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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40. 섰다 생각할 때 넘어질까 두려워하라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40. 섰다 생각할 때 넘어질까 두려워하라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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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섰다 생각할 때 넘어질까 두려워하라

 

 

 

충주 → 여주 / 64.69km

 

 

부론면으로 향하는 길은 너무도 익숙한 길이다. 여긴 남한강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보여행 땐 아침 안개까지 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우린 꿈 속 세계를 탐험하는 듯 걸었기에 기억에 많이 남았다.

 

 

같은 길을 다닌다. 

  

 

비포장도로에서 로드 자전거를 끌고 간 사내와 타고 간 사내의 이야기

 

작년엔 도로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어서 지나가지 못하는 곳이 많았는데, 그새 공사가 완료되었더라. 그래서 우리는 포장까지 완벽하게 된 도로를 거침없이 달렸다. 하지만 끝부분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아스팔트로 포장되지 않은 건 당연하고 심지어 콘크리트를 잘게 쪼갠 돌까지 쌓여 있었다.

준영이와 나는 바퀴가 두꺼운 MTB 자전거라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바퀴가 얇은 로드 자전거라 문제였다. 민석이는 자전거를 끔찍이도 아끼기 때문에 당연히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가는데, 재욱이와 현세는 설마 펑크가 나겠어?’라는 심정으로 그냥 타고 가더라. 자전거 여행 예행연습 때 설빙 앞에서 재욱이가 넘어지며 핸들 부분이 휘었는데, 그때 이후로 자전거를 아끼는 마음은 급속도로 사라져 버린 듯했다. 아마도 저렇게 비포장길에서 막 타고 가는 데엔 그런 여파들이 있었을 것이다.

재욱이와 마찬가지로 민석이 자전거도 핸들이 휘는 사건이 있었다. 첫날 달릴 때 현세에게 묘기를 보여준다며 장난을 치다가 넘어진 것이다. 속력이 빠르지 않았기에 민석이는 다치지 않았지만,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자전거 핸들이 휘어버렸다. 로드 자전거는 브레이크에 변속기까지 달려 있어서 넘어지는 것에 취약하다. 하지만 민석이는 그렇게 자전거가 고장 났다고 해서 함부로 다루진 않았다. 여전히 애지중지하며 최대한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 날 비포장도로에서 내려서 끌고 간 데엔 그런 마음씀씀이가 있다.

 

 

 

예전엔 1차선 도로였던 모양인데, 지금은 2차선으로 공사를 하고 있나 보다. 지훈와 현세는 타고 가고, 민석인 끌고 간다. 

 

 

 

올 것이 왔다

 

얼마나 달렸을까? 공사 구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기에 바로 자전거 전용도로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때 재욱이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한테 오더니 앞바퀴가 펑크 났어요라고 말하더라.

펑크는 자전거 여행을 하는 중에 당연히 나는 것이기에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이야기로 들렸다. 왜냐하면 월요일 저녁에 연쇄적으로 펑크가 나서 늦은 저녁까지 때우느라 본드를 썼었는데, 그때 뚜껑을 잘 닫지 않아 본드가 흘러서 쓸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화령에서 다운힐을 하고나서 그 사실을 알았는데 그땐 충주에 가면 사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충주에 도착했을 땐 까마득히 잊어버려 사질 못했다. 그런 이유로 펑크를 때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재욱이의 말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를 수리하기 위해 내려 앉은 곳이다. 2시 30분 밖에 되지 않았기에 전혀 걱정은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본드가 없다면 반창고로

 

그렇다고 손가락을 빨며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으니 말이다. 거기서 조금만 가면 부론면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곳은 면소재지이니만큼 자전거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곳까지만 어떻게든 가면 해결될 거라 생각하며, 완벽히 때우진 못하더라도 임시대처만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 때 2012년에 단재학교 아이들과 떠난 제주도 자전거 여행이 생각나더라. 첫 날에 승환이 자전거에 펑크가 났는데 그 때도 지금처럼 본드가 없어서 때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반창고도 붙여보고 붕대도 감아보면서 어떻게든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와 상황이 비슷했기에 별로 고민하지 않고 튜브를 꺼내 펑크패치를 얹고 반창고를 붙이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바람이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했다. 아이들도 당연히 황당하다는 표정이었지만, 난 어느 정도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조립하여 바람을 넣자마자 순식간에 바람이 빠지는 허탈한 상황이 펼쳐졌다. “고뤠에에에? 안 되겠다. 사람 불러야겠다.”고 외치고 싶지만, 아이들은 나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니 참 난감하기만 하다.

 

 

▲  반창고로 펑크를 때우는 황당한 상황. 하지만 이 또한 지나고 보면 추억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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