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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41. 위험이 닥칠 때 우린 하나가 된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41. 위험이 닥칠 때 우린 하나가 된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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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위험이 닥칠 때 우린 하나가 된다

 

 

 

충주 → 여주 / 64.69km

 

 

재욱이 자전거에 펑크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 깊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바로 떠오른 대로 반창고를 붙이며 때우려 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듯이 시간적으로 여유도 있었고 부론면에만 가면 금방 해결될 거라 생각했기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펑크를 본드가 아닌 반창고로 때우고 있다. 이건 개그인가요? 현실인가요?

 

 

 

동병상련이란 따뜻한 마음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바보 같은 대처법이었다. 반창고를 붙인다는 게 바보 같다는 게 아니라, 자전거 도로 한 가운데서 본드가 없다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게 바보 같다는 얘기다. 한강자전거길처럼 많은 사람들이 라이딩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기도 틈틈이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이라면 남한강을 따라 낙동강까지 갈 확률이 높으니, 당연히 펑크패치를 가지고 다닐 것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본드를 빌리면 금방 해결된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생각보다 쉽게 펑크를 때우고 우리가 갈 길을 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인 현세에게 라이딩 하시는 분들에게 말해서, 좀 빌려오라고 말했다. 현세 입장에선 참 재수 없는 날 리더를 맡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세에겐 나름 좋은 경험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본 경험도, 아쉬운 적도 없이 커왔다. 그런데 살다 보면 누구나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도,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일도 있게 마련이다. 현세는 이번 경험을 통해 그런 것들을 배울 것이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했던 것이다.

 

 

본드를 빌리러 가는 리더 현세.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라이딩하는 사람이 지나갔고 현세가 부리나케 달려가 빌려 왔다. 튜브엔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여있기에 그것을 떼고 본드를 바른 후 패치를 붙였다. ‘이젠 괜찮겠지하는 마음으로 조립한 후 바람을 넣었는데, 얼마간 괜찮다가 바람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다시 튜브를 꺼내보니, 이번에는 위쪽에서 바람이 세고 있었다.

그때 시간은 2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가야 할 거리는 25.47Km여서 펑크를 때우기만 하면 5시 이전에는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여유가 있었다.

 

 

나름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펑크에 발목이 잡히다

 

아이들도 그 상황을 알기 때문에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했다. 볕도 따뜻해서 뭔가 쉬는 듯한 분위기도 나고, 그렇다고 상황이 절망적인 것도 아니니 마음이 가벼웠던 것이다. 더욱이 월요일 저녁엔 연쇄적으로 자전거들이 펑크가 나며 늦은 밤까지 벌벌 떨며 달렸던 경험이 있어 그때에 비하면 행복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모든 일은 상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도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사람에겐 어느 정도의 어려움 따윈 일상다반사정도로 여겨질 것이며, 늘 평온히 살아온 사람에겐 엄청난 고난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현세는 다시 라이딩하는 분에게 가서 펑크 패치를 빌려왔는데, 이번엔 패치 자체에 본드가 발라져 있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바로 펑크가 난 곳에 붙였고 바람을 넣어보니, 빠지는 것 같지 않더라. 드디어 고쳐졌다는 안도감으로 조립을 했다. 이때는 아이들도 모두 기대하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고 나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서서히 바람을 넣었다.

 

 

때웠기에 바람을 넣어본다. 그런데 다시 바람이 빠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때도 한동안 빠지지 않더니 조금 있으니 바람이 빠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벌써 두 번째 실패를 했기 때문에 그쯤 되니 서서히 두 손 두 발 모두 들고 싶을 지경이었다. 손가락힘으로 타이어를 연거푸 빼는지라 손가락에 힘도 들어가지 않고 아려오기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몇 번을 계속 시도해봤지만, 자꾸 다른 곳에 펑크가 나며 때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라이딩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서 하기엔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비효율적인 것 같았는지 민석이는 아예 부론면까지 가서 본드를 사오겠다고 하더라. 10Km의 거리, 왕복 20Km의 거리를 달렸지만 자전거 수리점이 없어서 본드를 사오지 못하고 순간접착제만 사왔다. 그것도 밑 부분이 깨져서 흐르고 있는 것을 말이다. 그것으로는 도무지 때울 수 없었고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미 시간은 4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여기서만 무려 2시간을 보낸 것이다.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간다. 무려 2시간이 넘도록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홀로 잘 달리기보단 함께 달리려는 민석이

 

그쯤 되니 월요일 저녁의 상황이 오버랩되더라. 무언가에 꽉 막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른 것 같은 깊은 절망감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더 이상 이렇게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단해야 했다. 거기서 계속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가야 한다고 말이다. 재욱이 자전거의 앞바퀴엔 바람이 서서히 빠지고 있는 상황이니 중간 중간 바람을 넣어주며 달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 말을 듣자 민석이는 자기가 바람을 넣으며 재욱이와 함께 달리겠다고 말하더라. 이럴 때 보면 참 괜찮은 녀석이다. 저번에 이화령을 넘을 때 자전거를 끌고 오는 현세를 알뜰히 챙겨서 함께 올라오더니, 오늘은 뒤처진 재욱이를 챙겨 바람까지 넣어주며 함께 가려 하니 말이다.

 

 

재익이와 함께 가며 바람을 넣어주며 가는 민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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