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망경대에 올라
등전주망경대(登全州望景臺)
정몽주(鄭夢周)
千仞岡頭石徑橫 登臨使我不勝情
靑山隱約扶餘國 黃葉繽粉百濟城
九月高風愁客子 百年豪氣誤書生
天涯日沒浮雲合 惆帳無由望玉京 『東文選』 卷之十六
해석
千仞岡頭石徑橫 천인강두석경횡 | 천 길 산등성 돌계단 비껴 있고 |
登臨使我不勝情 등림사아불승정 | 높은 곳에 이르니 나에게 정을 이기지 못하게 하누나. |
靑山隱約扶餘國 청산은약부여국 | 푸른 산에 부여국이 어슴푸레, |
黃葉繽粉百濟城 황엽빈분백제성 | 노란 잎사귀가 백제성에 어지러이. |
九月高風愁客子 구월고풍수객자 | 9월의 싸늘한 바람은 나그네 시름겹게 하고, |
百年豪氣誤書生 백년호기오서생 | 백년 호기는 서생을 그르쳤지. |
天涯日沒浮雲合 천애일몰부운합 | 하늘가에 해가 지고 뜬 구름이 모여드니, |
惆帳無由望玉京 추장무유망옥경 | 슬프구나. 한양 바라보질 못하게 하니, 『東文選』 卷之十六 |
해설
이 시는 우왕 6년(1380) 포은(圃隱)이 이성계와 함께 지리산에 진을 치고 경상도와 전라도에 출현하는 왜적을 운봉(雲峰)에서 물리치고 돌아오는 길에 완산(完山)을 지나다 망경대에 올라 지은 시로, 망경대 주변 경관을 통하여 역사의 무상감에 잠기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
가파른 망경대에 올라 보니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회포를 가눌 길이 없다. 백제의 중흥을 꾀하며 남부여(南扶餘)라 고쳐 부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누런 잎이 휘날리듯 남부여는 사라져 버렸다. 9월의 드센 바람은 나그네의 마음을 시름겹게 하고 한평생 지닌 호방한 기운은 무슨 큰일을 이뤄보겠다는 포부였으나, 지금은 이뤄 내지도 못해 서생(書生)을 그르치게 하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가 임금님이 있는 개경을 바라보니, 하늘가에 지는 해가 구름에 가려져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325~32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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