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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39. 추억이 현실이 되는 순간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39. 추억이 현실이 되는 순간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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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추억이 현실이 되는 순간

 

 

 

충주 → 여주 / 64.69km

 

 

도보여행 때 편지미션을 했던 곳에서 잠시 쉬었다. 시간이 넉넉하니 서둘러야 할 이유도, 마음을 조급하게 먹어야 할 이유도 없어서 좋다. 자전거 여행 중 처음으로 완벽한 여유로움을 누려본다.

 

 

자전거 여행 촬영은 이렇게 캠코더를 연결하고 진행했다.

 

 

 

짐받이의 안부를 묻다. “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했던 거니?”

 

그때 민석이가 짐받이가 많이 풀어졌다며, 수리공구를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수리공구를 줬더니 아무리 조여도 조여지지 않는다며, 나를 찾는다. 가서 보니, 짐받이가 이상할 정도로 밑으로 많이 쏠려 있는 상태였다. 아래로 쏠린 상태에서 계속 달렸기 때문인지, 볼트가 조여지는 구멍의 홈들이 패여서 더 이상 조여지지 않더라. 조금 헐렁해졌을 때 바로 조였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 이젠 수리가 불가능했다. 그나마 윗부분 홈만 패였을 뿐, 아랫부분은 괜찮았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나 할까.

다른 아이들의 짐받이는 멀쩡한데, 왜 민석이 것만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민석이가 짐을 묶을 때 자세히 살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라. 짐받이의 적재하중은 10kg이다. 짐의 무게가 대략 4kg 정도이니 여기에 사람 무게가 실리면 당연히 버틸 수가 없다. 그런데 민석이는 짐을 묶을 때마다 꽉 묶기 위해 자기 몸무게까지 실어서 누르다 보니 내려앉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힘을 잔뜩 준 목소리로) 왜 짐받이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말하지 않았던 거야?”라고 물었다. 내가 말하고 나서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임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이 말이야말로 의사의 단골 레퍼토리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지금 나는 자전거라는 사물을 고치는 의사의 관점으로 물어본 거라 할 수 있다. 그랬더니 민석이는 별로 이상한 걸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에서야 겨우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 지금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기에, 나중에 짐받이가 완전히 내려앉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버리자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짐받이가 거의 제 기능을 못하게 됐다. 이렇게 될 때까지 버텨준 짐받이에게 심심한 감사를.

 

 

 

추억은 현실에서 깨지고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은 남다르다. 하지만 작년에는 걸어서 지나갔던 길을 올핸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니,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그렇게까지 경사가 심한 줄 몰랐는데 능암온천랜드로 올라가는 길은 꽤 경사가 급했기 때문이다. 그곳을 통과하면 드디어 일반도로가 나온다. 여기는 일반도로 옆에 자전거 길이 만들어져 있어, 자전거 전용도로보다는 차를 신경 쓰면서 달려야 한다.

 

 

능암 온천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다. 여기를 올라야 남한강 자전거길로 갈 수 있다.

 

 

 

시간은 1230분이 넘었기에, 점심을 어찌 할지 정해야 했다. 그래서 리더인 현세에게 점심 어떻게 할 거야? 가까이엔 작년 도보여행 때 점심을 먹었던 비내쉼터가 있고, 조금 멀리엔 도보여행 때 아침을 먹었던 부론면이 있으니, 어떻게 할지 선택해라고 말했다. 현세는 형들과 함께 몇 마디 주고받지도 않았는데, 대뜸 작년에 점심 먹은 곳 괜찮았으니 그리로 갑시다라고 하더라. 배가 고프긴 정말 고팠나 보다. 이렇게 바로 결정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아무래도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기 때문에, 그럴 만도 했다.

비내쉼터는 작년과 똑같았다. 바깥에 설치된 흔들의자도 그대로였고 내부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도보여행 땐 군인들과 자전거 여행족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있어서 깜짝 놀랐었고 군인이 군용식량으로 나온 파운드 케잌을 놓고 가는 바람에 득템까지 해서 행복했었다. 그래서 괜찮은 식당이라는 이미지로 남았나보다.

그런 연유로 이번에도 오게 된 것인데, 작년과 달리 사람도 별로 없고, 분위기도 썰렁했다. 아이들은 참치김치밥불고기덮밥을 시켰고 난 시원한 걸 먹고 싶어 콩국수를 시켰다. 그랬더니 지금은 콩국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고기덮밥으로 바꿨다. 아주머니 혼자서 운영하는 식당이기에 혼자서 뚝딱뚝딱 만들어주신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되게 불만족스러웠다. 도보여행 땐 그래도 김치라도 밑반찬으로 줬는데 이번엔 아무 것도 주지 않았으며, 양도 매우 적고 맛도 밋밋했으니 말이다. 실컷 밥을 먹었지만 배만 고파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이들도 그곳을 나오면서 한목소리로 여기 완전 최악이에요라고 말하더라. 이렇게 작년의 좋은 이미지는, 이번의 경험을 통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때론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겨 놓아야 하는 것도 있다는 걸 이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윗 사진이 작년 도보여행 때, 아래 사진이 올해 자전거 여행 때.

 

 

인용

목차

사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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