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연대 근무지원이 끝나는 마당에
02년 4월 26일(금) 서늘하지만 맑음
군에 와서 벌써 1년 2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1년이란 시간을 남겨둔 시기에 이르렀다. 예전에 생각할 땐 군 생활이 1년만 남아도 되게 행복하고 생활은 엄청 편해질 줄만 알았는데, 막상 이렇게 그 시기에 도달하고 나니깐 그다지 아니올시다 라는 거다. 역시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가 보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병장이 되고 전역을 한다 해도 기쁠지 미지수일 정도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군 생활을 1년 2개월이나 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는 거다. 거기에 덧붙여 아직도 1년이나 남은 것을 되짚어 보노라면 여전히 막막하고 답답하여 미칠 것 같다는 점이다. 과연 이 긍부정이 교차하는 혼란의 시기를 또 어떻게 보낼 것인가?
지금은 19연대에 근무지원을 나와 있다. 19연대에서 연대 종합전술 훈련 평가를 하느라 이번 주 내내 부대를 비우기 때문에 우리들이 그들의 공백을 메워 주려 우리 중대가 여기로 지원 나온 것이다. 여긴 GOP의 생활과 거의 유사하다. 탄약고ㆍ위병소ㆍ고가초소 세 군데에서 AㆍBㆍC조로 편성되어 맞교대 식으로 밀어내며 근무를 서면 된다. 난 탄약고에서 2시간 근무를 서고 4시간 대기를 먹으면 되기에 훨씬 수월하다. 물론 대기 때는 어떠한 직업이나 어떠한 짜증 날 일도 없이 자고 싶으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아도 된다. 아무래도 새벽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두 시간 근무를 서야 한다는 건, 모처럼 만에 느껴보는 힘겨움이었기에 편하면서도 힘이 드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렇게 요즘은 하루하루를, 물론 일주일이란 시간의 제약이 있지만, 이렇게 지내고 있다. 이렇게 있으니까 꼭 군대가 아닌 것 같은 편안함에 기분이 한결 편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편함도 딱 일주일이라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 시간이 더욱 간절해지고 이 시간이 더욱 편하게 느껴지는 거겠지. 이제 이 시간도 내일이면 끝이라 생각하니 더욱더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러고 보니 모든 일에 끝이 있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모든 일에 만약 끝이 없다면 어떨까? 아마도 능률도 안 오르고, 그 일을 하는 잠재적 재미 또한 없겠지. 끝이 없을 때의 안 좋은 점을 생각하기보다, 끝이 있을 때에 좋은 점을 생각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 같기에 후자에 대해 서술해보려 한다. 끝이 있다는 건, 우선 최선의 노력을 하게끔 한다. 끝이란 시간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그동안만은 열심히 해보려는 맘가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그 끝의 절정에 이르게 되면 지금까지 과정의 순간을 떠올리며 마지막 일정까지 불사르게 되니, 좋은 일이라 볼 수도 있다. 끝이 있다는 건, 순간순간의 아픔과 고통을 참아내게 한다. 끝이 없이 그런 일이 늘 해야만 한다면 누가 그걸 참으며 견디어 나가겠는가? 그렇게 되면 오히려 자포자기(自暴自棄)하고 싶어지겠지. 끝이 있다는 게 이런 이유 때문에 정말 좋은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내일이면 이 생활도 끝이다. 그렇게 끝난 뒤엔 다시 복귀하여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싫든 좋든 이렇게 흘러가는 게 삶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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