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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43.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야 한다(15.10.09.금)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43.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야 한다(15.10.09.금)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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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야 한다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67일 일정으로 떠난 여행이 어느덧 6일차에 접어들었다. 내일이면 목적지인 올림픽공원에 도착하고 때론 걱정으로, 때론 즐거움으로 달렸던 낙동강-한강 자전거여행은 끝이 난다.

 

 

어제 뜻하지 않게 야간 라이딩을 해야 했다. 이게 바로 여행의 묘미다.

 

 

 

여행이 일상이 된 시대에 여행을 떠나야 한다

 

흔히 여행은 배부른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곤 한다. 물론 예전처럼 한 마을에서 나서 거기서 쭉 자라다 옆 마을 처녀와 결혼하여 자식 낳고 살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치는 세상이 아닌, 공부를 위해서건 취직을 위해서건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나 타지로 나가야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여행에 대한 이미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반복되는 일상에만 머물 뿐 떠날 생각을 하지 못하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 위해선 결단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누군가는 요즘처럼 여행을 많이 다니는 시대도 없는데, 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 황당해할지도 모른다. 맞다, 주말이면 주요 고속도로가 늘 막히며 각 관광지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러니 요즘 세상을 여행이 일상이 된 세상이라 표현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던 여행과 주말마다 떠나는 여행엔 다른 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말해야 한다. 여행엔 두 가지 유형이 있으며, 우린 두 번째 유형의 여행을 떠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국내여행은 물론이고 해외여행 인구도 1600만명에 달하는 시대가 왔다. 이런 시대에 더욱 더 여행을 떠나야만 한다고 외쳐본다.

 

 

 

두 가지 유형의 여행

 

첫 번째 유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하고 있는 여행으로 스쳐감의 여행이라 표현할 수 있다. 남들이 다 떠나기에 우리도 떠나, 그곳에 가서 먹고 즐기고 온다. ‘스쳐감의 여행은 일상을 살아내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풀 때, 뭔가 삶의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소중한 사람과 추억을 만들고 싶을 때 떠나면 제격이다. 단재학교에서 매학기에 떠나는 전체여행이 바로 스쳐감의 여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곳을 가든지 거기는 내 의식에 스며든 그곳이 아닌 나와는 동떨어진 배경에 불과하기 때문에 삶을 되돌아본다거나, 생각 한 가운데 틀어박혀 당연하게 여겨지는 생각을 되짚어볼 수는 없다. 그저 먹고 즐기며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새로운 감흥만을 느끼면 된다. 그러니 여행을 떠난 장소와 마주치지 못하고 그저 스쳐가는 정도의 감상만 남기에 스쳐감의 여행이라 정의한 것이다.

 

 

 

스쳐감의 여행의 대표주자는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여행이다. 좌-유명산에 갔을 때, 우-선재도에 갔을 때 

 

 

두 번째 유형은 한 번쯤 떠나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행으로 마주침의 여행이라 표현할 수 있다. 마주치기 위해서는 나의 생각, 관념을 떨쳐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건 의식적으로 떨쳐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상황에 부딪히며 그때서야 내 생각이 너무 협소했다고 느끼거나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되네라고 느끼거나 해야 한다는 말이다. 상황과 마주치고 감정과 뒤엉키고, 장소와 부딪히기에 의식에 균열이 생기고 그로 인해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마주침의 여행이라 정의한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자전거 여행이야말로 마주침의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혀 밤늦도록 추위에 벌벌 떨며 함께 기다려주기도 하고, 서로 감정이 상하여 한 마디도 하지 않기도 한다. 극한의 상황에 내몰렸을 때 비로소 나의 대처능력을 볼 수 있으며,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들여다 볼 수 있다. 환경이 좋고 관계도 좋을 때 좋은 사람인 척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에선 자신의 본심이 나오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선 갑작스런 행동이 나와서 좋은 사람인 척하는 건 어렵다. 그건 그 사람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나 갑작스런 상황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바로 그 때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생각을 되짚어볼 수 있는 순간이라는 얘기다.

 

 

'마주침의 여행' 바로 이와 같이 새부적인 계획은 없이 떠나는 여행이다.

 

 

그렇기에 우린 마주침의 여행을 떠나야 한다

 

스쳐감의 여행마주침의 여행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행들이다. 어느 게 더 우위에 있다거나, 어느 게 좋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쳐감의 여행은 이미 우리 사회에 보편화되어 누구나 크게 고민할 필요 없이 할 수 있는 여행인데 반해, ‘마주침의 여행은 그렇지 못하다. ‘마주침의 여행을 떠나려면 혼자서 떠날 수 있도록 강해져야 하며, 나를 가로막는 수많은 것들을 잠시 뒤로 미루고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강단이 필요하다. 그런 용기와 강단이 없으면 스스로에게 일상도 팍팍해 죽겠는데, 무엇하러 여행까지 가서 골치 아프게 있냐?’며 떠나지 않을 핑계를 만들거나, 스스로는 맘을 먹었다 할지라도 주위에서 나중에 생활이 좀 괜찮아지면 그 때 여행을 하든지, 뭘 하든지 해라는 만류하는 말을 듣고 그만두게 된다.

그런데 예전에 사람들을 만나보니, 마음 깊숙한 곳엔 마주침의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상의 답답함을 벗어나 이상의 새로움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떠나고는 싶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못 떠나고 있을 때 한비야씨가 쓴 책을 읽으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한비야씨야말로 마주침의 여행을 긍정하며 떠날 수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것도 지금처럼 혼자 떠나는 여행. 만나는 모든 상황과 사람들 사이에서 나 자신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깨지고 있다. 또 일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내가 객관적으로 보이고 때때로 예상치 않게 멋진 자신을 만날 수도 있었다.

-한비야,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푸른 숲, pp 48

 

 

일상에서 떠나봐야 나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그 때 보는 모습은 실망스런 모습과 함께 평소엔 몰랐던 괜찮은 모습도 있다. 그녀의 책은 나에게 이런 저런 핑계야말로 두려움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줬다. 그래서 2009년에 국토종단을 떠날 수 있었으며, 그게 하나의 계기가 되어 단재학교에서도 이런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처럼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없다고 주저앉지 말고, 현실의 한계를 생각하며 단속하지 말고 몸이 원하는 그대로 떠나면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 그대의 속에 꼭꼭 감춰둔 이야기가 샘솟듯 흘러나올 것이다.

 

 

 

맘이 이끄는 대로, 몸이 원하는 대로 떠나보면 된다. 그 때 그 감정에 충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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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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