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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병장 - 02.12.23(월)~25(수) 지겹도록 눈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병장 - 02.12.23(월)~25(수) 지겹도록 눈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건방진방랑자 2022. 7. 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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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도록 눈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02.12.23()~25() 폭설 후 흐림

 

 

안 올 것만 같던 2002년의 크리스마스, 솔직히 하루하루가 힘들었기에 기다릴 겨를도 없었지만, 8에 교회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크리스마스를 느끼던 터였다. 과연 크리스마스는 뭐지?’라고 묻는다면, 단순히 아기 예수 나신 날이라 대답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회적 통념상 축제화되어 있고 우리의 의식 속에서도 축제와 즐김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그것이 대답의 전부라 할 것이다. 아무리 기독교인이라 해도 그렇게 은연 중에 의식은 이 시기에 우리를 들뜨게 만들고 기다리게 한 요인이겠지. 그리고 더더욱이 이번 크리스마스를 지내야만 집에 가는 거니깐 더욱 의미가 있는 거겠지. 그렇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도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 기대하시라! 개방박두!

 

23()엔 장난이 아니게 눈이 왔다. 저번 주에 엄청 따뜻하다 했고 월요일에 비가 왔었다. 누구든 눈이 내릴 거라고 선뜻 얘기했던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그랬던 우리의 맘가짐에 일격을 가하려는 듯, 저녁에 눈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동주가 비가 눈으로 바뀌어 엄청 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별 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곧이어 오늘은 930분에 취침에 들어간다. 그리고 5시에 기상이니, 8시에 점호 청소할 수 있도록이라는 일찍 사관의 방송이 나왔고 그제야 미칠 듯한 삶의 비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난 오늘도 열심히 차방문을 현일씨와 돌고 나서 시영이에게 전화해서 위로를 들었다. 착잡한 기분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그렇지만 여전히 함박눈이ㅠㅠ.

 

 

도피안사 입구에서 제설작업을 하다가 담배 한 대를 태우며. 

 

 

24() 복숭아뼈 닿는 데까지 눈이 왔고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다. 우린 전혀 예외 없이 5시에 일어났고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도피안사로 제설작업을 하러 떠났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눈이 너무 많이 내린 탓에 걷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짜증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현실인 걸 어쩌랴. 열심히 19R 수색co로 가는 길을 제설작업 했다. 넉가래가 좋은 덕에 무지 잘 밀려 작업하기는 좋았다. 그렇게 계속 밀다가 8시가 되어서야 부대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었다. 정말 최악의 아침이 있다. 여전히 식후에도 제설작업을 해야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밥 먹고 나서의 작업구역은 아침과는 달리 도피안사 입구에서부터 R장 관사 입구까지 였다. 우리가 맡은 구역은 도피안사 다리다. 조금이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작업을 했다. 솔직히 오늘은 제설작업을 해도 상관 없긴 하다. 하지만 내일은 절대 안돼!라는 생각이었기에 따뜻한 바람을 조금만 쐬어도 졸음이 밀려올 정도로 힘들었지만 열심히 했다.

 

오후엔 연병장 제설작업을 했는데, 정말 미칠 지경으로 막막했다. 하지만 난 눈삽으로 열심히 긁어모았다. 그렇게 시작된 연병장 계설직업은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저녁에 통배식을 타왔길래 저녁을 먹자고 다 들어왔는데, 글쎄 중대장이 태클을 걸어 어두워지기 전에 제설작업을 마무리 지으라는 것이었다. 화딱지가 밀려오고 뱃속에선 꼬르륵, 꼬르륵 했지만 참고 나가서 작업을 해야 했다. 그렇게 해가 저물고 어둑어둑해졌는데도 들어갈 생각을 안 했다. 짜증 나서 아까 전에 물 부어놓은 라면이 우동이 되었을 걱정에 내무실로 달려가 라면을 먹었다. 그제야 아이들이 투덜거리면서 들어왔고 밥을 먹은 후 또다시 제설직업을 나갔다가 곧바로 들어왔다. 짜증 나서 죽는 줄 알았다. 생각하기도 싫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하지만 저녁에 자려고 누웠을 땐 내일에 대한 불안이 없었기 때문에 편한 마음에 잠을 들 수 있었다.

 

25() 작년에 이어 올해도 ‘white christmas’. 뉴스에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미칠 듯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막상 아침에 일어나서 어느 정도나 내렸을까 싶어 나가봤다. 어제 열심히 치웠음에도 불구하고 복숭아뼈까지 차 있는 눈을 보면서 기겁하는 줄 알았다. 크리스마스를 그렇게 준비했던 군종부에 비상이 걸렸고 오늘만을 제발 쉬려고 어제 그렇게 작업 했던 우리들에게 짜증이 밀려왔다. 거기다가 오늘은 되게 춥기까지 했다. 이러다가 영락 없이 작년 크리스마스처럼 눈만 쓸다가 끝나버릴 순간이었다. 종교 행사도 처음엔 모집했다가 취소되었다. 절망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침을 먹고 다시 제설작업 집합을 했을 때, 종교 행사자들은 다시 가야 했고 눈이 너무 많이 와서 60트럭은 종종걸음을 쳤고 R교회로 향하는 오르막길에 목사님 차가 쳐박혀 있기까지 했다. 늦게 도착한 덕에 예배는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바로 예배가 끝났고 2부 순서가 시작되었다. 포상휴가 다섯 장이 걸려 있는 발표다. 난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했지만 어찌 어찌하다가 현일씨와 함께 뮤지컬을 하게 되었다. 제대로 한 번도 맞추어 본 적이 없는 어리버리함으로 말이다. 나의 마음이란노래에 하나님 역을 해야 했기에 떨렸다. 포상 휴가 다섯 장을 둘러싼 치열한 몸부림이었지만 그럼에도 솔직히 우리팀 잘 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뒷부분에 피아노랑 맞지 않은 데서 나온 답답함이 최악의 실수였던 거 같다. 결국 제일 드러나지 않은 2co가 차지하게 되었고 승태씨는 몇 번째인지도 모를 포상 휴가를 가게 되었다. 부럽다~ 마지막에 R장이 나오시더니, 깜짝뉴스로 오늘 참여한 팀들에게 포상 외박을 선사하셨다. 그렇게 모든 순서가 끝났다.

 

교회 안엔 평화가 가득했다면, 밖은 불안과 짜증이 즐비했다. 여전히 눈은 내리고 있었고 우린 대대로 향하면서 눈을 쓸 걱정만을 하고 있었다. 작년 GOP 때처럼 그렇게. 역시 우리가 오지마자 바로 도피안사 제설작업을 나갔다. 크리스마스에도 계속되는 우리의 작업,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있는 삶의 비극이 느껴졌다. 그래도 연병장을 안 한다는 게 어디인가.

 

잘 가다. 군에서의 마지막 크리스마스여. See you Out Christmas! 올해의 마지막 눈이길 바래.

 

 

연병장을 제설작업하다가 소대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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