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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수양록, 병장 - 03.01.11(토) 군에 대한 사색과 고찰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병장 - 03.01.11(토) 군에 대한 사색과 고찰

건방진방랑자 2022. 7. 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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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사색과 고찰

 

03111() 맑음

 

 

군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23개월째다. 26개월의 군 생활 중 겨우 3개월 밖에 남겨 놓지 않은 이 시기에 이르렀다. 이쯤 군 생활을 하고 보니, 군대란 어떤 곳인지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그건 머리로 늘 생각하여 받아들이게 된 관념이 아니라, 몸으로 겪으면서 몸소 체득하게 된 실제인 것이다. 군에 대한 특징은 여러 개 있겠지만 난 크게 두가지를 논의하고 싶다. 이 두 가지로 토요 난상토론(土曜 爛商討論)’을 펼쳐보도록 하자.

 

첫째, 결과성이다. 군에선 여러 검열과 사열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 한 부대를 평가하게 되는 거고, 얼마나 상급부대의 지침에 잘 순응 하는가를 판단하는 거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 뭐냐 하면, 바로 그 생활과정을 통한 평가가 아닌, 그저 한 순간의 판단에 따른 평가라는 사실을 말이다. , 그 한 순간의 결과만을 보고서 그 모든 게 평가되어진다는 것이다. 얼마나 기가 막히며 혀를 찰 노릇인가! 그렇기에 평소에 복지에 신경 쓰지 않아, 헐 벗고 있는 부대일지라도, 그 한 순간 온갖 쇼를 하므로 최우수 복지 부대로 뽑히는 어이 없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군의 특징은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욕을 저하시킨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싹틀 때에라야, 자기가 하는 일에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자기의 현실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지금 군대가 바로 이 모습이다. 단지 그럼에도 이들이 움직이는 까닭은 단지 미움을 사기 싫기 때문이다(공장, 군기교육 등). 그리고 그것들도 인한 계급에 치인 불평등을 받는 게 싫기 때문이다. 단지 그뿐이다. 어쩔 수 없이 그래서 어떤 일을 하든 시간 때우기 식으로 마지 못해 하는 것이고 진실성이나 정밀성이 없는 겉보기에만 화려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오늘만 해도 이런 어이 없는 예가 있었다. 요 며칠간 사단내 작계가 바뀜에 따라 간부들 전세규 수정과 함께 우리의 임무 카드도 바꾸어야 했다. 그렇기에 우린 잠까지 줄여가며 임무 카드를 완성했는데,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오늘 빡시게 한 과정은 보지도 않고 단지 사열이라는 것을 통해 본 지휘자의 입에서 만족보다 불만족스럽단 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이유는 좀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다. ‘수고했다는 한마디라도 있었어도 이러지 않는다. 다시 처음부터 해야 된다는 게 어이 없다. 정말 X 같은 군대야~ 어여 떠나자 어여!

 

둘째, 통일성이다. 군인이라 하면 누구할 것 없이 먼저 떠올리게 되는게 빡빡 머리에 군복일 것이다. 솔직히 군복을 입고 훈련 받고 있는 신병의 모습, 누가 누구인지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비슷하기만 하다. 어떻게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그 순간만은 같아 보일 수 있을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통일성은 어느 곳이고 할 것 없이 똑같다. 철원에 있는 사단이나, 부산에 있는 사단이나 별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이런 통일성은 획일화이기에 개성이 발휘될 수 있는 요건을 차단하는 것이며 그런 개성 속에서 나오는 독창성 내지 창의성의 발로를 확 막아버린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여긴 모든 게 같다. 아니 틀려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우린 억지로 그렇게 같아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번 임무 카드 작업만 해도 서로 같이 쓰려고 그렇게 맞추고 있었으니까. 뜬금 없는 시간 낭비이다. 이 빌어먹을 맹목 밖에 없는 군대란 곳이여.

 

과연 이런 특성을 가진 이곳에서 얻고 잃을 게 뭐가 있을까? 궁금해지는 가운데 군 생활이 어느덧 D-100여일로 접어들고 있다.

 

 

1월 4일(토) 아침 안개가 나무 걸린 나무가 얼어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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