘 사계 청소만 한 후 끝낼 생각이었지만 어제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오후 3시 정도에 황급히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상남이는 어제 14박 15일의 긴 휴가를 끝내고 오늘 처음으로 진지공사에 투입했는데 이런 난리 아닌 난리를 당하고 나니 정말이지 군 생활이 더더욱 막막했을 거고 답답하기만 했겠지. 잘 적응해보자 상남아!
그렇게 철수해서 20시부터 5시까지 총 9시간을 자고서 오늘의 진지공사에 투입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전에 마무리 짓는 게 오늘의 목표란다. 부푼 기대를 가지고 작업장에 도착해서 열심히 날조의 임무를 다했다. 오늘은 다른 때완 너무나도 달리 날조가 매우 힘들었다. 흙벽돌이 만들어지는 족족 가지고 왔고 60에 떼가 실려올 때마다 그걸 또 날라야 했기에 쉴 시간이 눈꼽 만큼도 없어서 힘이 들었다. 거기다가 위에 있는 개인호 진지까지만 하는 게 아니라 코너까지 하다 보니까 당연히 작업량이 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거기까지 이동하려면 진담을 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다행히도 작업은 오후 2시에 마무리 되었다. 대충 대충이었지만 다들 최선을 다한 덕이다. 근데 늦게서야 끝날 줄 알았는데 점심 후 30분 후에 끝난 것이다. 다른 중대는 끝나지 않아 분주하게 작업하는 틈 뚫고서 뒷풀이로 막걸리를 들입다 퍼붓는 쾌감은 지금까지의 힘듦을 충분히 위로해줬다. 우리 중대만이 작업이 먼저 끝났기에 여러 부러워하는 눈빛들을 뒤로하고서 떠날 때는 절로 행복하기만 했다. 아무래도 다른 중대보다 그 공포의 호루라기 소리를 많이 들은 덕이려니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련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젠 호루라기라면 이가 갈릴 지경이다. 진지공사의 bye bye! 다신 하지 않길 바란다.
사족이지만 사실 진지 공사보다 뒷처리가 더 짜증났다. 특히 식간처리가 그랬는데, 그건 아직 짬이 안 된다는 증거겠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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