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 눈 내린 밤에
산중설야(山中雪夜)
이제현(李齊賢)
紙被生寒佛燈暗 沙彌一夜不鳴鐘
應嗔宿客開門早 要看庵前雪壓松 『益齋亂稿』 卷第三
해석
紙被生寒佛燈暗 지피생한불등암 | 홑이불에 한기 들고 등불은 흐릿흐릿. |
沙彌一夜不鳴鐘 사미일야불명종 | 사미승은 한밤중인지 종 울릴질 않네. |
應嗔宿客開門早 응진숙객개문조 | 묵던 손님은 일찍 문 연다고 화내겠지만, |
要看庵前雪壓松 요간암전설압송 | 암자 앞의 눈이 소나무 누르고 있으니 보시게. 『益齋亂稿』 卷第三 |
해설
이 시는 이제현(李齊賢) 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널리 인구에 회자된 시로, 눈 내리는 밤 깊은 산속 절의 절경(絶景)과 소박한 흥취(興趣)를 독백(獨白)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종이로 만든 이불처럼 얇은 이불을 덮고 있어 찬 기운이 도는데 불당에 켜 놓은 등불도 침침하다. 어린 중은 꼼짝도 하기 싫어 자기의 소임(所任)인 종 치는 것도 잊은 채 잠이 들었다. 한 방에서 함께 자고 있을 객이 내일 아침 일찍 문을 열어 잠을 깨우는 것에 대해 어린 중은 성내겠지.
서거정(徐居正)의 『동인시화(東人詩話)』에는 “산속 집 눈이 온 밤의 기이한 운치를 그대로 묘사하여 읽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상큼한 침이 어금니와 뺨 사이에 솟아나게 할 정도이다[能寫出山家雪夜奇趣, 讀之令人沆瀣生牙頰間].”라고 평했고,
허균(許筠)의 『성수시화(惺叟詩話)』에는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최예산이 이익재의 시권을 모두 걷어서 뭉개 버리고 단지 (위의 시) 이 시만을 남겨 놓았다. 익재는 대단히 탄복하고 그를 지음이라고 하였다[人言, 崔猊山悉抹益齋詩卷, 只留“紙被生寒佛燈暗, 沙彌一夜不鳴鐘. 應嗔宿客開門早, 要見庭前雪壓松.” 益齋大服, 以爲知音].”라고 평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237~23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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